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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석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아산의 수령과 향리

2024년 08월 28일(수) 10:23 [(주)온양신문사]

 

↑↑ ▲천경석(아산향토연구회)

ⓒ (주)온양신문사

‘아산의 향리들은 모두 흉악하고 간사하다’ 조선시대 자료에 실린 내용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 아산현 ‘고적’ 조의 불암(佛巖. 일명 ‘아기업은바위’. 일제강점기에 ‘어금니바위’라고 왜곡된 바위) 설명 중에 “세속에 전하기를, 이 바위로 인해 수령은 어리석은 미치광이가 되고, 향리(鄕吏)들은 모두 흉악하고 간사하다(鄕吏皆凶奸)고 했다.”라는 내용이 있다.

같은 책 신창현 ‘누정’ 조의 공북정(拱北亭) 기문에서 서거정은 ‘(신창현감) 김율이 말하기를 “이 고을은 지역이 좁고 백성도 적으며 토질이 박하고 산물이 적은 데다가 향리들은 교활하고 아둔하며(吏黠以頑) 백성 역시 시끄럽고 또 송사를 좋아한다.”’라고 기록했다.

온양군 기록에는 그러한 내용은 없다. 지방 관련 자료가 거의 없던 시기였으니 조선 중기부터 온양군수, 아산현감, 신창현감 등 수령(守令)으로 부임하는 사람이 아산이나 신창에 관해 미리 좀 알아보러 『신증동국여지승람』을 읽었다면 향리나 주민에 대하여 부정적 사전 정보를 가지고 왔을 것이다.

아마도 그 정보에 기초해서 수령의 업무를 시작했을 가능성도 크다. 기록은, 글을 쓰는 일은 그만큼 무섭고 또한 신중해야 할 일이다. 어쨌든, 세속에 전한다는 언급도 있지만 나라에서 편찬한 책이니 위의 두 기록은 수령과 양반의 관점에서 쓴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조선시대의 군수, 현감 등 수령(지방관)은 왕과 중앙 권력의 대행자로 파견되었다. 지방 세력이나 주민과 이해관계가 다른 존재다. 반면에 중인 신분의 향리는 대대로 이어져 온 지방 토착 세력으로서 수령이나 중앙 정부와 처지가 다르다.

당시 지방은 요즘에도 충분하지 않은 이른바 균형 발전의 대상이 아니었다. 왕을 정점으로 하는 체제와 권력 유지에 필요한 수취, 즉 각종 세금과 군역 징발의 대상지였다. 중앙 권력의 대행자, 거칠게 말해 심부름꾼인 수령의 핵심 임무는 안정적 수취였고 그 일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주민과 지역을 유지 관리하는 것이었다.

아전으로서 수령을 보좌하면서도 향리는 수령 등 양반의 억제를 받아야 했다. 둘 사이에는 언제나 불만이나 갈등이 생길 수 있었다.

한편, 수취 대상자인 주민으로서는 늘 직접 맞닥뜨리게 되는 수취 실무자, 주는 것은 거의 없고 주로 걷어가고 시키기만 하는 향리가 결코 달가운 존재일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향리를 견제하는 수령은 좀 나을까 막연한 기대를 했을 수도 있다.

물론 대부분 허상이었을 테지만. 위로는 수령, 아래로는 주민 사이 중간 존재로서의 향리들은 양쪽에서 모두 좋은 소리를 듣기 어렵다. 부정적 내용의 자료나 이야기가 많이 전해지는 이유다. 윗글의 향리들에 대한 평가는 그런 상황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시대가 바뀌었고 민주주의라는 오늘날 아산시 지역사회의 행정 담당자들은 어떠한가. 산림과의 명모 팀장처럼 여러 차례 시민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좋은 분들도 알고 있다. 대부분 그러하리라 믿고 싶다.

그러나 일부 공무원의 입에서 마을 이장이나 주민을 대상으로 해 준다, 시킨다, 부른다, 동원한다 등의 단어를 들을 때 조선시대 향리의 부정적 이야기가 퍼뜩 떠오른 경우도 있었다.

조선시대 수령과 간접적으로 대비될 수 있는 아산시장은 어떠한가. 아산시 읍내동, 영인 아산리와 성내리, 신창 읍내리에는 수령의 선정비들을 여럿 모아 놓았다. 구체적 선정 내용은 현재 대부분 알 수 없다. 선정 사실과 내용이 확인되어 공감되는 분도 있다. 많은 선정비 그대로라면 그때가 태평성대였을 거다, 워낙 핍박이 심하고 어려운 때라 조금만 잘해도 선정이라고 하는 거라고 부정적으로 말씀하는 분도 있다.

앞에서 본 『신증동국여지승람』 아산현 ‘고적’ 조의 ‘여민루’ 기록 중에 ‘대개 수령의 직책이란 백성과 친근히 하는 것이다. 인(仁)으로써 위로하고 사랑하며, 의(義)로써 베풀고 다스려서 그 업에 안정하여 근심하고 한탄하는 소리가 없게 한다면 잘하는 것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었을까?

지금, 아산시민의 삶의 질이나 행복은 별개로 하더라도, 우선 기본적으로 근심과 한탄 소리가 없게 됐다고 평가받고 기록될지 우리가 함께 지켜볼 일이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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