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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균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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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 화천, 연정(蓮亭)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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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16일(화) 13:48 [(주)온양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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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홍승균(홍가신기념관 관장) | ⓒ (주)온양신문사 | 몹시 덥든지 몹시 비가 쏟아지는 여름날이다. 기후의 변덕스러움이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끼치는 계절이지만, 우리 아산의 명소인 신정호에는 늘 시민들이 많다. 호수를 돌면서 운동하는 시민들의 얼굴은 늘 밝고 활기찬 모습이어서 참 보기 좋다.
여름답게 더위와 눅눅함 속에서도 꾸준한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신정호의 매력은 화사하게 피어오른 연꽃의 눈부심이 큰 몫을 한다. 큼직한 연꽃들이 서로 경쟁하듯 고개를 쳐들고 자태를 뽐내는 모습은 매 여름마다 장관을 이룬다.
오늘은 아산의 또 다른 연꽃! 도고의 화천리의 연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화천리는 가구도 많지 않은 호젓한 고을이지만, 마을에 들어서면 수줍은 듯 살포시 앉아있는 한옥건물 연정(蓮亭)이 있다.
연정 앞에는 소로를 건너 아담한 연못이 조성되어 있는데 그곳은 어여쁜 수련으로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신정호처럼 거대한 호수에는 큼직한 연꽃이 제격이겠지만, 연정에는 그 소담함에 걸맞도록 수련이 오순도순 모여있다.
동그란 연잎은 초록빛 접시처럼 첩첩이 물가에 펼쳐졌고, 그 사이에서 얌전하게 고개를 내민 연꽃은 식탁 위에 한껏 솜씨를 발휘한 진수성찬처럼 맛깔난 모습이어서 탐스럽기 이를 데 없다.
우리 아산에는 외암민속마을을 비롯하여 신창의 용궁댁, 현충사의 이순신장군 옛집, 송악의 서당 원천재와 같은 옛 건축이 전하고 있고, 여러 전통사찰에서도 목조 고건축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도고면 화천리의 연정은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터라, 찾는 이도 적어서 늘 아쉽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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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사진제공=홍승균 관장> | ⓒ (주)온양신문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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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사진제공=홍승균 관장> | ⓒ (주)온양신문사 | | 연정은 조선시대 초기의 문신이자 평택 임씨의 아산 도고지역 입향조인 임수겸이 건립하였다고 전한다. 임수겸(林守謙 1409~1492)은 자는 익지(益之), 호는 갈곡(葛谷)이다. 그로부터 후손들은 ‘평택 임씨 갈곡공파’라 칭한다.
임수겸은 1447년(세종 29) 문과에 급제한 후 우정언을 거쳐 좌익원종공신에 녹훈되었다. 성리학에 정통하여 1467년 성균관사성으로 재임하여 유생들에게 강의하였으며, 세조와 종친들 앞에서 성리학을 강론하기도 하였다.
성균관·종학·사학 등에서 교회(敎誨)의 직임을 받았고, 이후 부제학·동지성균관사로 있다가 1482년 (성종13) 도고 화천리로 내려와 머물렀다.
그때 도고산 아래에 수 칸의 작은 정자를 짓고, 그 밑에 연못을 파고 ‘연정(蓮亭)’이라 이름 지었는데 여러 영재를 모아 가르침을 펼쳤다고 전한다. 연정은 정면 4칸, 측면 1칸의 규모로 도리식 양식에 지붕은 팔작지붕을 올렸다.
현재의 화천리 마을회관 자리가 평택 임씨의 종가가 있던 자리인데 종가는 연정 서쪽으로 이전한 상태이다. 이전하기 전에는 종가와 연정 사이에 담이 없는 한 울타리였다. 종가가 이전 후에 1982년에 중수하고 돌담을 둘렀으며 대문을 설치하였다.
일제강점기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서당의 역할을 하기도 하였는데 지금은 후손들에 의해 평택 임씨 갈곡공파의 시제를 지내고 있다. 연정 앞의 연못은 전해오는 내용을 토대로 2015년에 준공하여 오늘에 이른다.
세월의 깊이만큼 그동안 수차례 중수를 통한 근대건축의 요소가 없지는 않지만, 임수겸이라는 인물에 대한 역사성이 있고, 후손들의 각별한 보살핌으로 오늘의 모습처럼 정갈하고 단정한 보존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연정의 소중함을 인식하였으면 좋겠다.
연정을 보면 대전광역시의 조선시대 인물 송준길의 별당 ‘동춘당’을 떠올려 비교하게 된다. 대전광역시라는 큰 도시에는 아산의 연정에 비견될만한 규모의 동춘당 건물 하나만을 놓고, 무척이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서 사진도 찍고 아동들이 소풍을 온다. 도시 규모에 비해 문화적 자산이 빈곤하다는데서 동춘당 건물의 입지가 더욱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현장을 느끼게 된다.
우리 아산이 경북 안동시이나 예천군처럼 고건축 문화가 발달한 고장은 아닐지언정, 수백 년의 역사와 흔적을 지닌 귀중한 문화자산에 대해 좀 더 애정 어린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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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사진제공=홍승균 관장> | ⓒ (주)온양신문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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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사진제공=홍승균 관장> | ⓒ (주)온양신문사 | | 아산의 도고면 화천리 마을은 연정(蓮亭)도 있고 또 연정(蓮井)이 있어서, 연정(戀情)을 품은 듯 설레임이 있는 고을이다.
조촐하나마 산책할 수 있는 자연 판석이 깔려있는 연못에는 이 여름날 어렵사리 피어오른 수련꽃이건만 바라봐 주는 이가 적어서 아깝다.
일 년 중 연정이 가장 아름다운 즈음 우리들이 가서 반겨주고, 아산에 스며있는 선현의 한 페이지를 감상하고 느껴보는 시간을 추천드린다. 방문하면 마음에 ‘연정을 품고’ 오는 길이 결코 아깝지 않은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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