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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이 안은 용화동 레스토랑 ‘예가’ 남산 밑 용화동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 단골 입맛 기억해 입에 붙는 맛 선봬 건강 지키고 술 절제하는 와인 레스토랑 “어느 날, 잠을 깨고 보니 살아온 세월이 벌써 60년이네요. 그런데 20여 년 전 온양역 앞에서 예가레스토랑을 하던 풋풋하던 젊은 날이 바로 며칠 전 일처럼 느껴진다면 사람들은 나를 철없다고 할까요?” “철없기는요. 여전히 젊고 아름다우십니다. 요즈음 60은 청년이라고 하는데요. 20여 년 전 예가는 온양에서 가장 분위기가 좋은 레스토랑이었지요?” “그런가요? 분위기보다 음식이 맛있는 레스토랑이 아니었나요? 그 당시 최고의 주방장이 있었고, 손님들은 참으로 다양했어요. 돈가스를 먹으러 오는 다섯 살 꼬마 손님부터 지금의 내 나이쯤 되는 노년의 아름다운 부부가 예가에 오셔서 안심스테이크를 맛있게 먹고 가는 그런 집이었지요.”
레스토랑 예가, 예가만큼 아름다운 오숙자 사장과 차 한 잔을 하고 있으니 필자의 대학시절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랬다. 순천향대학교에서 독문학을 공부하고 있던 필자에게도 예가는 그리움이다. 용화동에서 다시 예가레스토랑 문을 연 오숙자 씨, 그녀는 공무원이었던 남편을 따라 일본에 가면서 내렸던 예가 간판을 10년 만에 다시 올렸다. 일본에서 근무하는 2년만 쉬자고 한 것이 그만 10년 세월을 훌쩍 넘었다. 용화동 예가 레스토랑은 오숙자 이충복 씨 부부가 20년을 살던 집이다. 두 동생 부부와 조카들까지 북적대며 살던 큰 집이다. 용화동에서는 가장 잘 지어졌다는 집이다. 또 정원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집이다. 남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기웃거리게 만들고,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가 보고 싶었던 집이다. 그런 아름다운 집을 개조해 레스토랑 예가를 만들었다. 그리고 오숙자 사장은 60의 나이를 다시 40이 되어 살고 있다. 오숙자 사장의 부군 이충복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비지니스하는 사람들이 온양에 있는 호텔에서 자고 천안에 가서 식사를 합니다. 그만큼 온양에는 비지니스맨들이 원하는 조용한 장소가 없어요. 또 중년층의 사람들이 친한 사람을 만나 담소를 나누려고 해도 다방이나 호텔 커피숍 말고는 좋은 곳이 없어요. 그래서 우리 집을 고품격의 레스토랑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사람들이 만나고 대화하고 교제하는 문화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거기에 젊은 날부터 심취해 있던 와인도 한몫 했지요. 사실 우리의 술 문화는 취할 때까지 마시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무절제하게 술을 먹는 습관을 버리지 못합니다. 그런데 와인은 취하도록 마실 수가 없어요. 건강도 지키고 또 절제하는 술 문화를 꿈꾸면서 와인 레스토랑을 생각했어요. 공직생활 중에 일본과 유럽에서 생활하기도 했는데, 유럽에서 본 꿈같은 레스토랑들이 제 기억에 늘 머물러 있지요. 그런데 내가 사는 아산에 그런 아름다운 와인 레스토랑이 없잖아요. 내가 사는 동네에 그런 근사한 레스토랑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예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아름다운 정원에 마음이 행복해진다. 그리고 레스토랑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흠칫 놀라면서 신발을 벗는다. 그러면 오숙자 사장은 얼른 말한다. “신을 벗지 마셔요.” 그러면 손님의 입에서는 탄성이 쏟아진다. “어머나, 너무 깨끗해서 신발을 벗어야 할 것 같아요.” 예가는 그만큼 청결하다. 아침 일찍 시작한 청소는 매일 3시간 이상이 걸린다. 예가에서 먼지는 찾을 수가 없다. 손님이 음식을 먹는 곳이니 청결은 아무리 강조해도 넘치지 않는다. 물론 주방도 마찬가지다. 어쩌다 주방까지 들여다보는 손님이 있다. 그러면 그 손님은 또 이렇게 말한다. “주방에 테이블을 놓고 손님을 받아도 되겠어요.” 또 맛은 어떤가? 갖은 야채와 고기를 다져서 사흘 동안 밤낮으로 은근한 불에 달인 소스는 그야말로 영양덩어리다. 그래서 대부분의 손님들이 소스를 남기지 않는다. 더러 손님이 음식을 남기면 주방장은 무엇이 손님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확인해서 손님의 식성을 기억해 둔다. 단골손님 중에는 소금을 전혀 먹지 않는 손님도 있으니 말이다.
오숙자 사장의 부군 이충복 교수의 와인강의가 있던 날은 정원에서 이제 고목이 되어가는 목련이 환하게 불을 켰었다. 그 날 사람들은 와인의 향을 즐기며 아름다운 인생을 노래했다.
노을이 질 무렵 노부부가 다정하게 손잡고 와서 식사를 하는 아름다운 광경이 연출되는 예가, 예가는 이제 추억과 그리움에서 우리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현실이다. 참 근사한 일이다. 20여 년 전 돈가스를 먹던 꼬마가 지금은 멋진 청년이 되어 나타난다. 정말 반갑다. 예가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젊은 남녀는 중년의 아름다운 부부가 되어 예가에 와서 서로를 추억한다. 그렇다. 지금 예가에 가면 우리가 잊었던 추억을 건져 올린다. 그리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간다. 예가에서는 1층 혹은 2층 어느 자리에 앉아도 남산을 정원처럼 바라 볼 수 있다. 남산이 성큼 일어나 예가를 가슴에 폭 안은 것 같다. 어느 자리에 앉아도 계절을 정면 그대로 볼 수 있다. 추억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이었던 예가, 지금 더 큰 감동으로 우리에게 왔다. <박은자·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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