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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상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2023년 09월 20일(수) 16:36 [(주)온양신문사]

 

ⓒ 온양신문

귀향초

1937년
시월
어느날,
날마다 찬기운이 더해지던
시베리아 땅엔
스탈린의 추방령이
떨어졌다

연해주
우수리스크
한 귀퉁이
라즈돌노예 기차역에서는
겨우내
고려인 18만 명이
가축용 화물열차에
실리고 있었다
살 길을 잃은
겁에 질린
짐승마냥,

정처없이 떠도는
찬 바람과
눈보라!
인적이 끊긴 냉담한 동토,
하얀
자작나무들은
저마다
백야에
유령처럼 서 있었다

유랑민의
설움인 양
잿빛 하늘 아래
눈 쌓이는
치타랑
이르쿠즈크를 지나,
창 하나 없는
철마는
쩌엉쩌엉 울부짖는
바이칼호수를 뒤로 하고
서너 주를 달리고 또 달렸다
겨우 숨줄만을 붙들고 있는 가련한 자들의
추위와 배고픔은 외면한 채로

그렇게 기차는 연해주에서 6,000 km 떨어진 중앙아시아 황무지에
이미 몸의 사지는 얼어 스스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까레예쯔 라 불리는 허기진 산 짐들을 뿌리치듯 떼어놓고
마음이 떠난 그 비정한 여인처럼 차갑게 뒤돌아 갔다
카자크, 우즈베크, 키르기스, 타지크라는
저들에겐 몹시 낯선 땅에
이방인의 가슴을 밤새 후비는
적막한 기적만을 남기고는,

아직
걸음마를 채 떼지 못한 어린 것은
달리는 그 캄캄한 수용소에서
혹독한 겨울마왕의
찬 손에 의해
가늘은 들숨은
식어가는 어미 품에서
쓸쓸히 끊어지고
매화인양
눈꽃 핀 설원,
그 차가운 흙으로
어매랑
돌아갔다

산 자가
언 발을 내려놓은 박토엔
그들을 위한 집단농장이 있었다
후엔 이들로 인해 옥토가 되었지만

고된 몸부림에도
이방에서의 꿈은
늘 거칠고 헛되다 했던가......

소련이 붕괴하고 나니
고려인들은 또
거길 떠나야만 했다
다시 이루어 놓은

전부를
놓고는

지난날
아버지에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가
고향을 떠나 올 때
분명 가슴 속에 품고 왔을
그 귀향초 씨앗만을
다시
품고

누군 연해주로
누군 고국으로
누군 또 그 어디로

아,
내 이제 알겠네
그 맵싸한 고추를

귀향초라
불리었는
지를……

↑↑ ▲화계 맹주상(아산학연구소 운영위원. 시인, 아산시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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