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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산의 ‘보물’ 온양민속박물관

지역 문화 융성,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가야

2024년 07월 12일(금) 16:36 [(주)온양신문사]

 

↑↑ ▲홍만식(풍산홍씨 정익공파 종회장, 온양민속박물관 후원회장)

ⓒ (주)온양신문사

내가 태어나고 살고 있는 아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인 삼성과 현대 등이 들어오면서 기업도시의 이미지가 강해졌다. 아울러 고속철도와 수도권 전철 그리고 최근 천안-아산 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명실상부 사통팔달의 도시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지근거리에 위치한 지리적인 이점도 있다.

아산은 지리의 이점과 교통의 발달로 기업체의 입주가 더더욱 가속화하면서 기업도시로서의 성장세는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인구가 증가하고 지역이 발전하는 것은 원주민으로서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사람의 평가도 그렇지만 모든 것은 양면이 있는 법이다. 도시의 성장은 곧 아산의 변화를 의미한다. 변화하는 것은 결국 아산의 환경과 문화가 변화되는 것이다. 내가 태어나서 어릴적 학교를 다니면서 보았던 아산의 모습은 지금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어릴 적 뛰어놀던 그 허허벌판은 지금 도로가 되거나 아파트와 공장으로 모두 바뀐 지 오래이다. 아산의 토박이인 나도 예전 그곳이 어디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마냥 아산의 발전이 좋기만 하지 않은 이유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과거를 더 돌아보게 되는 법이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고사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를 기억하는데 공간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그러한 공간이 모두 없어지고 새로운 곳으로 탄생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더 변화할지 예측조차 하기 어렵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산은 인구증가와 도시발전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이로 인해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관심은 매우 옅어진 듯하다. 그것을 직접 경험하고 목도한 나도 기억이 거의 사라져가고 있는 마당에 지금 아산에서 태어나서 성장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과거의 아산을 어디에서 볼 수 을까.

세상에 뿌리없는 나무가 있을 수 있겠는가. 사람 또한 마찬가지이다. 부모 없는 자식이 있을 수 없는 법이다.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럴 수는 없다.

과거 없는 현재의 아산만 존재할 수 있을까. 당연히 그럴 수 없다. 때문에 아산이 발전하고 변화하기 위해서는 돌아볼 수 있는 아산의 과거가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가?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걱정이다. 기우(杞憂)라고 치부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도 젊었을 적에는 소위 먹고사는 것에만 관심을 갖고 살아왔다. 그런데 퇴직을 하고 문중 일을 시작하면서 내가 왜 그렇게만 살아왔는가 하는 후회가 든다. 특히 조상들이 남긴 유적과 유물을 조사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게 되면서부터는 왜 진작부터 내가 이런 일을 하지 않았는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나 혼자 천둥벌거숭이처럼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니다. 이미 지금의 우리가 있기까지 과거의 조상들이 치열하게 삶을 영위하고 준비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혼자서 할 수 없는 법이다. 그래서 사회는 사람들이 더불어 함께 사는 이유이다.

아무튼 이렇게 문중 일을 하게 되면서 나는 요즘 매우 보람이 있고 새롭게 인생을 사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그중에서도 우리 문중에서 가보로 전해오던 ‘기사계첩’이 보물이었다가 국보로 승격됐다는 사실, 그리고 중요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집안의 고서와 고문서를 정리하면서 그 중요성을 알게 됐다는 사실은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다.

이 모두가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다가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럴까. 사람은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몸소 느낀다. 이렇게 알지 못했던 사실은 사실 누군가를 만나면서 쌔달을 수 있었다. 아마도 그 분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아직까지도 젊은 내가 가지고 있었던 사고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우리 문중에서 보관되어 온 소중한 유물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향유하기 위해서 지난 2022년 온양민속박물관에서 ‘집안의 보물 후세에 전하다(전가보장;傳家寶藏)-아산세거 풍산홍씨 소장유물전’을 개최할 수 있었다.

↑↑ ▲온양민속박물관

ⓒ (주)온양신문사

정말 문중의 큰 기쁨이자 큰 보람이었다. 얼마나 좋았는지 나는 특별전 기간 내내 거의 박물관에서 상주하다시피 했다. 특별전을 찾는 관람객 한분 한분에게 이러한 소중한 점을 알려주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분명 이 특별전은 비단 우리 문중으로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아산의 지역사회와도 큰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처음은 문중으로 시작했지만, 시야를 아산으로 확대할 수 있었다. 더구나 특별전 기간에 온양민속박물관을 시간을 갖고 자세히 관람할 수 있었다. 그전에도 몇 번 와서 본 것 같은데, 그때 본 온양민속박물관과는 분명 다르게 보였다. 단순 전시환경의 변화는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생각과 시각이 변화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르고 보는 것과 알고 보는 것의 차이라고나 할까. 그러면서 든 생각이 이렇게 소중한 박물관이 아산에 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특히 아산은 이전까지 시립박물관이 없었다. 그러한 판에 1978년 온양민속박물관이 건립돼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이 들었다. 더구나 사립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

지금 우리에게 과거라 함은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그곳에 인간성이 존재할까. 편리함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로 인해 개인주의는 심화되고 공동체 의식은 더욱 약화되고 있다.

지금 우리들은 모두 스마트폰, 게임, 영화 등의 가상세계에 함몰되어 있다. 점점 사람인 우리에게 인간성이 사라져 가고 있다. 사람이 사람답지 못한 세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인문(人文)이 중요하다. 그러나 사회가 인문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있다. ‘문송합니다.’라는 말은 이러한 사회적 현상의 우회적인 비판이다. 이는 ‘문과여서 죄송하다’는 말의 줄임말이다. 인문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취업을 하지 못하는 현실을 빗댄 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편리한 삶이 아니다.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존재하는 삶이어야 하고 나만이 아닌 더불어 살 수 있는 삶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바로 인문학적 가치가 보존되어야 하고 또한 끊임없이 계승되어야 한다.

그런데 세상의 변화는 너무 빠르다. 오늘 자고 일어나면 내일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 때문일까.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는다. 앞으로 세상은 산업화, 도시화 등으로 인해 나와 지역의 정체성을 상실하기 쉽다.

일찍이 백범 김구는 자신의 자서전인 『백범일지』의 ‘나의 소원’에서 우리나라가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강대국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가 원한 건 문화 강대국이었다. 군사적으로는 우리나라를 지킬 만하면 족하고 경제적으로는 먹고 살 만하면 족하다. 이미 우리는 자주국방과 경제발전을 이룩하였다. 하지만 문화적으로는 어떠한가. 여전히 개발의 논리에 파묻혀 정작 중요한 것들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온양민속박물관은 매우 중요한 공간성과 시간성을 갖는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민속박물관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이곳에 과거의 삶이 어떻게 전승되고 이어졌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곳이다. 우리의 전통문화가 오롯이 보존되고 있다.

↑↑ ▲온양민속박물관

ⓒ (주)온양신문사

사립박물관을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을 지속적으로 지켜나간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한때 온양민속박물관이 폐관을 검토하며 무기한 휴관을 했던 사례는 그러한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나마 다행히 설립자의 유지를 지켜내기 위하여 다시 온양민속박물관을 개관하여 지금까지 온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중요한 공간이 아산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없애는 것은 매우 쉽다. 역설적이지만, 지키는 것은 다시 만드는 것보다는 쉬운 일이다.

어쩌면 나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주는 문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문이 닫히지 않도록 우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문화유산은 한 명의 개인적인 자산이 아니다. 분명 우리 모두가 향유하고 활용해야 하는 대상이다. 이 점은 온양민속박물관을 설립한 분도 마찬가지 생각이며, 지금의 박물관 사람 모두도 그렇다.

그렇다면 당연히 온양민속박물관을 지키고 계승하는 의무는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 만의 몫이 아니다.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이 함께 가져가야 할 몫이다. 더 이상 어려운 짐을 온양민속박물관에만 지우는 것은 모순이다. 박물관의 보존과 계승은 이제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명제가 되었다. 문화의 강대국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다. 그 시작에 온양민속박물관의 보존이 있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접근할 것은 없다. 우리 모두가 온양민속박물관을 지키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우선 우리 지역에 온양민속박물관이라는 보물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된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스스로 온양민속박물관을 함께 보존·계승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울러 정기적으로 후원을 하면 된다. 많은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한 달에 커피 한 잔 정도만 줄이면 된다. 커피 한 잔을 안 마셔도 우리가 사는 인생에 큰 변화가 있지 않다. 그러나 커피 한 잔 값을 줄이면 박물관은 그것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내가 크게 내세울 것이 없음에도 온양민속박물관 후원회장을 맡은 이유이다. 나 혼자가 아닌 여러분들이 동참하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나와 함께 문화의 파수꾼이 되기를 희망한다. 길은 멀리 있지 않다. 실천도 어렵지 않다. 혼자서는 어렵지만, 함께라면 멀리 갈 수 있다. 조금 느리게 가면 어떠한가. 함께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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