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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균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아산의 색다른 손님

2024년 05월 21일(화) 17:22 [(주)온양신문사]

 

↑↑ ▲홍승균(홍가신기념관 관장)

ⓒ (주)온양신문사

우리 아산에도 고속도로가 개통됐고, 톨게이트가 생겼다. 흥미롭고도 신선한 소식을 접한 후, 멀리에서 아산으로 오는 길에 굳이 새 고속도로를 경유해 아산IC를 통해 귀가해 보았다.

그런데 고속도로를 통해 우리 고장 아산으로 진입하면서 바라보이는 정경은 언뜻 의아할 정도로 전에 없던 새 아파트 단지가 시야에 들어왔고, 거의 예술작품에 준하는 건축물의 미감과 위용이 시선을 자극했다. 건물마다 높이도 제각각이고 색채로 유려해 첨단도시의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이른바 ‘아산신도시’이다.

과거 경기도 분당이나 일산에서 느끼던 신도시의 기세가 떠올랐다. 외부 사람들에게는 ‘신도시’라는 이정표가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별천지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아산시민으로서는 날로 진행되는 우리 고장의 확산 과정으로 보일 뿐이기도 하겠다.

전국적으로 농촌지방은 절대 인구감소의 문제가 심각하다. ‘인구소멸 위험지역’이라는 용어가 회자되는 고장마다 고민이 깊어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매해 인구가 늘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로 느껴지는 아산인의 입장에서는 계면쩍다. 아산의 시민들이 출산율이 폭증해 인구가 늘어났을 리 없듯, 직장이나 제반 주거환경의 매력이 인구 유입의 요인으로 작용하였을 것은 자명하다.

필자는 지난해에 이어 아산의 오래된 고묘(古墓)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무척 특이한 점을 빈번하게 만나게 됐다.

우리 고장뿐만 아니라 국토개발의 진행되는 과정에서 오래된 조상의 묘역이 도로나 공장, 주택단지의 건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장을 하여 새로 모시게 되는 일은 비일비재한 사례가 돼 어있다.

어느 고장인들 옛 선현들의 오랜 묘소와 자취가 없으랴마는, 우리 아산에서 뿌리내린 문중에서 조성한 가족묘역에는 타 지역에서 모셔온 수백 년 전의 선대 묘소가 자리 잡고 있으며, 그 내력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석인상을 비롯한 고유의 상석과 망주석 등 묘지석물도 옛것 그대로 설치하고 꾸며놓은 현장을 많이 만나게 됐다.

↑↑ ▲탕정 밀양 손씨 묘역

ⓒ (주)온양신문사

우리의 고유 장례문화는 기존의 묘를 이장을 하게 될 경우, 봉분 주위를 단장했던 각종 묘지 석물은 재사용하지 않고 땅속에 묻는 것을 관례로 삼았다.

묘를 이장할 때는 처음 망자의 묘를 세울 때 참여했던 당시의 직계 유가족에 비해, 이미 먼 후손의 손길이다. 한치 걸러 두치라서 감정과 정성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니 묘지석물이 생략되거나 소략하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또 다른 이장의 풍습이 발견된다. 비록 세월 속에서 석물의 상태가 손상이 되거나 퇴색, 오염이 진행되고, 간혹 옛 석물의 규모가 작아서 남들 보기에 옹색할지라도 당대의 석물을 굳이 재사용하고 있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다. 후손의 의욕이 넘쳐서 좀 더 크기도 우람하게 비석과 석상을 새로 제작하기도 하지만, 번쩍이는 신식 돌의 광채에서는 옛인을 품고 있던 묘소의 관록이 베여있지 않은 데다, 현대의 기계음이 들리는 석물에서는 좀처럼 개성을 찾기 어렵고 일률적인 기성품의 느낌이 든다.

옛사람들에게 입신양명이야말로 자식으로서 할 수 있는 효행의 최대 실천방법으로 여겼다. 그래서 관직을 지냈거나 하사받는 것은 스스로의 출세를 넘어 가문을 빛내는 일이요, 조상 앞에 떳떳한 효행을 이루는 일이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은 모두가 양반(?)이 아닌가?

아산의 여러 문중에서 전국 각지에 산재해 영면하고 계시는 자신들의 직계 조상 중에서 과거 현달한 분들의 묘에 대해 옛 비석은 물론이요, 묘지석물을 그대로 이전하는 일은 자신의 가문이 결코 한미하지 않다는 것을 표방하는 것이요, 문중 일원에 자긍심을 심어주고자 하는 기획의 일환이고 또 후손에게 안겨주는 선물이다.

묘소는 곧 ‘음택’이라 칭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집을 ‘양택’이라고 하는데 비해 죽은 이의 집 즉 묘를 음택이라 한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이 또한 집이요 가구라 하겠다.

온 국토가 누적된 묘소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어서, 현행 장묘법은 공동묘지나 허가를 득한 집단 묘역을 제외하고는 지난날처럼 산에 사사로이 신규 묘소를 조성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

편히 쉬실만한 터를 어렵사리 택하여 새로 점지하는 작업도 난해하지만 또 이미 잘 모셔놓은 오랜 묘를 파헤치는 것은 유쾌한 일도 아니고 묘주에게 불경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다.

이미 여러 장소에 조성된 아산의 문중 묘역 중에는 저마다 주변 지형과 여건을 감안해 한눈에 보아도 정성을 들인 묘지와 진입로 그리고 재실까지 장엄하게 조성된 사례를 만나게 된다.

그중 외견상으로도 대단히 오래된 석인상과 비석을 갖춘 묘 중에서 다른 고장으로부터 아산 땅으로 이장해 온 묘소 및 석물을 만나면 무척 흥미롭다. 그 주인공들은 문중의 소종파 시조나 현달했던 조상이어서 비교적 웃어른일 수밖에 없고, 문중묘역의 최고 상단에서 상징적 어른으로 모셔져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양주 조씨, 밀양 손씨, 전주 이씨, 청주 한씨 등 상당히 많다. 이는 제법 비용이 드는 작업이며, 본래 있던 묘역의 현지인과의 협의도 만만치 않은 일이고 또 집안에서도 공의가 필요한 일이라서 무척 고단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굳이 옛묘를 해체하고 또 싣고 와서 단장하는 그 뜻을 헤아려 본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은 이는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많이 남은 후손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물질적 재화와 권세를 넉넉히 주면 서로가 좋을 것이나, 명망있는 조상의 묘를 단장하는 일은 오늘의 나와 미래의 나를 잇게 하고, 자랑스레 여길 수 있도록 하는 방편으로 바로 조상을 숭앙하고 수렴하는 일이다.

오늘의 내가 영원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나의 미래에도 내 묘소를 잘 부탁한다는 무언의 지침이다. 그래서 조상의 묘를 단장하는데 그리도 공을 들이는 것이다.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자.
외부로부터 오랜 묘소가 아산으로 온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아산의 문화자산이 증대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한 세대를 지나면 아산의 인물로 또 아산의 옛 금석문 자산과 석인상 조각으로 문화자산화 된다고 생각한다. 아산의 시민들이 보다 뿌리깊은 가문의 자손이 되는 계기가 될 것이며, 문화유산의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풍부한 고미술 석조각품을 보유한 문화도시가 되는 것이다.

아산 출신 조상들이 전국의 여러 고장에 산재한 묘소를 아산으로 과감히 옮겨올 수 있는 역량을 지닌 가문이 많다는 것은, 아산에 제반여건이 갖추어진 가문이 생겨났다는 반증이다. 이는 강력한 뿌리의식과 자존심 그리고 경제력의 뒷받침이 구비될 때 가능한 일이다.

↑↑ ▲염치 전주 이씨 묘역

ⓒ (주)온양신문사

새 가구들이 희망을 안고 아산에 입주하고 둥지를 틀어 아산의 새 식구가 되었듯이, 어느 성씨의 조상이자 우리 고장 사람들 모두의 조상들 중 큰 어른들도 속속 아산에 음택을 마련하여 이주하였고 영원히 쉬시게 됐다.

산사람도 버거운데 겨우 묘소가 들어오냐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다른 외지로부터 가문의 웃어른을 모셔올만한 힘! 즉 경제력과 포용력, 숭조정신이 있는 아산이라는 한 단계 격상된 도시의식이라 여겨진다.

아산의 터전에 수백 년 선인들의 석조각 작품이 덩달아 유입되는 것이요, 먼 훗날의 미래세대에게는 탁월한 문화자산을 마련하는 것이다.

묘소가 아산에 오는 것은 피장자 즉 묘주가 오는 것이다. 고명하신 옛 인물들이 오는 것이다. 조선의 고아한 선비와, 학자 그리고 기개 높던 장군들이 아산에 오는 것이다.

반가운 일이다. 더불어 그들의 생애, 삶의 내용까지 아산에 오는 것이고 새로운 스토리가 풍부해지면서 문화역량이 살찌워지는 것이다. 아산의 성씨와 관련된 인물사에 자양분이 되는 것이며 근거가 되는 것이고, 모든 성씨 간의 혼맥과 학맥으로 연결된 퍼즐이 좀 더 구체적으로 꿰어지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은 어른들이 괜한 일을 벌여서 ‘풀 깎을 숙제’만 주었다고 투덜 거릴 것이 아니라, 아산 땅에 까마득한 조상님을 어렵사리 모시고 또 묘를 단장하는 어른의 속내를 알아차렸으면 좋겠다.

각박한 현대사회의 사건 사고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어른이 부재한 세상’이라서 초래한 현상이라고들 한다. 우리 고장에서 영면하실 터를 잡으신 선조들이 오심을 어른 손님들이 오셨다고 반갑게 생각하자!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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