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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석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은혜를 잊지 않은 외손 봉사

2024년 02월 08일(목) 19:31 [(주)온양신문사]

 

↑↑ ▲천경석(아산향토연구회)

ⓒ 온양신문

아산에는 외손봉사(外孫奉祀)를 계속해 온 주요 집안들이 있다. 말 그대로 외손자와 그 후손들이 대대로 제사를 받들어 왔다는 이야기다. 그것도 자그마치 수백 년이나 이어왔으니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간소화란 명분으로 부모님의 제사조차 대충 지내거나 그냥 넘어가는 일도 드물지 않은 오늘날까지 외손봉사가 계속된다는 것은 분명 특별한 의미가 있다.

염치읍 대동리에는 남양홍씨 집안(토홍계)이 오랫동안 세거해 왔다. 만전당 홍가신(1541~ 1615) 선생의 그 집안이다.

홍가신의 아버지 홍온(1521~1579)이 흥양신씨 집안 김제군수 신윤필의 딸과 혼인한 뒤 흥양신씨 근거지 중 한 곳인 대동리에 자리잡게 됐다.

정확히 언제 대동리로 들어와서 거주하기 시작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늦어도 홍가신 때부터는 살았음이 분명하다. 그 남양홍씨 문중에서 후손이 끊어진 흥양신씨 신윤필에게 지금까지도 외손봉사를 계속하고 있다.

송악면 외암1리의 외암 마을은 예안이씨 집안이 살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그 예안이씨 집안도 이사종(?~ 1589)이 평택진씨 참봉 진한평의 맏딸과 혼인하면서 1546년에 송악으로 들어왔다.

아들이 없던 진한평의 재산을 물려받아 경제 기반을 마련했고 후손이 번창하여 오늘의 외암 마을을 이루게 되었다. 예안이씨 집안도 진한평 내외의 제사를 계속 이어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집안은 덕수이씨 집안 이순신(1545~1598)의 후손이다. 이순신 13세(추정) 무렵 아버지 이정은 서울살이가 어려워 가족을 이끌고 처가 마을인 염치 백암리로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이후 이순신은 21세 되던 1565년에 바로 이웃 마을의 상주방씨와 혼인했다.

보성군수를 지낸 방진의 무남독녀라 한다. 이순신 내외는 방진의 가산을 물려받아 물적 토대를 마련했다. 이순신 살았던 고택도 방진이 남긴 집이었다고 전해진다.

방진과 부인 남양홍씨 내외의 묘는 현충사 경내, 은행나무 북동쪽에 있다. 이순신의 후손들은 그 은혜를 잊지 않고 외손봉사를 이어 오고 있다. 도리를 지키는 아름다운 일이다.

오래전, 고등학생 때 의례와 형식을 부정하고자 하는 나에게 형님은 그릇이 있어야 물을 담을 수 있다고 했다. 그 재료나 모양은 상관없을 수 있어도 그릇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반박할 논리가 없어서 결국 내가 졌고 결혼식에 참석했었다.

세상에 있는 모든 존재는 나름대로 존재 의미와 가치가 있고, 세상의 일들 대부분은 분명 이유가 있었다. 탐욕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그 본질적 의미와 이유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형식이나 방식은 변하더라도 말이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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