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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석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2022년 12월 30일(금) 14:33 [온양신문]

 

아산의 정체성 이야기

↑↑ ▲천경석(아산향토연구회)

ⓒ 온양신문

며칠 전에 아산의 역사적 정체성에 관해 나름 깊이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 그 생각을 하면서 정체성의 ‘학문적 의미’까지 깊이 따질 일은 아니었다. 그저 ‘아산의 역사와 문화에서 아산을 상징하고 대표하는 특징’으로 보고 그 특징을 생각하는 것이다. 역사적 정체성이니 현재 아산시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첨단 산업, 아파트 단지 등은 일단 논외로 한다.

아산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진 시민이면 누구나 자신의 기준과 이해 정도에 따라 몇 가지 특징을 꼽을 수 있다.

일단 온양온천과 이순신이 먼저 떠오른다. 조금 덧붙인다면 온양온천과 온양행궁, 이순신과 현충사 이렇게 될 것이다. 이어질 정체성 요소는 무엇일까. 아산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전공 분야와 관점에 따라 내용과 우선순위가 조금씩 다를 것이다.

잠시 다른 얘기를 먼저 해보자. 전에도 한 번 이야기를 나눴던 내용인데, 아산의 대표적 역사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다.

온양온천역 하부 공간의 벽면에 ‘아산을 빛낸 역사 인물’ 네 분의 석재 부조가 있다. 2010년 말에 조성했는데 맹사성, 장영실, 이지함, 이순신 등이다. 장영실이 언제 어떻게 아산을 빛냈나?

신정호 공원의 이순신 동상 진입로에는 이순신, 맹사성, 장영실, 김옥균, 이지함, 윤보선의 초상화나 사진이 차례로 세워져 있다. 김옥균이 아산을 빛낸 적이 있나?

장영실, 이지함, 김옥균은 ‘아산과 관련된 역사 인물’이지만 필자 기준으로 아산을 빛낸 ‘아산의 대표적 역사 인물’은 아니다. 누가 무슨 근거와 기준으로 그렇게 선정하고 나열했을까.

2017년 말에 아산시 문화관광과에서 특별한 일을 진행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서 ‘아산 관광 10선’을 선정한 일이다. 경치 중심의 ‘아산 관광 10경’을 관광 중심으로 바꿨다. 기존의 ‘아산 관광 10경’ 내용은 잘 알지 못한다. 누가 선정했는지도 알 수 없다. 새로 선정된 ‘아산 관광 10선’은 다음과 같다.

△영인산자연휴양림 △공세리성당 △온양민속박물관 △아산환경과학공원 △세계꽃식물원 △곡교천 은행나무길 △신정호 호수공원 △아산 외암마을 △현충사 △온양온천

대부분 공감되는 내용이다. 강당골, 설화산, 봉곡사 소나무길, 걸매리 갯벌 등이 빠져 있지만, 경치 중심이 아니어서 그런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 생각과 조금 다른 점이 있기는 해도 잘못 선정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시민 의견 수렴 + 전문가 의견’이라는 선정 과정에 어느 정도 정당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산 관광 10선’이 요즘 또 흔히 ‘아산 10경’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하는 점은 좀 혼란스럽다.

필자는 아산의 역사적 정체성과 관련하여 지리 요소로는 아산만, 온양온천, 영인산, 곡교천과 고분다리, 설화산, 광덕산 등을 우선 중시한다. 역사 인물로는 이순신, 맹사성, 홍가신, 이간, 조상우 등을 먼저 생각한다.

역사 문화 유산으로는 온양행궁, 여러 산성, 공세곶창과 공세리성당, 봉곡사, 세심사, 현충사와 난중일기, 외암마을과 관선재, 평촌리 석조약사여래입상, 기사계첩 등이 먼저 떠오른다. 물론 다른 문화유산들도 소중하다.

위에 열거해본 여러 가지의 우선순위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복잡한 고민이 시작된다. 물론 확인되는 근거를 바탕으로 해서 우선순위에 맞춰 나열해볼 수는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객관적으로 판단한다고 해도 그 선정이 가장 합리적이고 적절하다고 단언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일은 반드시 다른 분들과의 협의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산시는 박경귀 시장의 주도로 아산시 역사박물관 건립을 추진한다. 시립 박물관 건립을 간절히 소망했던 필자로서는 여간 반갑고 고마운 일이 아니다.

역사박물관에는 아산의 역사적 정체성과 관련된 내용들이 담겨야 할 것이다. 여러 가지를 중심으로 할 수도 있고 한두 가지를 대표적으로 중시할 수도 있다.

박물관의 내용물은, 예컨대 온양온천을 핵심 주제로 할 수도 있지만, 덜 유명하더라도 오랫동안 살아온 집안의 유물이나 재화 가치는 적어도 의미가 있는 포구 당집의 유산 등 다양한 요소들도 더불어 배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기회에 아산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전문가와 시민의 공론화와 숙의 과정을 통해 일정 정도 협의된 내용으로 공감대를 만드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온양온천역 아래의 ‘아산을 빛낸 역사 인물’처럼 몇 사람이 멋대로 선정하고 추진하면 과오를 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세워지는 박물관에 뒷말이 무성해서는 안 될 것이고, 시민들이 아산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과 자긍심을 갖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관련 전문가와 시민들의 참여와 동의를 바탕으로 멋지고 정당한 아산 역사박물관이 세워지길 간절히 기대한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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