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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완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2022년 12월 05일(월) 11:28 [온양신문]

 

노년의 삶

↑↑ ▲맹주완(순천향대학교 아산학연구소 부소장)

ⓒ 온양신문

우리 역사에서 긍정적인 변화들을 이끌었던 세대는 노인일까 젊은이들이었을까.
개미의 세계는 어떠할까. 젊은 개미들 간에 싸움이 벌어지면 늙은 개미들이 제일 앞줄에 서는데, 나이가 들수록 딱딱해진 껍질이 강력한 무기가 된다고 한다.

어떤 물건을 끝까지 유용하게 쓰고 작별을 고했을 때 느끼는 쾌감처럼 우리 인생도 마지막까지 온전히 소모했을 때 우리의 소임이 끝나는 것이다. 늙음은 피해갈 수 없는 자연의 이치지만 의존적이어서는 안 되고 이런저런 궂은일에 앞장서야 한다.

우리의 소소한 삶들이 모아져 큰 역사의 흐름을 만드는 것이므로 역사의 일부이며 주체로서 우리는 마지막까지 소임을 다해야 한다. 어느 심리학자의 주장처럼 노년은 신체적 지능이 최고의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E.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에서 바다를 인간의 삶의 터전에 대한 은유로 상징화하였고 노년의 가난과 고독, 죽음과의 사투를 멋지게 묘사하여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헤밍웨이가 묘사한 노인은 지적이기보다는 힘센 노인의 모습이다. 조각배를 타고 혼자서 고기를 잡으며 먹는 음식이래야 커피 한 잔에 바다거북이 알 정도다. 노인은 84일 만에 길이 5.5m, 무게 700kg의 황새치를 낚는데 성공한다.

노인은 상어 떼와 사투를 벌이면서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다.”고 중얼거리고 결국 앙상한 뼈만 남은 황새치와 함께 귀환한다.

우리는 누구나 환갑이 지나고 의도적으로 근력운동을 하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매년 4%씩 근육이 사라진다고 하는데, 인생의 여정에서 계절이 바뀌면 삶의 방식도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리어왕에게는 세 명의 딸이 있었다. 리어왕이 딸들에게 묻는다. “너희는 나를 얼마나 사랑하느냐?” 첫째와 둘째 딸은 모두 “아버지를 최고로 사랑해요.”라며 아버지가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로 환심을 산다. 셋째 딸은 “아버지는 비록 왕이시나 모든 사람의 사랑을 기대하지는 마세요.”라며 뼈있는 소리를 한다.

당연히 영토와 권력은 첫째와 둘째딸의 차지가 됐고 셋째 딸은 그 모든 것에서 제외된다. 결국 늙은 리어왕은 두 딸들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셋째 딸은 아버지를 도와 복수하고자하나 죽임을 당한다.

판단 착오를 일으켰던 리어왕은 싸늘하게 식은 셋째 딸의 주검을 안고, 때 늦은 후회를 하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울부짖는다. W.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의 플롯이다.
회한 없는 노년의 삶을 원한다면 심신이 부드러워져야 한다. 우크라이나를 향해 전쟁의 단추를 누른 노인 V. 푸틴의 ‘서늘한 여름’과 같은 오싹한 삶보다는 ‘자유로운 개인’의 확장이 훨씬 값지리라.

어느 인문학자는 1960년대를 세계적으로 ‘자유·저항·혁명·진격’의 시대로 규정하면서 그 10년 동안 ‘한복판을 온몸으로 체험했고 그때의 정신을 끝까지 놓지 않고 자신의 삶을 견고하고 일관된 모습으로 보여준 사람’으로 올해 80세에 이른 B. 샌더슨을 지목하였다.

노인 샌더슨은 열정과 헌신의 신념으로 2020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도 출마하여 대단한 돌풍을 일으켰지만 결국에는 대의를 위해 후보직에서 사퇴하고 만다.

샌더슨에 환호했던 이유는 그가 1960년대 청년 시절에 품었던 진보적 가치를 아직까지 고수하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실에 안주하거나 기득권에 집착할 때 기성 체제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개혁을 요구한 ‘용감한 노인’이었기 때문이다.

1960년대 대한민국에서 4.19세대가 부르짖었던 가치와 신념이 잘못됐다고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과연 그 시대정신을 지금까지 온전히 고수하고 있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하지만 60년 전이나 현재나 인종차별에 반대하고 여성해방(양성평등)을 부르짖으며 반전(反戰)을 외치고 인권과 정의를 보편적 가치로 삼는 것은 만고불변(萬古不變)의 진리이다.
일찍이 로마의 지성 M.T.키케로도 노년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 바 있다. “큰일은 체력이나 민첩성이나 신체의 기민성이 아니라, 계획과 명망과 판단력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네. 그리고 이러한 자질들은 노년이 되면 대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늘어난다네.”

↑↑ ▲가을 끝 무렵 ‘아산 맹씨행단’(배방읍 행단길 25) <사진제공=맹주완>

ⓒ 온양신문

청렴한 관리였던 고불(古佛) 맹사성(1360-1438)은 고령임에도 정무감각이 뛰어나서 세종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았으며 76세가 돼서야 퇴직하였고 79세의 나이로 작고하였다.

고불의 부고 소식을 들은 세종은 “그대는 본성이 맑고 지조가 고결하며… 결정함에 사사로움에 치우치지 않았고… 음악의 가락을 잘 이해했고… 그대와 나라에 큰일을 논의하였는데.… 하늘이 모셔갔으니 어쩌란 말인가”하는 애도의 글을 하사하였다.

고불은 노년에도 국가의 큰일을 감당했으며 아산에 내려와 살면서도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는 삶을 이어갔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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