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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석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2023년 07월 09일(일) 10:28 [(주)온양신문사]

 

‘온양 말’ 이야기

↑↑ 천경석(아산향토연구회)

ⓒ 온양신문

‘온양말’은 ‘온양에서 쓰는 말’이라는 뜻으로 꽤 오래 전, 대략 30년쯤 전부터 임의로 만들어서 써온 말이다.

혼자 만든 말이지만 다른 분도 써왔을 수 있고, 문장으로 쓰면 쉽게 뜻은 통한다. 예컨대, ‘온천을 온양말로는 원천이라고도 했다.’라고 말하면 예전에 원천이라는 말을 썼던 분들은 물론이고 젊은 분이나 이주해오신 분들도 ‘온양말’의 뜻은 알아들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는 ‘아산말’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아직은 ‘온양말’이 익숙하다.

어쨌든 ‘지역주의자’를 자처하고 나 자신을 지역색이 강한 사람이라고 의도적으로 소개하는 사람으로서 아산시 지역의 ‘지역 말(지역 언어)’을 매우 소중히 생각한다.

속이 좁아서 사투리라는 말은 아직 싫어한다. 사투리는 한자어로는 방언(方言)이고 풀어서 지방말이라 ‘지역 말’과 비슷한 듯하지만 따지고 보면 다른 말이다. 지방은 중앙 또는 서울과 대비되는 말이어서 결국 구분하고 차별하는 말이니 ‘지역’이 좋다. 한자어와 우리말을 붙인 말이기는 하지만 ‘지역 말’이라 쓰려고 한다.

좀 다른 내용인데, 지난주에 지인과 요즘 말 쓰이는 것에 대한 마음 불편함을 이야기했었다. 지인은 확실한 내용에도 어법에 맞지 않게 ‘ ~한 것 같다.’라는 표현을 많이 쓰고 있다고 걱정한다.

나는 ‘너무’라는 말이 너무 많은 정도를 넘어 ‘너무’라는 표현만 쓰인다고 아쉬워했다. 내 말버릇에서 너무는 대개 기준이나 정도를 넘어 지나치다는 경우에 쓰는 부정적 표현이었다.

최근에는 긍정적인 경우까지를 포함해서 오직 너무라는 말만 쓰고 있다. 한자어에서 비롯된 말도 있지만 매우, 무척, 되게, 굉장히, 대단히, 엄청나게, 무지하게, 아주, 정말, 진짜, 몹시 등 여러 말들이 있는데 이런 말들은 곧 잊힐 것 같아 걱정스러워서다.

젊은 세대의 줄임말과 신조어는 늘 그래왔던 것이니 그러려니 한다. 영어를 남발하거나 어색한 서양식 표현은 여전히 불편하다. 우리말과 지역말에 관심이 있어서 더 예민한 탓이리라.

다시 아산 지역말로 돌아가자. 말과 말버릇은 끊임없이 변화해왔고 변화한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또한 시군 단위의 고유한 말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아산 지역에서 쓰던 말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음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엊그제 다른 분과 배방읍 휴대2리 증산터 마을에 갔을 때 ‘꼬작샴’이라는 우물(샘) 이름을 들었다. 마을에서 가장 큰 공동 우물이었고 요즘도 산신제 제물 장만 때 물을 쓰고 위하는 오래된 우물이다.

그 이름을 일러주신 80세 가까운 주민도 뜻은 알지 못한다고 말씀하셨다. 골짜기인가 뭔가 하면서 머릿속에서 오랫동안 맴돌았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꼬작지라는 말이 떠올랐다. 꼭대기라는 뜻이고 ‘꼬작지까지 올라갔다.’라는 식으로 어릴 때 들었거나 썼던 말이다.

증산터 마을에 있던 세 우물 중 마을 위쪽 꼭대기에 있는 우물이라서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 ▲휴대2리 증산터 마을 '꼬작샴'

ⓒ 온양신문

‘꼬작샴’ 때문에 괜스레 마음이 급해진다. 주제넘게 아산 지역 말을 한번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고 틈틈이 적어놓기도 했는데, 이제 여쭤볼 분들 만나기가 쉽지 않겠다는 위기의식이 생긴다. 「아산 지역 말 사전」 정도의 거창한 이름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큰일이다.

아산 지역 말은 소두방(솥뚜껑), 언태(여태), 하냥(함께)처럼 발음이 서울 등지와 다른 경우가 많다.

엊그제 갈매1리 할머니에게서 들은 ‘오얄머니’는 누구나 외할머니임을 알 수 있다. ‘검불을 들여서 ~~’의 ‘들이다’는 곡식 낱알을 골라내기 위해 검불을 바람에 날리거나 해서 없애는 일인데 표준어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숫제(차라리)나 모갯돈(목돈), 여느(보통, 일반)처럼 아산 지역 말로 알고 있었던 낱말 중에는 국어대사전에 나오는 표준어인 경우도 많다. ‘일차적으로 또는 애벌로’라는 뜻의 지역 말 ‘아시’는 어릴 적부터 많이 듣고 썼던 귀하고 예쁜 말이다. 찾아보면 아주 많을 것이다.

아산 지역 말고 같은 마을의 친구도 모르는 말을 어릴 때 형님들께 배워서 썼던 기억이 떠오른다. ‘꼬랑 찌랑 앉을 자리 좋다. ~ ~ ’ 말잠자리 암컷을 잡아서 가는 실로 가슴을 묶은 뒤 2~3m 정도 길게 늘인 실 끝을 붙잡고 있으면 그 잠자리가 날면서 허공을 빙빙 돈다.
어느 순간에 크고 색깔 고운 수컷이 날아와 붙으면 실을 살살 잡아당겨 그놈을 재빨리 움켜잡았다. 그때 수컷을 기다리며 주문처럼 부르던 노래의 첫 소절이다.

꼬랑은 말잠자리 수컷, 찌랑은 암컷이다. 혹시 일본어에서 온 말인가 싶어서 일본어를 잘 아시는 교수님께 오늘 여쭸는데 처음 들어본 말이라고 하신다. 중국어 쪽인가? 우리 식구들만 쓰던 말이었나?

아산 지역 말을 정리해보고 싶지만, 한국어나 문학 전공자가 아닌 데다가 벌써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 단어 따위가 잘 생각나지 않는 일이 종종 있어서 걱정이다. 더구나 여쭙거나 확인할 만한 분들도 이제 점점 뵙기가 어려워질 테니 마음만 급해진다.

여전히 욕심은 있어도 어차피 혼자 하기에는 벅찬 일이니 이 일을 함께할 분들을 만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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