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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혁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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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에서, 다시 만난,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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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6월 23일(금) 17:53 [(주)온양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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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임윤혁((사)도농콘텐츠연구회 연구소장) | ⓒ 온양신문 | 우연히 영화 한편을 봤다. 2020년 제작된 독립영화로 어린 소녀들이 등장해 재잘거리는, 전혀 영화 같지 않은 신선한 전개에 호기심이 일어 도입부를 보다가, 귀에 익숙한 ‘신창역’이 등장하고 아산 곳곳이 나오는 바람에 결국 끝까지 보게 됐다.
영화는 1991년생으로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 전문대학원 동기인 권민표, 서한솔 두 사람이 시나리오와 감독을 맡아 공동 연출한, 두 감독 모두에게 첫 장편영화인 <종착역>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영화는 2021년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어린이·청소년 영화 부문에 초청받기도 했었다.
영화는 ‘세상의 끝을 찍어오라는’ 사진동아리 선생님이 내준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일회용 필름 카메라 하나씩을 들고 길을 나선 중학교 1학년 여학생 네 친구의 여정을 담고 있다. ‘세상의 끝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할까?’ 고민하던 네 친구는 전철 1호선 종점인 ‘신창역’으로 가보자는 그 또래다운 현실적인 결정을 내리며 시작된다.
그런데, 종착역만 생각하고 길을 나선 아이들은 세상의 끝은커녕 철길마저도 얽히고설키며 다음 역으로 향하고 있는(장항선) 신창역에 내려 망연자실 당황한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사태 수습에 나선 아이들은 주위 어른들의 조언(?)을 따라 진짜 철도가 끊긴 옛 신창역사로 향하지만, 아이들은 폐허처럼 을씨년스러운 역사 앞에서 다시금 절망한다.
그렇게 세상의 끝을 찾아 나선 아이들은 신창 오목리 구 역사나, 도고 향산리 마을회관 등으로 옮겨 다니며 비도 피하고 식당에 들어가 밥도 먹고 시간이 늦어 잠도 청하는 꼬박 하루의 여정을 그 또래 특유의 치기와, 가끔은 또래를 넘어서는 담담함으로 소화해낸다.
감독들이 안배한 영화를 끌고 가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는 아이들의 대화와 일회용 필름 카메라로 찍은 스틸 이미지이다. 아이들의 대화는 짜여진 시나리오 없이 상황에 따라 배우들에게 즉흥적으로 맡긴 듯 지극히 사실적이며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래서인지 세상 끝을 향하는 아이들의 여정은 낯설면서도 동시에 현실적이며 친숙하기까지 하다.
영화 중간중간 삽입된 스틸 사진은 초점도 맞지 않고 구도도 제대로 잡히지 않은 어설픈 이미지들이지만, 철저하게 관찰자의 시점으로 배우들의 시선을 그대로 좇으며 때론 당혹스러움을 또 때론 새로운 풍경과 만나는 설렘 같은, 아이들이 느끼는 내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치로 작용하기도 한다.
<종착역>을 연출한 두 감독은 아마도 애초 아이들의 기대나 상상과는 달리 세상에는 수많은 종착역이 존재하며 그 종착역들이 서로 연결되고 새롭게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을 통해, 현대인들이 목숨 걸고 달성하려는 최종 목표의 허구를 짚어보고 싶었던 듯하다.
실제로 서한솔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 인터뷰에서 “하나의 목표를 정해놓고 그곳으로만 가도록 만드는 한국사회를 도식적으로 그려보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이들의 여정과 그 과정에서 만나는 다양한 장소와 사람과 느낌을 전달받으며 관객들은 각자 자신이 걸어왔던 지난날들을 한번쯤 돌아보고 앞으로 가야 할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라는 게 두 감독이 <종착역>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였을 것이다.
아무려나, 내가 이 영화를 결국 끝까지 보게 된 데는 감독의 의도나 메시지완 관계없이 담담하고도 신선하게 전개되는 극의 흐름과, 너무도 당연하게도 내가 사는 고장의 동네방네를 언급할 수 있어서이다.
게다가 영화를 보고 있자니 어떤 강박이나 의무도 없이 그저 마음 가는 대로 가볍게 따라 갈 수 있어 너무 편했다.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아등바등 편 가르고, 저들끼리 결말 내놓고, ‘모 아니면 도’라고 사생결단 덤벼든단 말인가.
소소한 것에 집중하고, 거기서 작으나마 만족을 느끼고, 영화 속 아이들처럼 솔직하고 깔끔하게, 때로는 치기어린 낭만에도 젖어보며 한 걸음 뒤처지게 따라가는 삶이, 때론 훨씬 더 만족스럽지 않겠는가. 까짓 행복이 뭐 별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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