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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균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2023년 06월 07일(수) 11:58 [(주)온양신문사]

 

인주 대윤사 미륵불

↑↑ ▲홍승균(홍가신기념관 관장)

ⓒ 온양신문

코로나가 진정되고 맞이하는 올봄의 꽃은 몇 년 만에 더욱 다복하게 느껴져 각광을 받았다. 그리고 한바탕 꽃의 향연이 마무리될 즈음 아산 곳곳의 길가에 문득 나타나 눈길을 정화시켜 주는 예쁜 꽃봉오리가 있었다. 바로 부처님 오신날을 기념하여 가로수에 걸어놓은 사찰의 연등이다.

거리에서 차장밖으로 연등이 등장하면 ‘이 부근에도 절이 있나 보군’ 하여 굳이 안내판이 없더라도 사찰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정치홍보 현수막에 식상하고, 난립하는 광고안내 현수막에 지칠 즈음 색색이 어여쁜 동그라미 연등은 눈 맛을 시원하게 한다.

고대 인도는 4진법을 사용했다. 그래서 불교교리에서도 4성제·8정도·12연기·108번뇌와 같은 개념이 탄생하였고, 석가모니의 탄생일도 자연스레 4월 8일이 되었다.

봄꽃이 화려하고 한 해 농사를 위한 파종과 모내기철이니, 교조의 생일을 희망의 계절로 택한 혜안이 훌륭하다. 그만큼 좋은 계절이다.

이는 로마의 동지였던 12월 25일을 예수의 탄생으로 설정했듯, 연말연시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다짐하는 크리스마스 날짜가 탁월한 시기 선택이었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 ▲인주 대윤사 미륵불

ⓒ 온양신문

 

인주면 해암리에는 ‘대윤사’라는 비교적 신생사찰이 아담하게 법음을 펼치고 있다. 대윤사의 주법당은 대각전(大覺殿)인데 2층 구조로 돼 있으며 주존불로는 석조 미륵불상이 봉안돼 있다.

미륵불은 불교의 교조 석가모니불이 열반에 든 뒤 미래세계에 나타나 중생을 구제한다는 사상에 입각해 조성했으며, 그만큼 민중들에게 오랜 신앙의 대상화가 되어있는 미래불이다.

우리 선조들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미륵을 찾아 의지했다. 미륵불을 예경하면서 희망을 지폈고 새 삶의 의지를 다지고, 새로운 세상을 일구는 꿈을 꾸었다. 그래서 미륵불은 늘 가까이서 함께 살아온 벗이자, 지엄한 어버이처럼 대했다.

해암리의 옛 지명은 ‘한절골’ 혹은 ‘한자골’이다. ‘한절’은 곧 큰 절이 있었다는 의미이며, 조선시대까지도 큰 절이 있었다고 전하는 곳이다. 지금은 옛 사찰의 흔적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을 만큼 그 흔한 초석하나도 남아있지 않지만, 현재 대윤사에 봉안돼 있는 미륵불은 바로 해암리의 들판에 서 있었던 석불을 옮겨온 것이다.

옛 절은 없어지고 목탁소리와 향내음은 이미 인주벌판을 가로지른 서해 바닷바람에 흩뿌려진 지 오래이다. 그러나 절이 없어진 후에도 오랫동안 해암리에서 오가는 이들의 기원을 들어주며 들판에서 의지처가 되었던 미륵불이다.

대윤사 미륵불은 아산에서도 드물게 완벽한 환조형태로 조성된 걸작이며, 높이가 2m를 넘는 거불이다. 이 미륵불은 한때 삿된 이의 그릇된 욕심으로 미륵불은 도난을 당했고 3년여의 과정을 거쳐 다시 되찾은 사연을 지니고 있다.

그 후 불심 깊은 독지가의 노력으로 대윤사가 창건되고 이로부터 미륵불상을 법당 실내에 봉안하게 됐다. 대윤사의 미륵불은 조성연대가 고려나 조선시대 혹은 그 후대에 대한 의견이 합치되지 않은 상태이며, 오랫동안 보류돼 오다가 2021년에 비로소 아산시 향토유산으로 지정됐다.

대윤사가 소재한 인주면은 향후 큰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서해선 복선전철의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바 당초 계획보다는 지연됐지만, 2024년 봄에 개통이 확정됐다.

특히 아산을 지나는 구간에는 ‘인주역’이 개설된다. 또 KTX와 철도노선의 연계가 결정됨으로써 인주에서 서울까지는 불과 30분가량 소요되는 획기적인 변혁기가 도래할 것이다.
이는 아산시에서 상대적으로 개발에 소외됐던 서부지역의 발전에 큰 마중물이 될 것이며, 인주역을 기준으로 새 바람이 일어나 바야흐로 서해안 시대가 만개되어 아산의 균형발전이 무척 기대되는 바이다.

상가가 들어서고 더불어 주택단지가 들어서는 것처럼 외형적인 변화가 따르겠지만 여기에 더하여 꼭 동반해 내실을 기해야 할 부분은 바로 문화적인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다 보면 ‘신창’이라고 쓰인 전철의 노선안내에 슬며시 미소를 짓곤 했다. 아산시의 신창면에 대해 이토록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게 될 줄 그 누가 알았을까?

이제는 ‘인주’ 차례이다. 조선시대에 인근 40여 고을로부터 세곡을 모았던 물류창고이자 도성으로 분주히 실어 날랐던 인주였다. 가뭄이 심하다가도 막상 장마 때면 물난리가 잦아 척박한 환경에서 농사짓던 해암리의 옛 선조들,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각종 해난사고에 가슴 졸였던 가족들과 웃고 울었다.

그러면서도 마을 옆에서 그들에게 한결같이 미소로 보듬어주었던 한절골의 미륵불이다. 이제 더 이상 없을 해난사고나 홍수피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시절에 살고 있다.

미륵불은 그 본령을 이미 다 했다. 그러나 화강석 돌미륵은 이 고을의 모든 사연과 염원, 그리고 희망이 응축되어 메모리화 되어있는 산 역사의 결정체라는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또한 대윤사 뒤언덕의 형제송은 시련과 사랑을 징표로써 인주지역 사람들과 함께 현재까지도 푸르름을 간직하고, 숨쉬며 살아온 조상님과 진배없다.

늦게나마 아산시 향토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매우 잘된 일이지만, 고려시대가 아닌 조선시대 양식으로 조성되었다 한들 석불에 내재된 인주사람들의 기도소리와 역사성이 가치절하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인주역과 함께 번영을 구가할 서부지역에 잿빛 빌딩군의 건설뿐 아니라, 그에 걸맞는 문화여건도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그 일환으로 대윤사가 종교시설물이 아닌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재인식되고, 형제송과 더불어 보다 깊은 관심이 뒤따르길 소망한다.

그래서 아산시민과 인주면민은 물론 더욱 많은 이들로부터 주목받는 공간이 되고, 따뜻하게 사랑받는 사찰 그리고 소나무가 되었으면 좋겠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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