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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정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구봉령의 한시 「신창동헌즉사 이절」

2023년 05월 20일(토) 14:09 [(주)온양신문사]

 

↑↑ 유은정(순천향대학교 초빙교수)rn

ⓒ 온양신문

구봉령(1526~1586)은 안동 출신으로 조선 전기 문신이자 학자이다. 호는 백담으로 1545년 이황의 문하에서 수학하였다. 1546년(명종 1)에 사마시에 합격하였고, 1560년 별시문과에서 을과로 급제하여 승문원부정자, 예문관검열, 홍문관정자 등을 거쳤다.

1573년(선조 6)에 직제학에 올랐고, 이후 동부승지, 우부승지, 대사성, 전라관찰사, 충청관찰사 등을 지냈다. 암행어사로 황해도, 충청도 등지에서 어지럽던 민심을 수습하기도 하였다. 1576년 4월 충청도관찰사를 역임하였는데, “청렴하고 공정하며 위엄이 있어” 호서의 백성들이 모두 그의 선정을 칭송하였다고 한다.

구봉령은 1000여 수가 넘은 시를 남겼다. 『백담집』은 구봉령의 문집으로 1645년 김계광이 편집, 간행하였고, 속집은 1691년 이유수․김성구가 만들었다. 문집에는 시를 비롯하여 부, 소, 차, 계, 의, 서, 축문, 제문, 묘갈명 등 다양한 글이 실렸다.

구봉령의 문집에는 아산 지역을 노래한 작품이 남아 있다. 「신창동헌즉사 이절」(『백담집』 제1권), 「부차아산헌운」(『백담집』 제2권), 「온양동헌운」(『백담집』 제4권)이 그것이다. 이 글에서는 「신창동헌즉사 이절」을 살피고자 한다.

신창 동헌에서 광경을 읊다 「新昌東軒卽事 二絶」 (『백담집』 제1권)

밤이 다 지나 샛별 반짝이고 / 漏盡殘星夜
닭울음소리에 먼동이 트네 / 鷄鳴曙色初
화단의 대숲에 이슬이 맺혀서 / 一壇叢竹露
드문드문 들려오는 찬 물방울소리 / 寒韻滴來疏

아침 해가 푸른 산에서 떠오르니 / 霽旭昇靑嶂
먼 허공에 붉은 노을 흩어지네 / 遙空散紫霞
작은 난간이 산 그림자 속에 있어 / 小闌山影裏
푸른빛이 주렴 가득 비끼네 / 嵐翠滿簾斜


위 시는 신창의 동헌에서 해가 뜨는 광경을 노래하고 있다. 샛별이 반짝이는 이른 새벽, 닭울음소리는 아침을 깨운다. 새벽에 내린 비는 대숲에 맺혀 물방울소리를 낸다.

비가 온 후 아침의 모습은 별빛이 보일 만큼 맑고 깨끗하다. 동헌에서 바라보는 주변의 자연은 아름답기 그지 없으며, 붉은 색의 해와 푸른 색의 산이 대비되어 시인의 미적 감각은 극에 달한다. 물방울의 차가움과 노을의 따뜻함 역시 대비되어 자연의 조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 화자의 시선은 동헌의 난간과 주렴으로 이어지는데, 자연에서 느낀 푸른 빛이 주렴 가득 비치고 있다.

시인은 자연에서 느끼는 감흥을 일상의 공간인 동헌 안으로 끌고와 푸른 색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푸른 색은 자연 그대로의 맑고 선명한 색이다.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산수의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시인의 맑고 투명한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조화로운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더 이상 덧붙일 말이 필요없었을 것이다. 신창 동헌에서 바라본 자연의 모습은 시인의 내면세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시인의 마음이 되어 시를 읽고 있으면 시를 읽는 이도 그 마음이 될 수 있으리라. 좋은 시는 옆에 두고 자주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신창에서 이 시를 자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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