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내 과수원에서 배가 너무 많이 생산돼 이를 소비할 길이 막막해지자 시가 이중 일부에 대해 보상금을 쥐어주고 산지폐기하기로 했다. 이를테면 배가 너무 많이 생산돼 이를 수확해봤자 인건비도 안나오고 하니까 그냥 밭째로 갈아엎은 형국이다. 그런데 산지폐기 처분이 능사일까? 다른 노력은 해보기나 했는지 궁금하다. 지난 봄에 시는 배농사를 짓는 원예농들을 대상으로 고품질 배 생산을 위해 각종 교육을 실시하고, 또 지역의 많은 기관·단체에서는 농촌인력 부족으로 배 꽃눈 접붙이기 일손이 모자라자 다투듯이 달려가 도움을 주는 등 공을 들였었다. 그렇게 해서 재배기술 등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재배면적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15% 정도 수확량이 늘어나는 등 풍작을 이루었다. 그런데 이제는 판로확보를 못해서 기껏 생산한 배들을 과수원에서 바로 폐기처분한다니…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올해는 수확량의 30%이상을 소비해 연중 배 최대 성수기의 하나인 추석명절이 여름이 채 다 가기도 전에 돌아와서 이 대목을 놓친 배농가는 이후 판로가 막히면서 재고로 쌓인 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추석명절 때는 배 하나에 몇 천 원씩을 주고 사서 차례상에 올렸는데 한 달 사이에 이런 대반전이 일어났다니 세상사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일설에는 기존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배의 시장가격에 영향을 준다고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는 판매도 못하게 하는 바람에 그냥 썩혀두기 보다는 쥐꼬리만큼의 보상금을 받고라도 산지폐기를 하도록 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올바른 시장논리인지. 그리고 생산해낸 배의 소비처를 제대로 파악이나 했는지, 소비촉진운동 같은 건 제대로 시행이나 했는지 묻고싶다. 최근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우리 주변의 서민들은 없어서 못먹을 지경인데, 일부 시민들은 밭째 갈아엎는 배 구경이나 해보자고 성화인데, 하다못해 역전이나 시청 앞에 부스라도 차려놓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소비촉진운동이라도 벌여서 저렴하게 판매를 했다면 이렇게 배가 나무에서 떨어지자마자 바로 으깨지고 깨진 채로 땅속으로 묻히는, 농심에 멍들 일은 없었을 것 아닌가 싶은 것이다. 방법을 찾아보자. 농부에게 있어 자기밭에서 내놓은 생산물은 자식 같은 것인데 낳자마자 이렇게 파묻는 일은 죄악인 것이다. 이참에 주변 불우이웃들에게 인심도 쓰고 농심도 달래는 등 배를 이용해 좋은 일도 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