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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혁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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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게으른 농부의 시절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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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4월 24일(월) 10:53 [(주)온양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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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임윤혁((사)도농콘텐츠연구회 연구소장) | ⓒ 온양신문 | “날씨가 제 정신이 아니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목련이 망울을 터뜨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산수유며, 매화에 벚꽃, 조팝, 개나리, 진달래, 이화(梨花)에 도화(桃花)까지…, 순차적으로 피어야 할 꽃들이 순서 안 가리고 ‘화르르’ 앞 다퉈 피었다가 또 그렇게 ‘후두두둑’ 모조리 져버렸다. 허망하게도.
그리곤 매일이 뿌연 먼지로 뒤덮인 회색의 나날이다. 본격적인 농사철이 다가왔음에도 쉬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게, 어디 날씨 탓 만이일까.
세월이 하수상하니 마음만 싱숭생숭 갈피를 못 잡고, 그래도 하긴 해야 하는데…, 바빠야 할 일손은 여전히 들녘에 웃자란 잡풀만 훑을 따름이다.
오일장에 줄을 선 연초록 모종들은 넘치는 생기를 주체 못하고 여기저기서 봐달라고 아우성치는데, 정작 그들의 구애는 외면받기 일쑤이다.
그나마 들판 곳곳으론 검은 비닐로 깔끔하게 치장한 두둑이 줄 맞춰 도열해 보기에 좋다. 어서 숨통 틔우고 생명의 기운 뿌리내리고 싶은 대지의 마음은 미처 갈무리 안 된 비닐 끝에 실려, 신장개업한 가게 앞 공기인형처럼 바람에 흔들린다.
그렇게 막바지에 가서야, 쫓기고 쫓기다, 아직 여명의 잔재 가시지 않은 신새벽, 게으른 농사꾼은 그제야 트랙터에 시동 걸고 삽이며 농기구 일습 챙겨 서둘러 집을 나선다.
시간은 어김없이 지나고 때 놓치면 낭패 보기 십상인 게 농사일이라, 마음은 여느 때 없이 바쁘다. ‘시절’ 돌아가는 판세가 아무리 뭣해도 ‘시절’ 피우지 말고 더 서두를 걸 후회도 들지만, 어쩔 것인가. 이제부터라도 부지런히 해야 할 일 하면 작년만은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흙 두드리고 자갈 하나하나 골라내며 거름도 넉넉히 둘러준다.
안 하면 모를까 일단 손에 일 잡으면 끝을 봐야 하는 게 농사일이라,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허리 한 번 펴는 법 없이 구슬땀 쏟아내니 괜한 시름쯤은 어느새 달아나고 없다.
하기야, 아무리 대충 넘기는 것 같아도 명색이 농부인데, 놀고만 있었을까? 감자 심은 지 벌써 여러 날이고, 뒷집 과수원 화접에 손도 보탰다. 물골도 살피고 겨울 넘긴 마늘이며 양파 돌아보고 쪽파 수확도 얼추 끝내놨다.
그동안 쉬엄쉬엄 고랑이랑 돋운 채마밭에 고추며 쌈채며 고구마도 좀 심고, 중간에 못자리 준비하고, 오이나 호박이나 가지 같은 열매채소 몇 주 올려주면 얼추 일 년 농사준비도 끝이다.
물론 풀도 잡아야 하고 순도 지르고, 할 일이 천지지만, 그만하면 마음은 벌써 풍성한 수확에 가 있게 마련이다.
평생, 그렇게 답이 없는 일에 매달려 늙어왔지만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농촌은 나날이 피폐해지고 농업은 갈수록 천대받는 느낌이다. 그나마 일손도 태부족이라 내년에도 이 일을 해야 하나 매년 같은 고민을 반복한다.
그래도 누군가는 힘들여 농사를 지어 정직하고 안전한 농산물로 풍성한 식탁을 차리게 해야 먹는 사람들도 건강하게 제 맡은 바 일들을 잘 해낼텐데, 그것인 농촌이 사는 길이고 나라가 사는 길이며,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는 바른 길일텐데, 걱정만 한 가득이다.
적어도 우리 아산 만큼은 청년농부가 늘어나고 귀농인들이 자리를 잘 잡고 도농간 교류도 활발해져 시골마을에도 활기가 넘치고 새로움이 가득한 그런 농촌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생각건대, 도농복합도시인 우리 아산은 질 좋은 농산물을 충분히 생산하고 또 자체 소비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 고장이다. 로컬푸드 직매장도 충분하고 도시 소비자들의 의식도 밝게 깨어 있어 조금만 더 생각과 가치를 공유하면 충분히 상생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
그렇게 되었을 때 비로소 청년들이 농촌으로 찾아들고 도시 전체가 안정적인 경쟁력을 갖춰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터이다.
이런저런 질정 없는 생각 끝에, 오전 일 끝마치고 돌아와 봄바람 살랑대는 마당 한 켠 감나무 그늘 밑에 앉아 곡우(穀雨) 전 따 말렸다는 우전차 한잔으로 목 축이니 땀도 슬몃 들어가고 노곤한 게 세상 부러울 것 없다.
까짓, 짓까부는 인간들이야 저들끼리 아귀다툼을 하건 말건, 게으른 농부는 시름걱정 날려버리고 한가롭게 오수에 빠져든다. 여지없이 이루어질 대풍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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