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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완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애도가 필요한 4월

2023년 04월 14일(금) 11:29 [(주)온양신문사]

 

↑↑ ▲기념 조각상 <사진=맹주완>

ⓒ 온양신문

손택(S. Sontag, 1933-2004)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책 한권도 없는 집에서 술에 쪄든 어머니와 살게 됐다. 초등학교 입학 후 선생님으로부터 한권의 책을 선물로 받게 되면서 갑갑한 집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길은 책 읽기임을 알게 됐다.

손택은 학교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책벌레가 됐고, 16세 이른 나이에 시카고대학교 진학에 이어서 하버드, 옥스퍼드, 소로본느 대학과정을 차례대로 이수했다.

손택은 백혈병 등 다양한 질병을 앓아가면서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고 세상의 불의에 맞섰다. 그녀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비참함을 마음아파하며 희생자를 애도했고, 타인의 고통에 대해 우리의 방관자적인 자세와 둔감해진 윤리적 감각을 일깨우려고 노력했다.

데리다(J. Derrida, 1930-2004)는 사람이나 사물과 만나는 행위 자체를 이미 애도의 시작으로 보았다. 즉 우리 자체는 애도를 품고 사는 삶이며, 애도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으로 보았다.

세상에 이별이 없는 만남은 없다. 우리는 사람이나 사물과 만나서 애착을 느끼고 시간이 흐른 뒤 언젠가는 떠나보내야 하기에 애도는 피할 수 없는 의례이다.

프로이트(S. Freud, 1856-1939)는 애도의 대상을 연인, 조국, 신념, 만년필, 명품가방 등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뭔가 잃었을 때의 상실감은 반드시 일정한 애도의 기간을 가져야 치유된다. 진정한 애도의 의례가 없으면 희생자 측에서는 우울과 비관주의로 빠져들게 된다. 진정한 애도는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잊지 않기 위해서이다. 애도에도 무게가 있다. 가볍게 시도해서는 안 된다.

하이데거(M. Heideger, 1889-1976)는 『죽음의 존재』에서 죽음은 대리가 불가능하고 타인의 죽음이 내 자신도 죽어야 할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고 했다. 죽음은 피하고 싶은 문제여서 죽음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과 논의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죽음을 항상 미래로 미루는 우리에게 나의 부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언젠가 우리는 죽음의 주인공이 될 처지이다.

모든 죽음은 슬프고 애달프지만 죽음의 의미는 우리의 본래성을 찾게 되는 과정이다. 죽음은 끝이 아니고, 삶의 한 현상으로써 지나가는 자연의 이치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죽음의 자각은 오히려 지금의 삶의 방식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다만 준비된 죽음도 미련이 남기 마련인데 참사와 같은 비극적 죽음은 예기치 못한 재앙이고, 우리 모두가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은 죽음이다.

우리의 역사엔 뼈아픈 사건들이 기록되어 있다. 1960년 3월 15일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열여섯 살의 한 소년이 목숨을 잃었다.

부정선거로 대통령에 선출된 이승만을 시민과 학생들은 인정하지 않았고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발포했고 희생자는 속출했다. 실종됐던 한 소년은 눈에 최루탄이 박혀 처참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김주열(1944-1960) 열사였다.

4월 19일에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대통령 이승만은 며칠을 버티다가 하야 성명을 발표하고 하와이로 망명했다. 청년들과 시민들의 저항이 일궈낸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주의 혁명이었다.

↑↑ ▲선장장터 4.4만세 기년공원 <사진=맹주완>

ⓒ 온양신문



우리 아산에서도 4월은 깊은 상실과 아픔이 있는 달이다. 1919년 4월 4일에 일제에 항거하는 독립만세 운동이 선장장터에서 있었다.

최병수 열사는 순국하였고 정수길 외 다섯 분은 3여년 가까이 징역살이를 했고, 나머지 100여 분은 매를 맞아 그 후유증으로 나머지 삶도 고통 속에 살다 가셨다.
우리가 보내고 있는 4월은 봄꽃이 만발하고 새싹이 돋는 생동의 계절이지만 애도의 계절이기도 하다.

↑↑ ▲기념 조각상 <사진=맹주완>

ⓒ 온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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