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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이 일흔에 책을 낸다 하면 대개는 이 쪽에서 일가(一家)를 이루어 안에 든 것이 차고 넘쳐 이웃과 나누고 또 더러는 모자라는 이웃에게 가르침을 주고자 세상에 기부를 하는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이때 쯤 내는 책에서는 그것이 예술이 됐든 학문·기술 저서가 됐든 이 분야에 대한 깊은 조예와 풍부한 경륜, 그리고 넉넉한 삶의 여유까지도 보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6월 초 출판기념회를 통해 나온 시집 ‘창문을 여세요’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 시집의 주인공은 ‘린다’ 김군자씨다. 1939년생이니 우리나이로 일흔, 언뜻 원로 여류시인쯤 되는 분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실은 올해 6월에 모 문예지의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초보시인’이다. 그러나 명함만 초보지 시의 내용을 보면 이미 내공이 많이 쌓인, 원로는 아니래도 중견은 되지 않나 싶다. 시적 감성의 눈길이 매우 맑고 밝은 것이 특징이다. 김군자씨는 황해도 출신으로 해방과 함께 월남해 서울 용산 청파동에 살면서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 자녀 넷을 키우다보니 어느새 자신이 노인이 되어 있더라고 회상한다. 이맘 쯤이면 지나간 삶을 반추해보고 정리해가면서 남은 여생을 조용히 마무리 짓는 그런 편안한 삶이 제격이겠지만 이 분은 오히려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노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맑고 밝은 마음이 되도록’ 봉사하기 위해 노인상담사로 일하고 있고, 여기에 젊었을 적 꿈인 시인이 되어 세상사람들에게 마음의 창문을 열어놓고 살라고 권유하고 있는 것이다. 첨단의학의 발달과 주변환경의 변화로 노인인구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인문제가 사회의 주요 이슈가 되고 보건복지 지표의 가장 중요한 중심항목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노인문제라 하면 대개는 보호와 혜택 등 일방적인 시혜만을 떠올리는데 노인분들 중에는 사회의 이러한 시각을 달갑지 않게 보는 분들이 적지않다. 그들 자신이 아직 능력이 있고, 충분히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회는 그럴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의욕이 황혼을 넘긴 노인들의 무의미한 바램이 아니라는 것을 김군자씨 등의 사례가 뒷받침해주고 있다. 노인봉사왕 이순남씨와 노인대학장 강정희 등 우리 주변에는 젊은이 못지않은 노인분들이 많지 않은가. 이런 의욕 넘치고 능력이 있는 분들께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람을 찾도록 하는 토양 마련이 시급하다 하겠다. 그것이 진정한 노인공경이고 복지사회의 올바른 지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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