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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죽어도)괜찮은 목숨은 없다

2022년 01월 18일(화) 15:30 [(주)온양신문사]

 

↑↑ ▲구철호(아산경찰서 공무원직장협회장)

ⓒ 온양신문

# 담당 피디가 묻는다.

“한 해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몇 명이나 사망하는지 아시나요?”
배우가 답한다.

“글쎄요, 한 8~900명”

피디 “놀라지 마세요. 작년에만 3천81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어요”

배우가 놀라고 피디가 다시 묻는다.

“그럼 몇 명 정도 사망하면 괜찮을 것 같으세요”

“적을수록 좋겠죠, 한 50명 정도”

카메라가 스템진을 비춘다

피디 “저기 계신 분들이 50명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 맨 앞에 서 있는 아이와 엄마를 보며 배우가 놀란다.
“어, 지욱이 엄마”

얼마 전 경찰청에서 제작한 공익광고다.


지난 12월 23일 아산경찰서에서는 아산사 관내 버스, 택시 등 운수업체 대표들, 그리고 아산시, 도로관리청 관계자 등이 함께하는 ‘교통사고 예방 간담회’가 있었다.

“과속카메라가 너무 많다, 4차선도로를 50km로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몇몇 불만이 있었다.

20여 년 전 필자는 아산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에서 몇 년간 근무했다.

180, 175, 190… 필자가 기억하는 그즈음 아산 관내에서 매년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숫자다.

어린아이, 학생 등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죽음들, 처참히 부서진 육신에서 서서히 사그라지는 숨결, 그 숨결의 주인과 아무 인연도 없는 필자가 그 마지막을 지키기도 했다.

이승에 남겨진 가족들에게 고인을 운명을 전하는 일은 오로지 사건 담당인 필자의 몫이었고 그 분들의 충격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려는 노력은 매번 실패했다.

그 충격이 때로 사고 조사에 대한 불만으로 폭발했지만 어떠한 설명도그 분노를 줄이지 못했다. 그렇게 이틀에 한 번꼴로 애꿎은 목숨들이 차디찬 길바닥에서 이승을 떠났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1996년도부터 2000년까지 5년 동안 교통사고사망자는 총 5만 2천902명이다. 년 평균 1만 580명, 하루로 계산한다면 대한민국에서 매일 29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충청남도 역시 5천23명, 매일 2.8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는 3년 째 ‘코로나19’라는 역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 엄청난 재앙으로 2020년 한국에서만 950명이 사망했다.

숫자로 비교할 바는 못되겠지만 ‘코로나19’의 희생자보다 매년 10배가 넘게 사람이 죽어나가는 상황을 우리는 당연한 듯 거쳐왔던 것이다.

그 당시 ‘교통사고 사망자 반으로 줄입시다’란 국가 시책이 있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교통사고 사망자는 1만 5천607명, 년 평균 3천121명, 하루 8.6명입니다, 20년 만에 절반이 아닌 3분의 1이하로 사망자가 줄었다.

이는 교통안전시설 투자는 물론 운전자들의 안전운전 의식 향상이 가장 큰 요인임은 누구도 부인 못한다.

그러나 2020년에도 3천81명이 숨졌다. 3분의 1로 줄었으니 충분하다고 그 누구도 자신하지 못한다.

‘과속 카메라 천지, 물류 지연에 따른 경제 하락’ 등 일부 불만에도 불구하고 그날 간담회에 모인 대부분의 교통 관계자들도 더 이상 교통사고로 사람의 목숨이 좌우되어서는 않된다는 대 원칙에 합의하고 서로 협조하기로 결의했다.

2020년 아산 관내에서는 27명이 교통사고 숨졌다. 180, 190이란 숫자를 거쳐냈던 필자에게는 꿈만 같은 숫자다. 그러나 우리는 안심할 수 없다.

경찰청 홍보영상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마주한 정준호 배우의 그 황망한 눈동자가 바로 진실이다. 190명이든 27명이든 그 중 나와 나의 가족이 있다면 단 하나의 숫자라도 세상이 무너지는 절망이다.

교통사고로 죽어도 괜찮은 목숨은 없다. 사람의 목숨은 되돌릴 수 없다. 아무리 작은 숫자라도 교통사망사고가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 국민 그 어느 누구도 도로에서 안전할 수 없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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