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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혁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2022년 10월 24일(월) 13:08 [온양신문]

 

아산을 대표하는 먹거리는?

↑↑ ▲임윤혁((사)도농콘텐츠연구회 연구소장)

ⓒ 온양신문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황금빛 일렁이던 너른 들녘도 본격적인 가을걷이에 듬성듬성 빈틈을 보이더니 어느새 ‘곤포 사일리지’가 흰점으로 드문드문 빈 들판을 채워간다.

외암리 민속마을 돌담 너머론 주홍빛 선연한 감들이 돋을새김으로 어여쁘고, ‘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아 오아/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오매 단풍 들겄네~’(김영랑), 어느새 단풍은 감잎을 넘어 우리네 마음까지 물들이고야 만다.

뿐이랴. 곡교천 아름드리 은행나무들도 노랗게 변신을 준비중이고, 하천변으론 은빛 화려한 억새들이 바람에 일렁이며 늦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영인산 산행길에서 만난 야생화들의 향연은 또 어떤가? 청보라빛 아스타(우선국)에 키 작은 구절초며 산비장이, 오리방풀, 투구꽃, 싸리꽃 등등 가는 계절의 끝자락이나마 붙잡아보려는 가을꽃들의 절규가 한편 애닳프다.

이처럼 뭐 하나 빠진 것 없이 조화로운 고장이 바로 아산이다. 게다가 계절은 마침 깊어가는 가을의 중턱이니, 산 좋고 물 좋고 하늘 맑은 이 계절에 맞춤한 먹거리만 더해진다면 더 바랄 게 무언가.

풍성한 수확물로 별미를 차려내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다보면 지난봄부터 여름내 땀 흘렸던 수고도 어지간히 보상받는 느낌이라 한결 기꺼울 터이다.

그런데, 아산에 살면서 딱 한 가지 아쉬운 게 바로 아산만의 특색 음식이다. 대다수 지자체들이 비빔밥이다 닭갈비다 홍어다 콩나물국밥이다 순대다 하다못해 김치나 고추장에 심지어는 (헛)제삿밥까지, 그 지역을 대표하는 특색 음식 하나씩은 다 내세우고 있는데, 아산은 전통적으로 내려오거나 혹은 다른 지방과 차별화되는 특별한 음식이 딱히 없다.

혹자들은 ‘어죽’이나 ‘짜글이’를 아산의 특색음식으로 꼽기도 한다. 실제로 어죽이나 짜글이가 충청도 대표 음식 중 하나이고, 아산에도 이 음식들을 맛깔나게 차려내는 맛집이 여러 곳이니 그렇게 내세울 만도 하다.

하지만, 그러려면 같은 음식을 내는 다른 지역들과 차별화되는 아산만의 레시피가 있어야 하는데, 아산 내에서도 각 음식점마다 다른 레시피로 제각각 다른 맛을 내니, 아산 특색 음식이라고 하기엔 역시 부족하다.

최소한 춘천 닭갈비처럼 일정한 레시피를 공유하며 집단화된 타운을 형성한다든지 하는 브랜드화 과정이 필요한데, 그것 역시 시도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생색을 내고 최소한 욕을 먹지 않을 정도인 ‘염치 한우’나 ‘인주 장어’ 정도를 외지 방문객들 접대용으로 소개하는 정도인데, 타운화 됐을 뿐 음식에서 다른 지방의 그것과 차별화되는 무언가를 찾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모름지기 한 나라나 혹은 지역의 음식은 그곳의 자연환경(공간지리적, 기후적 특성 등)과 밀접한 연관을 맺으며, 고장마다 전승된 세시풍속이나 통과의례, 또는 생활풍습 등 문화적 특징과도 맞닿아 있다. 때문에 대대로 전해오는 고유한 조리법으로 만들어진 음식이라고 하면 다른 어떤 음식보다 그 가치를 높이 쳐주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일반적인 것들이라도 조리 방법이나 차림 방법 등에 약간의 변형을 줘 전혀 새로운 음식으로 재해석해내는 사례들도 볼 수 있다.

똑같은 밥이라도 대통에 넣어 쪄내듯 지은 밥(‘대통밥’)이라든가, 똑같은 장어요리인데, 양념과 굽는 방법을 달리하며 고창 지역 특산인 복분자를 곁들여내는 ‘풍천장어’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심지어 강원도 강릉시는 우리나라에서는 생산조차 되지 않는 커피를 지역의 특산품(?)으로 만들어 외지인들을 끌어들이고 있기도 하다.

아산의 경우도 지역 특성에 맞는 음식을 개발해 브랜드화 시킬 계획으로 사업을 추진했었다. 지난 2010년 아산시와 충남농업기술원은 아산을 대표하는 인물인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 나타난, 이른바 ‘전쟁식단’을 토대로 한 ‘현충밥상’을 개발한 바 있다. 오곡밥, 귀류탕, 적어총법, 설하멱방, 아주까리나물, 추로수, 설기 등 옛 문헌에 등장하는 전통 재료들을 중심으로 상차림을 재현했으며, 대중적인 세트 메뉴로 개발해 대중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온양행궁을 중심으로 세종대왕 등 왕들이 온천욕을 하며 찾던 음식들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해 ‘치유 밥상’을 개발하자는 논의도 있었다. 실제로 충북 청주시는 ‘초정행궁 수라간 궁중음식’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세종대왕이 치유음식으로 먹었던 ‘구선왕도고(九仙王道糕) 미음’ 등으로 차려진 ‘초조반상(初潮飯床)’을 맛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전통음식들은 현대화나 대중화에 한계가 있어 활성화되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다. 경기도 이천이나 여주 등에서 인기 있는 ‘임금님 밥상’ 메뉴도 결국은 잘 차려진 백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최근 아산에서는 전통음식에 매달리기보다는, 지역 특산물인 도고 쪽파를 이용한 ‘쪽파 후레이크’, ‘쪽파 쌀빵’이나 ‘쪽파 두부’ 등을 개발해 지역 내 카페나 식당 등에 시범 보급함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아산시농산물종합가공센터는 이를 바탕으로 더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쪽파 메뉴를 접할 수 있도록 추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꼭 전통음식 같이 거창한 스케일과 스토리를 갖추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저 먹어서 맛있고, 특히 아산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이라 의미가 있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쪽파 음식도 괜찮고, 배방 오이를 재료로 사용한 음식도 상관없다.

설혹, 다른 지방에서 다 하는 것이라도 형식과 스토리를 만들어 ‘이순신 밥상’이나 ‘치유의 밥상’, ‘청백리 밥상’으로 명명하면 또 어떤가? 그런 밥상을 한 상 차려 예전 온양시내 여관들에서 하던 방식(일명 ‘여관밥’)으로 한상 차려 내면 그 또한 특색 있지 않을까?

흔한 재료라도 아산에서 나는 농산물을 중심으로 아산의 인심을 더하고 역사와 전통을 양념으로 버무려내면, 그것이 바로 아산의 대표 음식이 될 수 있을 터이다.

다행히 다른 지방에 비해 맛과 품질이 보장된 농산물들이 있고, 대를 이어온 음식들이 있으며(외암 연엽주 등), 그것을 담을 그릇(도고 옹기)들도 있으니, 이들을 잘 조합하면 제법 그럴싸한 아산만의 음식, 남들에게 내세울만한 그런 것 하나 나오지 않겠는가? 시와 시민이 지혜를 모으고 꾸준히 추진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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