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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균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아산시민대상'과 '정려(旌閭)'

2022년 09월 30일(금) 17:47 [온양신문]

 

↑↑ ▲홍승균(온양문화원 이사)

ⓒ 온양신문

아산시는 ‘제28회 시민의 날 기념식’에 맞추어 올해에도 지역사회발전에 공헌한 시민을 선정하여 ‘아산시민대상’을 부문별로 시상한다.

아산시민대상은 효행애향, 교육복지, 문화체육, 경제환경, 특별봉사의 부문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해당 부문별 활동 상황과 공적에 대해 추천을 받은 후 대상자에 대한 엄선 과정을 거쳐서 영광스러운 얼굴들이 선정된다.

자기 스스로의 가치와 존재감을 널리 알리고 자랑하는 것을 주저하는 겸양을 더 이상 미덕으로 여기는 정서는 이미 먼 세상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그만큼 본인이 아닌 주변인의 추천을 받고 각계 인사의 심사를 통한 결실이라는 점에서 수상자로 선정된 분들은 큰 박수를 받을 만한 경사라 하겠다.

이분들의 면면은 큼지막한 사진으로 아산시청 로비에서 한 해 동안 만날 수 있어서 시청을 오가노라면 자연스레 접하게 된다.

아산시민대상의 먼 조상 격인 전통은 오랜 마을과 옛길 주변의 정려에서 찾을 수 있다.
나라에서 인정할 만한 공적이나 귀감이 될 행실을 한 사람에 대해서는 정려(旌閭)를 내림으로써 포상하는 제도가 있었다. 상을 받을 만한 미담의 주인공이 국가로부터 표창을 받은 옛 기록은 멀리 통일신라시대로부터 전한다.

그런데 표창의 상징물로써 세워주는 정려 문화는 고려 태조 때 개국공신의 사당에 세웠던 것에서 시작되었고 이는 조선시대에도 널리 계승 강화하였다.

오늘날까지 전래되는 대표적인 표창의 기념건축물이 바로 정려이다. 내용적으로 고려시대 말엽부터는 공신에게 부여되던 것에서 점차 절개 있는 아내와 열녀에 대한 표창이 두드러지기 시작하였고, 조선 세종 때에 이르러서는 열녀와 효자에 대한 정려가 본격적으로 세워지기 시작했다.

↑↑ ▲현충사 경내 정려

ⓒ 온양신문

정려의 하사는 국가에서 미풍양속을 권장하기 위해서 효자·충신·열녀 등 행실에 모범이 되는 사람이 살던 마을 입구나 당사자의 집 근처에 세워 표창하며 기리고자 하는 취지였다. 더불어 정려를 받는 데는 상물이 수여되거나 요역을 면제해주는 등의 혜택을 주었다.

조선시대에는 특히 예가 중요시된 의식과 더불어 문벌의식이 과잉 현상이 두드러졌으므로 집안의 선조 가운데 고관, 충절, 효 열자 등을 가졌다는 영광은 곧 자기 가문의 사회적 지위 상승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걸출한 한 사람의 위인이 나타난 특정 인물에 국한하지 않고 그 가문과 고을에서 오랫동안 훈육하고 수양했던 결실의 한 사례로 인식하여 큰 영예로 여겼다.

이토록 자랑스러운 정려를 받기 위해서는 먼저 인물의 행적을 찾아야 하고, 그 인물의 행적이 세상에 알려져 지역별로 사족이나 유생들 사이에 포상의 당위성이 공히 공론화되는 여건이 조성되어야만 한다.

이어서 추천서를 고을 유생들의 연명으로 수령에게 올려지는 절차를 통해 수령은 이를 상급기관인 감영(관찰사)에 이관하여 예조에 품의하게 된다.

그 후 예조에서는 행적에 대한 사실여부를 현지 지방관에게 조사토록 하며, 실적이 확인되면 왕에게 아뢰어 허락을 받아 포상하게 된다. 추천이 되었다 해도 반드시 정려가 세워지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표창에 이르러 가장 영예로운 것은 정려의 건립을 하명받는 것이었다.

우리 아산지역은 60여 정려에 대한 구체적 기록이 전하고 있고, 현존하는 정려만 해도 마을입구나 옛길 주변에 상당수 세워져 있다.

이 정려 하나하나는 귀감이 될 인물의 칭송과 함께 우리 아산지역의 가문이 지닌 영향력과 조정 인사와의 네트워크, 그리고 지역 마을의 결집된 공의에 따른 조정의 윤허라는 모든 환경이 조성되어야 가능했던 응집체였던 것이다.

가장 널리 건립된 부문의 정려는 효행에 대한 내용이다. ‘효(孝)’는 국가 경영의 가장 핵심적인 윤리 개념이었다. 부모에 대한 효가 확대되어 결국은 국가 또는 임금에 대한 ‘충(忠)’으로 나아간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시민대상을 선정하는 부문과 비교하면 시절에 따른 변화의 면모가 있지만, 결국 효행과 선행 그리고 사회를 지탱하는 전통적인 윤리를 정신적 지주로 삼는 가치관은 같다고 보겠다.

우리 아산의 곳곳에 있는 정려 중에는 현충사 경내에 있는 덕수 이씨 문중의 다섯 분이 모셔진 경우와 배방 신창 맹씨 문중의 네 분이 모셔진 정려각을 비롯하여, 다양한 사연들을 간직한 실존인물의 정려들이 자리하고 있다.

때로는 을씨년스럽도록 퇴락한 경우도 있고, 옛 길가에 세워졌으나 새로운 신작로에 가려져 풀숲에 있는 경우도 있다.

한편 후손들의 현창 의지가 큰 정려는 말끔하게 단장하여 고풍스러움을 잃은 사례가 있는 반면, 아예 해당 가문의 과시와 정성이 크나커서 정려를 허물고 육중한 기념비석으로 조성한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정려는 그리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단칸 목조건물의 형태가 많은데, 주거로서나 제례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구조인 데다 목조의 한계에 따라 세월의 풍파를 견디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도 뒤따른다.

↑↑ ▲음봉 김현 정려

ⓒ 온양신문

정려가 세워졌다는 것은 분명 귀감이 될만한 우리 선조의 행위에 대해 공적으로 훈육의 가치를 부여받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단순히 특정 가문의 전유물이라거나 다소 황당한 전설 속의 허구처럼 받아들이는 오늘날의 분위기가 아쉽기만 하다.

당시의 전하는 이야기가 긴 세월의 무량한 햇살 아래 곰삭고 변색되어 바랜 `옛날 옛적의` 이야기화된 측면도 있지만, 엄연히 이 땅에 살았던 우리의 조상 이야기이고 후손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미담이요, 교훈적인 지역 정신문화의 실증적 산역사임을 느꼈으면 좋겠다.

아산시민대상은 현대판 정려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그래서 더욱 `축하드립니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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