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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혁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2022년 08월 25일(목) 11:34 [(주)온양신문사]

 

아산에도 ‘글판’ 하나 내겁시다!

↑↑ ▲임윤혁((사)도농콘텐츠연구회 연구소장)

ⓒ 온양신문

광화문 교보생명 외벽에는 계절에 한 번씩 시대를 가로지르는 시구(詩句)가 내걸려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해왔다. 이른바 ‘광화문글판’이다. 1991년부터 시작되었다니, 그 세월이 짧지 않아 어느덧 사람들의 머릿속엔 세종대왕동상이나 이순신장군동상과 함께 광화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1991년 1월 처음 내걸린 문구는 ‘우리 모두 함께 뭉쳐 경제 활력 다시 찾자’였다. 교보생명의 창립자인 신용호의 제안으로 시작된 ‘광화문글판’은 처음 몇 년간은 ‘부흥’, ‘성장’ 등 흔한 독려문구로 이어졌다.

그러다 IMF 위기를 겪은 직후인 1998년부터는 시민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감성적인 문구를 내걸기 시작했다.

또한 비정기적으로 교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2001년부터 봄(3~5월), 여름(6~8월), 가을(9~11월), 겨울(12~2월)의 계절별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바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팍팍한 삶에 위로를 주는 ‘광화문글판’
대표적인 문구로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나태주 ‘풀꽃’),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정현종 ‘방문객’), ‘먼 데서 바람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정호승 ‘풍경달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있잖아, 힘들다고 한숨 짓지마 햇살과 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시바타 도요 ‘약해지지마’),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고은 ‘길’), ‘아픈데서 피지 않는 꽃 어디 있으랴 꽃소식 환한 마음 보듬어 희망의 불 지펴 내일을 열자’(김용택 ‘사람들은 왜 모를까’) 등이 꼽힌다.

삶에 쫓겨 땅만 보고 앞으로만 달리느라 무심히 지나치던 사람들도, 언제부턴가 계절의 변화와 함께 찾아오는 그 짧은 문안을 눈여겨 찾게 되었다. 그렇게 ‘광화문글판’은 서민들의 팍팍한 삶에 위로가 되고, 바쁜 일상을 핑계로 간과했던 작은 깨달음을 화두(話頭)처럼 ‘툭’ 던지며 생각의 고리를 이어가게끔 하기도 했다.

그런 역할로 인해 2007년에는 환경재단에서 선정하는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짧은 시구 하나가 주는 긴 여운
지난해 여름에는 ‘올 여름의 할 일은 모르는 사람의 그늘을 읽는 일’(김경인 ‘여름의 할 일’)이라는 시구가 걸렸었다.

당시 교보생명 관계자는 “개인의 일상 뿐만 아니라 사회가 마주한 슬픔의 풍경 속에서 힘이 되는 건 공감과 연대의 힘”이라며, “코로나19로 고단한 현실이지만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일상의 회복을 서로 응원하자는 의미에서 이번 글귀를 선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 여름 사람들은, ‘모르는’ 다른 이의 마음을 읽고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인간만이 가진 ‘즐거운 숙명’을 담담하게 실천해나가자는 메시지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희망, 사랑, 위로, 배려 같은 감정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올 여름에는 ‘우리들 두 눈에 그득히 물결치는 시작도 끝도 없는 바다가 있다’(김춘수 ‘능금’)는 시구가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능금’ 3연 “놓칠 듯 놓칠 듯 숨가쁘게/ 그의 꽃다운 미소를 따라가면은/ 세월도 알 수 없는 거기/ 푸르게만 고인/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가 있다?/ 우리들 두 눈에/ 그득히 물결치는/ 시작도 끝도 없는/ 바다가 있다”)

교보생명은 이번 여름 문구에 “‘저마다 내면의 힘과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음을 되새기자’는 의미를 담았다”며, “스스로 파도를 일으켜 끊임없이 움직이고, 그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바다의 특징을 사람의 잠재력에 비유했다”고 설명했다.

슬쩍 올려다본 거기 걸린 ‘따뜻한 위로’
우리 시에도 ‘아산글판’ 같은 ‘울림판’이 생겨 가뜩이나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서로를 위로하며 따뜻한 사랑을 나누게 했으면 좋겠다. 시청사도 좋고 온양온천역도 좋고 천안에서 아산으로 들어오는 입구 어디라도 좋다.

읽어서 깨달음을 얻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그런 문구를 보며 시민들이 잠시나마 위무(慰撫) 받았으면 참 좋겠다. 길을 가다 슬쩍 올려다본 거기에 항상 따뜻한 위로가 걸려 있으면, 아산도 살만한 도시라 미소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여름의 끝자락이 보이기 시작한다. 제멋대로, ‘아산글판’ 가을 편에 김춘수의 ‘능금’ 중 한 구절을 걸어본다.

‘보라, 높고 맑은 곳에서 가을이 그에게 한결같은 애무의 눈짓을 보낸다’
(‘능금’ 2연 ‘이미 가버린 그 날과/ 아직 오지 않은 그 날에 머문/ 이 아쉬운 자리에는/ 시시각각의 그의 충실(充實)만이/ 익어간다/ 보라,/ 높고 맑은 곳에서/ 가을이 그에게/ 한결같은 애무의/ 눈짓을 보낸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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