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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균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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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7월 31일(일) 10:52 [(주)온양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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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 정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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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효자 정신비(벼락바위) | ⓒ 온양신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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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홍승균(홍가신기념관 관장) | ⓒ 온양신문 | 우리나라 신생아 출산율 감소현상이 심각하다는 경고는 새삼 놀랍지 않은 뉴스가 되었음에도 아산 곳곳에서 건설 중인 신규 주택단지는 얼마나 하늘을 찌르려는지 초고층의 마천루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새로운 도로가 잇따라 개설되고 있다. 하지만, 낯선 새 길도 좀 지나면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옛길쯤은 차츰 소용도가 적은 불편함으로 여겨지게 될 것이다.
필자는 꽤나 고위층(?)인 17층 아파트에 살고 있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오늘의 날씨를 살피고 기지개를 켤 때마다 만나는 아산의 향토문화유산이 있다. 바로 효자 정신비이다. 벼락바위라 불리는 이 마애 효자비에는 북쪽 옆면에 내용이 새겨있으나 거무튀튀 풍화가 심하고, 이를 재차 새겨놓은 동쪽의 바위면에는 “天感其誠 孝子 鄭信碑”라고 쓰여 있다.
모두가 어려웠던 옛 시절, 노비 신분이었던 정신(鄭信)이 보인 효행에 하늘마저 감동하여 바위 틈에서 은이 쏟아졌다는 전설을 간직한 아산의 향토문화유산이다. 현재 이 바위의 등 뒤로 청댕이고개를 넘나드는 4차선 도로가 말끔하게 개통되었다.
연신 차량의 소통이 끊이질 않는 고갯길이지만, 이 길은 임금이 온양행궁에 행차할 때 어가행렬이 지나던 주요 길목이었다.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시대 노비에 불과한 이의 효행을 왕이 지나는 온양행궁의 입구 길목 바위에 새겼다는 것은 이 내용이 단순한 전설 상의 허구 사건은 아니었을 개연성이 높다.
벼락바위로부터 남쪽 언덕은 일명 ‘청댕이고개’로 이곳에서도 깊은 효행에 대한 유사 전설이 전하고 있다. 가까운 거리에 하늘이 감동시킬만한 효행 사례담이 전하는 것과 바위에 공을 들여 새긴 점을 감안하면, 모두에 귀감이 될 효자가 있기는 있었나 보다.
아파트 베란다에서는 2차로였던 고갯길 확포장 공사 과정을 낱낱이 볼 수 있었다. 먼발치에서 보이는 벼락바위는 효성스러운 전설을 품고 있지만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위태로웠고 필자를 조마조마하게 하였다.
다행히도 아산의 향토문화유산을 감안한 배려였는지 도로확장은 바위를 침해하지 않았으나, 현재의 모습은 남북으로 소통하는 시원한 도로에 거꾸로 알박기라도 한 것처럼 둥그스런 바윗돌이 고갯길의 옆구리에 콱 박힌 형상이다.
마치 자동차 타이어 휠의 납조각(밸러스 웨이트)처럼 언덕길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듯 이 바윗돌을 빼면 도로 한쪽이 함몰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옛인들의 훈육과 정신 문화재가 첨단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속도의 균형을 맞추라며 다독거리는 형국인지도 모르겠다.
선조들로부터 이어온 각종 형태의 문화유산은 우리 아산에 산재해 있다. 해당 문화유산의 입지가 반드시 경관이 좋거나 널따란 주변 환경과 방문자의 편리성을 감안한 여건을 충분히 갖출 수는 없다.
다만, 현대인의 편리성만을 위해, 우직하게 긴 세월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역사의 한 토막을 난삽하게 하거나 심지어 위태롭게 만드는 것은 아산의 후손들에게 넘겨주어야 할 귀한 자산을 망가뜨리는 큰 결례이다. 변화가 큰 아산지역에서 문화유산의 존재는 늘 개발과 보존의 아슬아슬한 논쟁의 중심에 서있고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해법에 대한 정답은 다양하게 제시될 수밖에 없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이 위치한 경기도의 한 도시에서는 왕릉의 전면에 확연히 보이는 위치에 고층 아파트가 완공을 앞둔 시점이어서 쟁점이 되었고, 이 같은 사례는 우리 아산의 인주면 해암리 게바위 옆에 공사 중인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도 큰 이슈가 되었다.
그 높은 아파트가 올라가도록 또 고속도로의 노선이 확정되어 붉은 깃발이 꽂아질 때까지 입을 옹 다물고 있다가, 돌이키기 어려운 즈음에서야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계획을 변경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산출되니, 난망하다는 역설이 거듭 반복된다. 어떠한 방식으로 결론이 지어지더라도 결국 사후약방문이다.
해당 문화유산이 국가지정급 가치를 부여받았든, 지방자치의 지정 유산이거나 심지어 비지정된 상황이라 하더라도, 유관 실무자나 일부 관련 인사를 제외한 시민 저변의 평상시 인식이 아쉬운 순간이다.
선조들의 자취에 대해 소중히 생각하는 인식의 함양이 무르익는다면, 애초부터 잡음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벼락바위를 보려면 일부러 눈에 힘을 주어야만 보인다. 실제로 청댕이고개를 넘나드는 차량의 차창 밖으로는 보이지도 않는다. 우리의 뇌리 속에도 자리하고 있지 않는 벼락바위와 효자 정신의 사연 따위라면 외지인은 물론이요, 자라나는 후손들에게는 언감생심일 것이다.
구태스럽게 돌에 새기는 것보다는 좀 더 요즘스럽게 풀어보면, 『우연히 지나가는 이가 결정적인 효행 장면을 핸드폰으로 촬영하여 동영상을 공유하고, 이를 공감한 이들이 여기저기서 ‘좋아요’를 눌러주면서 조회수가 폭증하면』 드디어 참다운 효자로 인정받아 칭송하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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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청댕이 고개 | ⓒ 온양신문 | |
벼락바위를 만나러 가는 길에 또 하나의 가족인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하는 주부를 만난다. 바위 옆을 심드렁하게 지나가다가 천방지축 산만한 강아지의 끈을 당기면서 “뽀식아! 엄마 말 잘 들어야지!”하며 엄하게 자식교육(?)을 한다.
부잣집 개의 구토물에서 보리쌀을 건져 부모를 공양했다는 전설을 듣고 감화를 받을 만한 요즘 세대는 흔치 않다. 그러나 부모님에 대한 지극한 효성의 가치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단지 박물관에나 들어가야 할 고리타분은 아니지 않은가? 아슬아슬 살아남았지만 등위에서 차량들이 마구 눌러대는 도로에 떠밀려 힘겨워하는 벼락바위를 바라보는 고위층의 아침! 꿈속을 헤매는 아들을 억지로 깨워 벼락바위의 효자 전설을 강설하고 싶지만, 신선한 아침부터 답답한 노인네 취급을 받을까 봐 오늘도 꾹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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