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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균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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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6월 10일(금) 16:59 [(주)온양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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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의 시목(市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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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현충사 은행나무길 가을풍경 | ⓒ 온양신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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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홍승균(홍가신기념관 관장) | ⓒ 온양신문 | 아산을 상징하는 나무는 은행나무이다. 아산의 대표적인 인물인 충무공 이순신의 현충사와 고불 맹사성의 맹씨행단에는 각기 두 그루씩 은행나무가 있다. 현충사 활터에 있는 수령 550여 년의 은행나무 두 그루와 맹씨행단에 있는 수령 600여 년의 은행나무 두 그루가 온양동 도심을 기준으로 남북에서 각기 외호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 상징성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아산시의 시목(市木)은 은행나무로 선정이 되었다. 참고로 천안삼거리 흥타령에도 등장하듯 천안시의 시목은 능수버들이며, 아산시와 마찬가지로 은행나무가 군목(郡木)이었던 예산군은 지역 특산 사과산지로 유명한 상징성을 고려하여 군목을 사과나무로 변경한 바 있다.
이처럼 고장을 대표하는 나무는 지역적 유래를 품고 있어서 주요 거리의 대표적 가로수로 장식하고 있다.
재미있게도 나무의 특성에 따라 그 고장의 거리를 수놓는 고유 색채로 떠올려지기도 한다. 가을이면 아름답게 물든 황금빛 은행잎이야말로 우리 아산시의 이미지 색깔이랄 수도 있겠다.
공교롭게 서울특별시의 시목 또한 은행나무지만, ‘거목으로 자라는 은행나무의 특성에 따라 무한한 발전을 상징한다’면서 선정한 서울의 나무가 은행나무라는 것이 억지스럽기도 하거니와 서울의 가로수에서 은행나무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은행나무는 일명 화석 나무라고 불릴 만큼 2억 5천만 년 전부터 살아왔다. 심지어 고생대 지층에서 화석으로 발견될 정도로 지구 역사에 가장 오래도록 종을 지켜온 생물체이다. 또한 1속 1과의 꼿꼿한 자존심을 견지해온 나무라서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고, 섞이지도 않는 기품을 일관되게 지켜낸 나무이다.
특이하게 오리발의 모양을 띈 잎이 가을철을 맞이하면 황금빛으로 채색되어 다른 어떤 나무보다도 눈부신 자태를 보인다.
봄의 전령사로 각광받는 벚꽃의 탄성은 불과 일주일 정도에 그친 후 검은 열매로 인해 보도를 얼룩지게 한다면, 은행나무의 아름다움은 가을 한철을 내내 장식하여 아름다움을 더한다.
은행나무의 열매인 은행은 식품으로써 활용될 뿐더러 또 한약재로도 유용하게 쓰인다. 은행잎 또한 혈액 관련한 병증의 치료약에 원료로써 효능이 크다. 또한 목재로써도 내구성이 있으며, 부드러운 목질을 지녀 조각의 재료로 뛰어나 각광받는다.
그런데 아산의 거리에서는 여름이 오기 전에 은행나무 가로수중에 멀쩡해 보이는 나무를 캐내는 작업현장이 여기저기 목격되고 있다. 바로 암나무를 캐내고 수나무로 교체하는 작업이다.
2022년 올해만 352주의 가로수를 암나무에서 수나무로 교체한다고 한다. 이 사업은 작년에도 280여 그루나 교체 작업이 이미 시행되어 불임 나무로 바뀌었고, 시의 장기계획에 의해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도로변의 가로수는 나무로써는 생장환경이 열악하기 이를 데 없어 생존을 이어가기에 매우 고충이 크고 악전고투의 나날이다. 아무리 은행나무가 오염에 강하고 생명력이 질긴 수종이라 하여도, 매캐한 차량의 매연과 심각해지는 산성비, 그리고 언제라도 차량에 들이받힐 수 있는 교통사고의 위험에 늘 노출되어있는 형편이다.
그 와중에도 은행열매를 생산하는 것이 나무의 본령을 다하는 것인 양 사력을 다하여 은행을 맺는다. 한때는 거리의 가로수에서 은행을 줍는 것이 절도에 해당한다면서 문제가 되기도 하였고, 은행을 줍는 이들이 차도까지 나오는 바람에 사고 사례가 있기도 하였다.
아름다운 잎, 게다가 고소한 은행열매 그리고 부드러운 수피와 곧게 뻗은 수형!
이런 은행나무가 애석하게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열매가 주는 악취이다. 이는 공룡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빌로볼’이라는 독성물질을 스스로 발산하면서 지켜온 자손의 번식과 자기 방어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결국 이 때문에 거리에서 냄새는 물론이거니와 자칫 밟게 되면 이동하면서 은행 내음을 장착하는 꼴이 되니, 유용하던 은행은 점점 기피의 대상이 되고 피해가야 할 민원의 소지를 안게 되었다.
옛날! 은행은 은빛 나는 백색 살구라 하였고 남녀 간의 변치 않는 사랑의 징표로 전해졌다고 한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전하는 초콜릿과 사탕의 역할을 했던 셈이다.
밟을까 걱정하는 은행은 지금도 장터에서 그리 헐하지 않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마을 어귀에서 어른 노릇 하는 당산목 중에서도 은행나무의 경우는 산출된 은행열매를 팔아서 목신제의 제수비용을 장만할 정도였으니 심드렁하게 자리만 지키고 있는 장수목 느티나무와 회화나무, 소나무에 비해 자체조달 능력이 탁월한 나무이기도 하였다.
지난해 우리나라 배우가 아카데미 조연상을 수상하여 크게 화제를 모았던 영화 ‘미나리’에서는 독특한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부부가 병아리 감별하는 작업을 하면서 가득 담긴 병아리 바구니에서 좌·우로 선별하여 구분하는 장면! 알을 낳는 암놈은 잘 대접하여 키워지고 수놈은 분쇄기로 향한다. 남성으로서 뭔가 불편했던 모습이다.
그런데 은행나무는 여성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캐내어지는 신세가 되었다. 기실 멀뚱하게 서있기만 한 수나무에 비해 암나무는 열매를 맺느라 더 수고로웠고, 유익한 열매를 맺고자 노력하였을 뿐인데 베어지고 캐내어지는 것은 암나무이니 그 입장에서는 서러울 게다.
올해 어찌하여 살아남았다 하여도, 내년 봄에 캐내어질 운명을 모르고 어김없이 은행을 만들어내려고 분주한 암나무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이 덕분에 올가을의 아산시민은 은행 밟을까 걱정할 일 없이, 마음껏 고개를 들고 공활한 가을 하늘에 멋진 은행 빛을 버무려서 아름다운 만추를 감상할 여유를 얻게 되었다. 거리의 쏟아진 은행열매는 이제 옛 얘기가 되어갈 것이다. “그동안 애쓰셨네. 잘 가시게나”
세태가 급변하는 시대!
남자라서 또 여자라서 어떠한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앞날을 종잡을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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