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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漢)나라 무고사(무속인에 대한 존칭어)가 우리나라 동방에 전해올 때 집집마다, 명색마다 위한 것이 귀신이며 미신이다. 산신(山神), 야신(野神), 성황당(城隍堂)귀신, 부뚜막귀신, 특히 ‘왕신단지’를 차려놓고 조석으로 여인들이 묘미(妙味)의 음식을 공양(供養)하는 풍습이나 어부들이 해난에서 무사하기를 기원하고, 많은 어획을 위하여 행하는 굿도 볼 수 있다. 대정수(大定數) 주역괘(周易卦)에 난측자(難測者)는 귀신이란 천지 역시 귀신이요, 귀신 역시 음양(陰陽)이고, 사람의 수족(手足) 동정(動靜)이 귀신이며 말하고 웃는 것은 조화(造化)이며 선악(善惡)한 마음, 용사는 기운(氣運)이라고 명명(明明)백백(白白)히 밝혀주셨다. 어느 종교도 창도자의 교훈(敎訓)대로 의지(義旨)를 승계(承繼)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삐딱하게 기울어져 점점 미신쪽으로, 복록만 비는 기복(祈福)쪽으로 흐른지 오래다. 심주(心柱)가 허약한 사람들은 신(神)에만 의지하며 모든 성패(成敗)가 귀신의 ‘뜻’에 따라 이뤄진다고 믿고 있다. 신관(神觀)은 일신관(一神觀)과 다신관(多神觀)과 범신관(凡神觀) 등이 있다. 이들 신관은 모두 그 기점이 마음에서 비롯된다 하여 유심론(唯心論)으로 간주하고 있다. 반면 ‘세상만사가 마음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모든 것이 물질에 의해 생멸변화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모든 문화가 물질에 의해 표현 되는 것으로 오직 물질뿐’이라는 것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 유물론(唯物論)이라 하겠다. 유물론을 주장하다보니 공산(共産)과 공생(共生)주의를 말하게 되고 여기에서 진일보(進一步)한 것이 사회주의(社會主義)이다. 다시 말하면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는 유심론을 반박하기 위해 생겼고 유심론은 종교적 신관에서 비롯됐다. 허나 우리 인간사회는 어느 한쪽만이 아닌, 유심(唯心)과 유물(唯物) 모두 필요하며 둘이 쌍존해야 한다. 그럼에도 전세계는 유심과 유물사상이 대립하고 있으며, 이 대립중에 우리나라는 국토가 양분돼 민족상쟁의 비극이 일어난지 반세기를 넘어서 아직도 그 잔재가 상존하고 있다. 양극사상은 모두 서구사상이다. 하지만 양극화된 양대사상을 초월하여 하나로 집약할 수 있는 사상이 우리나라에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삼라만상을 살고 살게 하는 생생(生生)의 이치(理致)이니, ‘허령(虛靈)이 창창(蒼蒼)하고 무사불섭(無事不涉)하고 무사불명(無事不命)이나 연이(然而) 여형(如形)이 난상(難象)하고 여문이 난청(難聽)’이라, 다시 표현하면 ‘허령이 창창하고 간섭하지 않는 일이 없으며 명하지 않는 일이 없고 그 형상을 볼래야 볼 수 없으며 들을래야 들을 수도 없는 혼원(渾元)한 큰 기운(氣運)이 있다’는 것이다. 이 기운을 알고 느낌은 오직 사람뿐이라고 한다. 그래서 성현들은 만물 가운데 오직 사람만이 가장 신령한 자이며 인심이 천심, 즉 인시천(人是天)이라고 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천리(天理)를 순종(順從)하지 않고 자리심(自利心)으로 욕심부터 행사하니 세상 인심이 요지경속으로 함입하여 금일과 같은 복잡한 상황이 됐다. 양극사상의 상충적 소용돌이에서 해탈하자면 사람이 곧 하늘이니 사람 섬기기를 하느님 섬기듯 하면 된다. 이보다 더 좋은 도덕관(道德觀)이 있겠는가? 자비와 사랑도 있지만 그보다 한 차원 높은 것이 사람을 하느님 섬기듯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는 법치주의보다 덕치주의쪽으로 주력해야 한다. 오늘날까지 전세계에서덕치쪽으로 정치했다는 사람이 있었던가? 우리나라 역시 8·15해방 후 덕치를 염두에 둔 정치인이 있는가 말이다. 그저 당리 당략에 혈안이 되고 치고받고 싸움질만 한 것이 근세사의 정치사다. 각종 의회는 의회대로 새해 예산안을 가지고 서로 더 차지하기 위하여 싸움질만 하는 꼴이다. 진짜 귀신이 무엇인지 모르는 불쌍한 사람들이다. 교역자들이 거짓말하지 말고 참되게 교화하도록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과 같은 혼탁한 세상에 무엇을 믿겠는가? 귀신이 아니라 무아무욕인 맑고 착한 마음, 즉 천심을 지키고 자기 기운을 바로 잡아 나가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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