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국민은행 온양지점은 일단의 시민들로 점령(?)을 당했다. 풍기동 동일하이빌 입주자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임원들의 항의 방문이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은행측이 내부사정을 이유로 하루 아침에 약속했던 대출이행을 중단 하는 바람에 내집 마련의 꿈이 무산될 위기에 봉착하자 이를 따지기 위해 모여든 것이다. 당초 약속한 조건으로 올해말까지 대출을 해주기로 협약을 맺어놓고서는 은행측에서는 정년퇴임한 전 지점장의 책임이라느니, 펀드로 자금이 몰리면서 대출금에 대한 자금경색 현상이 일어나 본점에서 추가대출을 승인하지 않아 비롯된 일이라느니 갖가지 이유를 대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누그러지기만을 기다리는 우유부단함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정말 그 이유 때문이었을까? 운영위측은 최근 금리가 오르자 더 높은 새 금리로 적용하기 위해 대출을 중단했다고 믿고 있었다. 며칠을 끙끙 앓다가 결국 은행측은 대출을 재개키로 하고 당초 올해 말까지로 되어 있던 기간을 10개월이나 축소하고 이 기간안에 신청하는 주민에게만 추가대출 신청을 접수받는다고 굴복을 하고 말았다. 그러면서 은행측이 밝힌 대출 재개까지의 과정중에는 신임 지점장의 지론과 사훈까지 동원됐다. ‘고객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지론과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라는 사훈이 그것이다. 딴에는 신임 지점장의 올바른 대 고객관을 과시하는 듯한 해명이기도 한데 역설적으로 진작에 그런 지론과 사훈을 잊지 않고 있었다면 별다른 상의도 없이 주민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일이 있었을까? 전임 지점장 핑계는 유치하기까지 하다. ‘앞에 있던 사람이 한 일이라 난 모르는 일’이라는 핑계는 어디선가 많이 듣던 것이라 식상하기까지 하다. 한번 한 약속은 끝까지 지켜야지 사람이 바뀌고 중간에 상황이 바뀌었다고 멋대로 약속을 파기하고 그러면 누가 그런 은행을 믿고 재산을 맡기겠나. 한 주민이 토로한 “화내고 다그쳐야 말듣나?”라는 대목은 거대 금융기업의 일방적인 횡포와 이익 앞에서는 약속도 헌신짝처럼 내던질 수 있다는 비정함만 더욱 도드라지게 보여준다. 신뢰란 쌓는 것 만큼이나 지키기가 더 어렵다. 공들여 쌓은 신뢰라도 무너지는 건 순간이다. 특히 주민들의 재산을 맡아 보관하는 금융기관이라면 더욱 신뢰에 큰 가치관을 두고 어떤 일이 있어도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하겠다. 국민은행 온양지점의 ‘미흡한 고객만족’이 전체 금융기관의 신뢰에 먹칠을 한 꼴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