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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석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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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묘 그 쓸쓸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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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3월 19일(금) 10:19 [(주)온양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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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산향토연구회 천경석 | ⓒ 온양신문 | 요즘 다른 일로 인해 아산 각지에 있는 여러 곳의 오래된 무덤을 다녀보게 되었다. 600년쯤 전에 조성된 뒤 지금까지 잘 유지 관리되어 온 묘부터 100여 년 전에 조성되었다가 작년에 새로 옮긴 묘까지 꽤 여러 곳이었다. 어느 집안이거나 묘는 집안을 유지하는 수단 또는 연결고리 중 하나이기도 했다. 변화도 많았다. 다양한 형태, 여러 상태의 묘들을 보면서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다른 지역에 있다가 옮겨 온 묘 중에 탕정면 매곡리 서쪽 끝 강감산의 강학년 묘 위로 2~3년쯤 전에 아버지 강첨, 할아버지 강운상, 증조할아버지 강인 등의 묘가 옮겨왔다. 송악에서 회덕(현 대전시 대덕구)으로 갈라져 간 뒤 크게 번창했던 집안의 인물들이며, 강첨은 대사헌으로 유명했다. 아마도 그쪽이 ‘개발’되거나 뭔가 큰 변화가 있었나보다 생각했다.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고 생각되는 묘들은 둔포면 신항리 새말에 근거를 둔 해평윤씨 집안의 윤취동, 윤웅열, 윤치호 등 3대의 묘다. 윤취동은 신항리 해평윤씨의 경제 기반을 마련한 사람, 윤웅렬은 군부대신(현 국방부장관)을 역임하고 일제로부터 남작 작위를 받은 사람, 윤치호는 설명이 거의 필요 없는 사람이다.
그 대단한 세 사람의 묘는 원래 아산테크노밸리에 인접한 둔포면 석곡1리 독골마을의 대략 남서쪽 야산에 있었다. 그런데 묘비들만 음봉면 동천2리, 윤보선 대통령 묘역 진입로 동쪽 건너편 산줄기 끝쯤에 묘역처럼 조성해서 모아 놓았다. 유골은 묘비 뒤나 아래에 묻었는지 다른 곳에 있는지, 어떻게 처리했는지 모른다.
윤취동의 둘째 아들이자 윤보선 대통령의 할아버지인 윤영렬 묘는 그곳보다 마을 안쪽으로 600여 m쯤의 위치로 옮겨졌다. 7년쯤 전이라 하는데 땅을 새로 사서 묘역을 조성했다. 그 후손 몇몇의 묘와 앞으로 묘 쓸 자리를 계단식 평장묘 형태로 묘표를 잔뜩 조성해놓았다. 윤영렬의 묘는 원래 평택시 팽성읍 객사리 부용산에 있었는데 이곳으로 옮겨왔다.
묘역 입구에 옮겨져 있는, 얼핏 보아 높이가 5m는 족히 될 듯한 거대한 규모의 신도비가 화려하지만 좀 불편했다. 어떤 필요에 따라 봉분과 넓은 묘역은 포기해도 신도비는 너무 아까워서 버릴 수 없었나 보다. 해평윤씨 집안의 경제력이 엄청날 텐데 굳이 넓지 않고 가파른 남의 산을 사서 이리로 옮겨 온 것은 왜일까? 수구초심을 실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번에 특히 안타까운 심정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묘도 있다. 36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어떤 분의 무덤이다. 특별한 고관이거나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었지만, 본인과 아들이 각각 종4품과 종6품의 관직에 올랐다. 손자와 증손자 형제는 효자로 이름을 남겼으며 증손자 중 한 명은 무관으로 궁궐 수문장을 지냈다. 4대가 모두 『신정아주지』에 이름과 관련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또 많은 세월이 지났다.
20여 년 전에 처음 봤을 때 묘비(묘표) 등 석물은 풍화가 진행되어 세월을 말해주었고 봉분은 많이 낮아졌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관리가 이루어져 ‘이런 곳에 이런 무덤이 이렇게 오래 유지되어왔구나’ 하는 감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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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온양신문 | |
그런데 이번에 오랜만에 찾아가 보니 최근에는 관리가 전혀 안 되어서 풀과 잡목이 비석을 가린다. 원래야 초목이 주인이었고 먼 훗날에는 또 그들이 다시 주인 노릇을 하는 것이 당연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보는 사람의 마음은 참 쓸쓸하고 허망하다. 듣기에는 직계 후손이 없는 것 같다고 한다. 그나마 묘가 있는 자리도 다른 집안의 땅이 되어버렸다고 하니, 남의 조상이기는 하나 그래도 몹시 안쓰럽다. 내가 대신 벌초를 해주고 싶은데 그 또한 지나치고 이치를 거스르는 일이다. 세월이 가면 점차 잊고 잊히는 것이 순리 아니던가.
최근 집안 선산과 관련해서 좀 신경 쓸 일이 있었고, 아산 곳곳의 오래된 여러 무덤을 다니다 보니 결국 내 삶과 그 이후의 일을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근래 우리나라의 장법과 묘제가 큰 변화를 맞고 있다. 매장은 크게 줄었고 화장이 대세인 듯하다. 어떻게 보면 요즘은 ‘한국식 묘’라는 게 없다고 할 수 있다. 공원묘원은 오래전부터 생겼고, 여러 묘를 한곳에 모은 가족 묘역 또는 종중 묘역이 크게 늘었다. 묘의 형태로 제각각이다. 한동안 돌로 크게 만드는 집안 납골묘가 성행하더니, 최근에는 호석을 두른 봉분 형태의 납골묘가 주로 조성되는 것 같다.
사설 또는 공설 납골당 봉안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화장 후에 굳이 봉분이 필요할까? 그래서인지 형태상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평장묘다. 수목장 등 자연장도 늘었다.
번잡하게 하지 않고 흔적을 덜 남기는 것이 좋을 듯한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폐묘(廢墓) : 돌보는 사람이 없어 황폐해진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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