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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균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2021년 10월 07일(목) 16:54 [(주)온양신문사]

 

공세리 돌담

↑↑ ▲홍승균(온양문화원 이사)

ⓒ 온양신문

어느 하루 조용했을까마는 지난해부터 아침마다 확진자 숫자의 오르내림을 뇌이다 보니 또 어느덧 들판은 황금빛으로 물들어간다. 가을이 왔음이다.

쌀은 가장 기초적인 우리네 주식이라는 중요성에 비해 들판의 벼 이삭이 그득한 것이 당연했고, 때 되면 쌀이 마구 쏟아진다고 생각하며 지내오지는 않았을까 문득 반성해본다. 정성 들인 농군의 땀에 무심했나 보다.

옛시절 쌀은 모든 경제단위의 기준이었고, 나라에 내는 세금은 쌀이 대행하였다.

아산의 인주면 공세리라는 지명은 조선시대 세금납부용 조세미를 거두는 세곡 창고가 있었던 데서 유래한다. 국가재정은 거의 세곡에 의존했으므로 이를 도성으로 집결시키는 조운을 매우 중시하였다. 따라서 조세창은 국가의 강력한 통제하에 집약적인 형태로 조직, 운영하였다.

서해 바다를 곁에 둔 아산지역은 고려시대 ‘아주 하양창’부터 세곡미 운송을 거의 1000년 가깝도록 담당하는 포구의 역할을 했다. 지금은 공세리성당이 자리한 조용하고 정갈한 마을이다.

그러나 조선 중엽 공세리 지역이 가장 왕성하게 역할을 하던 시기에는 인근 40여 고을로부터 추수를 마친 세곡미를 거두어 공세창에 저장하였고, 이를 도성에 실어 나르는 물류거점의 역할을 하였다.

영호남 지역의 공세창의 경우는 운송 거리가 멀었기에 한꺼번에 모아서 단발성 조운을 하였던 데 비해, 도성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해운로였던 우리 아산의 공세창은 도성 강변의 해동기를 맞은 이듬해 봄부터 서너 번의 운송이 이루어졌다.

세곡미를 보관하고 관리하는 간이 건물 창고 시설이 최대 80여 칸이나 구성되었으니, 그만큼 인주면 공세리는 번다하였고 또 규모도 남달랐다. 내륙깊이 물길이 이어진 아산의 지형적인 요인은 자연스레 많은 물산과 사람들의 운집이 이루어졌으니 서해안의 주요 거점 지역이였던 반면, 고려시대의 몽골군 침입과 끝없는 왜구의 노략질에 대비해야 하니 경계의 긴장감이 팽팽한 고장이었다.

주변 고을은 육상으로 또는 강을 이용하여 부지런히 세곡미를 실어 왔다. 납기를 맞추느라 노심초사하였고 또 물량을 검수받느라 애태웠다. 강을 헤치며 서둘러야 했고, 험준한 차령 고개를 넘을 적엔 도적을 걱정하면서 행여 발생할 망실을 우려해야 했다.

모두들 아산땅을 향해 모여들었다. 그중에는 공세창 주막에서 지난해 맛본 탁배기 맛을 그리워하며 서둘렀을 테고, 다른 고장 ‘놈’들에게 투전판에서 잃은 본전을 꼭 되찾겠다는 다짐, 유독 내게 수더분하게 웃어주었던 주모가 영락없이 나를 기억이나 해줄라는가 기대만발 발길을 재촉하였던 짐꾼들의 왁자함이 묻어있다.

필자는 경기도 평택시에서 주관하는 ‘평택의 나루와 포구’라는 세미나에 참여하게 된 일이 있었다. 진행 내내 ‘아산호’는 ‘평택호’였다. 현재의 평택시 팽성읍에 있었던 고려시대의 하양창에 대한 고증과 그를 통한 해양도시로서의 평택이 가진 역사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느껴졌다.

하양창에서부터 이어온 조세창의 역사가 조선시대의 아산 공세리로 옮겨진 후 내용에 대한 구색갖추기 양념의 시간을 의뢰받았을 뿐이었다.

하양창터는 현재 그 정확한 위치조차 모호하여 흔적을 찾을 수도 없거니와 단순히 옛기록에 의존할 따름이다. 그곳은 경기도가 아닌 오히려 ‘충청도 아주(牙州)’ 지역에 해당되었던 땅이다.

작은 갯가의 한적한 마을로부터 하양창의 존재를 다시 부각시키고, 그로 인해 대 서해안시대의 단초와 아산호에 대한 평택의 지분 권리에 정당성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엿보였다.

공세창이 번성할 즈음 현재의 아산호는 아산땅의 앞마당이었으며 서해 바닷길은 아산지역의 마을 어귀였다. 이곳이 ‘하양창터’였노라고 팽성읍의 갯가에 입간판이 세워지면, 그곳 또한 평택의 앞마당이요, 마을 어귀이기도 할 태세이다.

옆 나라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미래전략의 장기적 구상을 펼치는 바! 만주벌판이 온전한 그들의 터전이었으며 고구려 또한 중국 역사의 한 페이지라 주장한다. 한술 더 떠서 우리의 김치도 중국이 본산이고 한복, 태권도마저 중국 고유문화의 일부라 한다. 일본은 늘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최근 올림픽을 통해 사안을 부각하여 재삼 물의를 일으키기도 하였다.

ⓒ 온양신문

우리 아산의 인주면 공세리에 가면 수십m에 불과하나마 옛 돌담이 남아있어 공진창의 흔적을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 세웠든 백성들이 마음으로 새겼든 공세창을 주관하던 해운판관들의 송덕비가 여러 기 세워져 있다.

이 땅은 마을 이름부터가 공세리(貢稅里)이다. 정갈하게 포장된 마을길과 맑은 거리가 이쁜 공세리 마을의 중간에 시꺼먼 돌무더기가 있다. 그러나 이 한 움큼 돌덩이야말로 한때 80여 칸의 창고에 그득했던 쌀가마와 엄청나게 큰 조운선들의 드나듦,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소란스러움을 대변하는 증거이자 마지막 포효이다.

문화유산이나 옛사람의 흔적은 언뜻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네 삶과 무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긴 세월만큼 지저분하거나 규모가 초라하게 보일 수도 있다. 누구든 손에 쥐고 있는 휴대폰을 이용하여 세금쯤은 쉽사리 납부할 수 있는 세상, 드론으로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시대에 살고 있다.

무거운 가마니를 허리 휘도록 짊어지고 또 바다를 통해 한양까지 쌀을 실어날랐던 조상들의 힘겨움은 무슨 의미로 다가올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문화유산은 오늘의 우리에게 이 땅의 연연한 역사에 대해 명징한 증거를 확보해주는 귀한 존재이다.

평택의 팽성이 고려시대 활성화되었던 하양창의 근거를 찾아 현재의 아산호와 서해 바다를 내 집 다니듯 호령하였다고 만천하에 홍보하고, 다시금 옛 번성을 되찾고자 노력하는 모습에서 경각심과 함께 그들의 의지를 배워야 한다.

공세리에서는 옛 창고 터의 흔적을 찾고 역사성을 확립하고자 극히 일부분이지만 발굴조사를 한 바가 있다. 단순히 땅을 파고 석축을 찾는 것이 당장 경제적으로 무슨 득이 될 것인가를 서둘러 예단하기에 앞서, 눈감으면 코 베어가는 경쟁의 시대에 확고부동한 우리의 근거와 정체성을 잘 지켜야 할 일이다.

각지에서 힘들여 운송한 황금같은 쌀을 철통같이 지켜내고 또 오차 없이 선적하며, 수많은 풍랑을 극복하고 온전하게 한양까지 운송하였던 긴장감의 기운까지 세월에 흘려보내지 말아야 할 일이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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