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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정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2021년 08월 27일(금) 11:41 [온양신문]

 

소설 ‘역사 속의 나그네’ 속 아산 읽기

↑↑ ▲유은정(순천향대학교 아산학연구소 초빙교수)

ⓒ 온양신문

소설 『역사 속의 나그네』는 2070년대를 살아가던 주인공이 시간 여행자로 ‘가마우지’를 타고 백악기 탐험을 떠나지만 시낭의 고장으로 조선 시대에 불시착하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복거일의 장편소설이다.

『비명을 찾아서』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복거일이 1988년부터 중앙경제신문에 연재를 시작했던 『역사 속의 나그네』는 1991년 단행본으로 3권이 출간된 후, 25년만인 2015년 3권을 더하여 전 6권으로 완간되었다.

소설 속 주인공인 이언오는 조선시대라는 새로운 시공간에 좌초되어 시간 줄기를 지키고자 하였지만 생존을 위해 시간 줄기의 수호를 포기하고 혁명을 일으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나가게 된다.

이 소설 역시 대체 역사소설이며, ‘시간 여행’을 모티프로 하는 SF다. 주인공 이언오가 이끄는 호서창의군은 관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여 세력을 넓혀 나가게 되고 결국 조선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아 자치정부를 수립한다.

이언오는 봉건사회에서 근대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도입하여 운영하기도 한다. 이러한 소설의 서사는 주인공의 성공 스토리를 통해 흥미진진한 무협소설을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이 소설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공간은 예산, 홍성, 공주, 부여, 아산, 천안 등의 충청도 지역이다.

이 작품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주인공 이언오의 고향이 아산이라는 점이다. 실제 작가 복거일(1946~ )은 아산시 신창면 오목리에서 태어났다. 작가의 고향이 아산인 점이 소설 속 이언오의 고향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언오가 처음 좌초된 공간은 문의현의 ‘됴한드르’(현 세종특별자치시 부강면 등곡리)지만 그는 조선시대 고향의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아산으로 향하게 된다. 이언오는 어린 시절 열 살이 되기 전에 인상 깊게 들었다는 ‘이토정과 새우젓 장수’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토정 선생이 아산장에 나갔다가 죽을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던 중 살아 있는 얼굴을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오게 되는데, 새우젓 장수였다.

토정 선생은 새우젓 장수에게 어떻게 하면 살 수 있느냐고 물었으나 새우젓 장수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에 길을 막고 다시 물으니 새우젓 장수가 뒤를 따라오라고 했다. 토정 선생은 무안하고 분했지만 새우젓 장수의 뒤를 따라 산기슭으로 올라갔다.

그때 큰 해일이 일어나 장터를 덮쳤다. 토정 선생은 물기둥이 거세어 새우젓 장수가 걸음을 멈춘 곳보다 더 높이 올라갔다. 그런데 바닷물은 새우젓 장수가 쪼그리고 앉은 곳까지만 차 있었다.

그래서 ‘이토정이 새우젓 장수만 못하다’는 말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언오는 어른에게서 들은 단 하나의 전래 설화여서 흐뭇하고 소중한 것이 되었다고 서술한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강척나루’에 관련한 대목이다. 이언오가 고향집을 가기 위해서는 곡교천을 건너 아산현으로 들어가야 했다. 신창현 신달리쪽 나루터에서 나룻배를 타고 곡교천을 건너면 강청리에 있는 강척나루에 도착하게 된다. 주인공은 20세기 초엽까지도 새우젓 배가 강척골 나루까지 들어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쓰고 있다.

당시 아산은 토정 선생이 아산현감을 지내고 있는 시기인데, 현감이 이언오를 붙잡아 오라고 하여 이언오는 쫓기는 신세가 된다. 이언오가 관원에게 잡혔다면 토정 선생과 대면했을 일이지만, 주인공은 무사히 아산을 빠져나와 토정 선생과의 대면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후에 이언오는 예산현 대지동면(현 대술면)에 머물면서 토정 선생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만 접하게 된다.

아산 관련 이야기는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데 공세리 성당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리는 역할을 한다. 또한 공세미를 보관하였던 공세곶창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역사 속의 나그네』에서 묘사되는 아산의 모습은 주인공 이언오가 살고 있는 2070년대 시점에서 보여지는 아산과 조선 시대의 아산, 두 가지로 제시된다. 이를 비교해서 살펴보는 것도 소설을 읽는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한다.

아산 시민이라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아산의 이야기가 더 의미 있고 인상 깊게 느껴질 것이다. 앞으로도 아산을 배경으로 하는 다양한 문화 예술 작품들이 많이 창작되기를 기대해본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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