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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애호가들의 집념, 식물학 이정표로 ‘우뚝’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 『조선식물향명집』 주해서

2021년 08월 09일(월) 16:31 [(주)온양신문사]

 

ⓒ 온양신문

전문 식물학자들도 아닌 아마추어 야생화 동호인들이 방대한 우리 야생화의 이름과 그 유래를 발굴·조사하고 이를 분석·정리한 도서를 발간했다.

오는 8월 15일부터 인터넷 서점과 전국의 일반 서점 등에서 동시 발매 예정인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 『조선식물향명집』’은 조민제·최동기·최성호·심미영·지용주·이웅 씨가 공편저자로 참여하고 이우철 박사가 감수해서 심플라이프에서 발행하는 도서로 153*224*80mm의 장정에 내용은 무려 1천928쪽에 달한다.

이 책은 머리말과 일러두기에 이어 『조선식물향명집』의 ‘사정요지’ 해설, 『조선식물향명집』 과명 차례 순으로 수록돼 있다.

본문은 1천944종의 식물에 대한 ▲『조선식물향명집』 원문 ▲현재의 국명 및 학명 ▲국명 및 학명의 유래 ▲다른이름 ▲옛이름 ▲중국·일본명 ▲참고의 순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말미에는 △『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에 대하여 △『조선식물향명집』 저자 소개 △참고문헌 △찾아보기(학명·한글명·한자명)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 원장)·나태주 시인의 추천의 글이 실려 있다.

자연과학 > 생명과학 > 식물 도서로 분류되는 이 도서는 원래 현직 변호사인 조민제 씨가 지난 2015년 『조선식물향명집』을 입수해 살펴보다가 그 중요성과 역사성 등을 간파해 기획·구상하고 이듬해인 2016년 페이스북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동호인그룹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회원들로 팀을 구성해 편·저작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5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본업에 충실하면서 자료집의 번역과 조사, 참고자료 수집, 사실 확인·분석·비교, 감수 등 숱한 난관과 역경을 거치면서 이번에 비로소 빛을 보게된 것이다.

특히 정리한 자료가 워낙 다양하고 방대한 반면, 수요층은 제한적인 현실에서 이 자료를 책으로 발간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출판사가 없어서 편저자들은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이런 어려움 외에도 내용 편저작에도 어려움이 많았다는 조민제 씨는 “책을 적어 나가는 동안에 여러 분들로부터 이해하기 쉽도록 책에 식물 사진을 꼭 넣어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다”면서 “그런데 조선식물향명집에 수록된 식물이 1천944종으로 1종 당 1쪽씩 내용을 적는다고 해도 무려 2천여 쪽이나 되고 거기에 사진까지 수록할 경우 도무지 책의 분량을 감당하기 어랴웠다”고 토로했다.

결국 사진을 넣도록 하되, 2~3쪽에 하나씩 눈의 피로도를 줄여 주는 정도에서 그쳐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그러고도 어떤 사진을 어떻게 넣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았다는 조 씨는 “한참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책의 감수자인 이우철 박사님을 뵙게 됐다. 이 문제를 말씀드렸더니 당신이 일본 동경대에 가서 우리나라 식물로 만든 표본을 사진으로 일일이 담아 파일로 만들어 둔 것이 있으니 그것을 사용하라고 하시는게 아닌가? 일본 동경대 소장 표본들은 일본인이 조선에서 직접 채집해 만든 경우도 있으나, 1911년부터 식물 채집 활동을 시작한 조선식물향명집의 제1저자 정태현 박사가 만든 표본도 상당히 남아 있다. 정태현 박사는 후학을 비롯한 이후의 연구를 위해 평생 7만여개의 식물표본을 만들어 국내에 보관했으나, 그 모든 것이 6.25 전쟁 당시 폭격으로 소멸되고 말았다. 국내에서는 사라진 표본이 일본 동경대에 남아 있다니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어쨌든 우리는 정태현 박사의 수고로움이 베어 있을 표본 사진을 그 제자 이우철 박사의 노력 덕택에 사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조 씨는 “분량 문제로 표본 사진을 작은 크기로 수록할 수 밖에 없었으나 그래도 역사적 의의가 상당한 것들이다. 이제 출간을 앞두니, 작은 것 하나에도 어려있는 선인들의 노고에 부디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해진다”고 밝혔다.

출판사에서는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옛사람의 삶, 식물의 생태, 그리고 식물과 사람이 맺어온 관계의 역사를 담다
‘식물 애호가들이 집념으로 일궈낸 식물학의 유의미한 이정표’


최근 식물의 한글명과 그 유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를 본격적으로 다룬 서적들이 출간되고, 식물분류학이나 식물생태학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도 이러한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그런데 항간에는 “일제강점기에 제국주의에 길들여진 식물학자들이 일제의 식물 자원 착취를 등에 업고 자신의 학문적인 업적을 위해 조선을 조사하면서 일본어로 지은 이름을 무비판적으로 번역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근거 없는 말들이 떠돌기도 한다.

옛사람들이 식물과 함께 생활하며 만들고 발전시켜온 우리말 이름인 ‘광대나물’, ‘벼룩나물’, ‘벼룩이자리’, ‘등골나물’, ‘곰취’, ‘호랑버들’, ‘개불알꽃’, ‘등대풀’ 등이 줄줄이 일본명의 번역어로 취급되는가 하면, 나라 잃은 슬픔과 원망이 쌓여 언중(言衆) 사이에 형성된 ‘망초’ 같은 이름은 비루한 것으로 취급되고 있다. 식물학에 대해 조금만 더 연구하고 조사했더라면 결코 나올 수 없는 말들이다.

이 책의 편저자들은 『조선식물향명집』이나 그 저자들에 대한 연구와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이런 근거 없는 평론에 맞서 『조선식물향명집』을 반복적으로 읽었으며, 방대한 자료를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기에 이르렀다.

『조선식물향명집』이 과학으로서 식물분류학을 기초로 하고, 조선어학회와 교류하면서 우리의 전통적 식물명을 살리고자 한 민족적 자각의 결과물이었음을 확인한 것이다.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는 『조선식물향명집』에 표기된 식물명(국명)이 어떤 과정과 유래를 거쳐 형성됐는지 밝히고 『조선식물향명집』 발간 이후 현재까지 어떤 변화를 거쳐왔는지를 추적하는 것에 주된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이 책의 편저자들은 『조선식물향명집』 저술 당시의 과학으로서의 식물학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그 이후 변화하고 축적된 국내외의 식물학 관련 연구 결과물을 수집하고 분석했다.

한편 이 책을 추천한 이 책은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 원장은 “제가 식물을 공부하면서 너널너덜 해어지도록 곁에 두고 보았던 『대한식물도감』과 함께 평생 곁에 두고 가장 많이 펼쳐보며 공부하고 인용할 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태주 시인은 “이 책을 보면서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이 귀중한 자료를 잘 읽고 살피고 간직해 좋은 글로 승화시키는 일이다. 특히 글을 쓰다가 막히거나 모르는 식물 이름이 있으면 자주 찾아보며 좋은 벗으로 삼겠다”고 추천했다.

한편 이 책을 펴낸 공편저자들의 주요 활동무대인 페이스북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지난 2012년 대표관리자인 최성호 씨가 창립한 야생화 동호인 그룹으로, 전국에서 3천200여명의 회원들이 참여, 활동하고 있다.

□ 조선식물향명집
이번 도서의 토대인 『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은 식물도감을 향한 과학적 토대로서의 식물분류명집에 해당한다.

일제강점기인 1937년 조선인 식물학자 4명(정태현(鄭台鉉), 도봉섭(都逢涉), 이덕봉(李德鳳), 이휘재(李徽載))이 조선박물연구회에서 발간한 책으로 한반도에 분포하는 143과 684속 1천944종의 식물 이름을 기록한 식물분류명집이다.

조선인들이 조선명으로 된 식물도감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첫 걸음마였다. 명실공히 우리 학자가, 우리 땅에 있는 식물을 근대 학문 체계에 맞춰 분류한 뒤, 우리말 이름을 적어 펴낸 사상 최초의 책이다.

여기에는 우리 땅에서 자라는 식물 1944종의 학명, 일본 국명, 조선 국명이 실려 있다. 학명에 근거해 식물명을 모아 기록했기에 본문은 라틴어 학명과 이에 대해 부여된 일본명, 실제 사용하는 조선명을 알파벳과 한글로 표기했다.

『조선식물향명집』이 중요한 이유는 근대 과학에 기초한 조선명(한국명)의 체계적 정립이라는 점에서다.

『조선식물향명집』이 발간될 무렵 ‘내선일체로 일본과 조선이 한 나라인데 조선명을 새로 만들 필요가 어디 있느냐며 일제의 심한 제재가 있었으나, 당시 농촌에서는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이 많으므로 이들을 교육하기 위해 일본어를 번역하는 것이라고 무마시켰다’라는 일화는 당시 시대 상황을 잘 드러낸다.

이처럼 『조선식물향명집』은 일제의 문화통치가 그 외피를 벗기 시작할 즈음이었던 1933년경에 저술을 시작해 일제가 중국 침략과 더불어 조선에서 일제에 반하는 사상과 조선어 사용을 사실상 제약했던 시점에 완성해 출간됐다.

그러므로 『조선식물향명집』은 국권 피탈의 고통 속에서 피지배민이라는 숙명을 벗어날 수 없었던 조선인 식물 관련 실무자와 학자가 식물 연구를 통해 민족적 정체성을 찾으려 한 과정이었다.

조선의 언중이 사용하는 실제 식물명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조선의 산림·문화·전통을 서로 연결 지었으며 동시에 근대 과학의 보편성을 수용했다. 식민성을 극복할 수 있는 자주적 과학 탐구의 씨앗이 된 연구였다.

『조선식물향명집』을 통해 비로소 과학이라는 토대와 전통을 계승한 식물명이 결합될 수 있었고, 그러한 노력의 주요 결과물이 수많은 변화를 거치면서도 현재의 식물명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임재룡 기자  skyblue62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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