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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균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2021년 06월 18일(금) 10:13 [온양신문]

 

아산의 미술관

↑↑ ▲홍승균(온양문화원 이사)

ⓒ 온양신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이중섭의 ‘황소’ 고려시대 ‘천수관음보살도’ 그리고 익히 들어온 미술의 거장 모네, 피카소, 샤갈 등의 작품. 이들을 가격으로 환산하면 수 조 원에 이른다는 미술품 및 문화재 2만여 점. 이는 얼마 전 타계한 한국 최대 재벌이 기증하기로 한 컬렉션이다.

예상치 못한 명품 걸작이 갑작스럽게 세상에 쏟아져 나오게 되자, 전국의 여러 지자체나 관련 기관에서는 해당 기업가와의 연결고리를 주장하면서 이들에 대한 전시공간의 유치 전쟁에 돌입했고, 향후 눈앞에서 직접 관람하게 될 감동스러움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네는 교과서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작품들을 누구 몇몇은 ‘수백 년 전 그리고 수만리 밖에서 조성한 작품의 생생한 붓 터치를 눈앞에서 맛보고 있었구나’를 느낀다.

긴 세월 숙성된 와인이 그 깊은 맛과 그윽한 향의 격조가 다르다는 것을 들어서 아는 이와 맛을 직접 음미해본 이의 차이다. 머지않아 이들 걸작들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주도하여 일반인에게도 선보일 예정이라 한다. 전시회에서는 값비싼 작품에 대해 장황한 찬사와 안내문이 제시될 것이다.

우리 아산시에 박물관은 몇몇 운영되고 있는 반면, 미술관은 송악면의 당림미술관이 유일하다.

설립 취지에 따라 특색 있는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의 경우에는 생활사나 종교의례 등에 결부된 전시품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나름의 관심사에 따라 흥미 유발이 수월한 편이다. 이에 비해 미술관의 경우는 자칫 전문성이 요구되는 듯한 선입견 탓인지 대중적인 접근도가 덜한 것이 사실이다.

모두들 유년시절부터 방벽에 그림칠을 하여 야단맞는 성장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미술관을 대하는 거개의 비전공자들은 덜컥 거리감을 갖기 일쑤이다. 이는 제도권 학교생활에 돌입하는 다음부터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소위 명작(?)에 대해 학습적 정답을 강요받았던데 기인하지는 않을까?

등장하는 작품마다 전문가들이 규정지은 안목은 시험에 임할 때 정답으로 강요받아왔고, 다른 시각이나 의견은 오답으로 처리되는 엄정한 틀 속에서 학습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것이 올바른 감상평이었고 그래서 무조건 외워야 했다.

작품을 대하기에 앞서 식견 높은 이가 언급한 정답이 있다는 것은 ‘규정지어진 틀로부터 일탈을 범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다가온다. 기존의 작품들에 대해 강요받은 감상을 너무도 오랜 세월 체득했다.

ⓒ 온양신문

아산의 당림미술관은 크지 않은 소박한 규모일 수 있지만, 단아하고 푸근하여 편안한 미술관이다. 큰 규모의 미술관은 잿빛 대형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우람한 전시공간에 들어서면서 느끼는 부담이 엄습한다. 비전공자에게는 아는 체의 부담, 해석 불가한 작품과 맞닥뜨릴 당혹감이 편치 않다.

당림미술관은 늘 신선하고 낯선 새 창작물들이 수줍게 맞이하여 준다. 작품에 대한 평가의 자유로움은 가슴속 본능이 주는 기분대로 만끽하며 감상할 수 있음이 작은 행복이다.

작가의 의도와 달라도 힐책 받지 않는다는 안도감. 그래서 마구 상상해도 되고, 자녀들과 가더라도 바라본 느낌을 기탄없이 나눌 수 있는 여유로움, 그리고 작품에 대해 정답 강요자가 없는 데서 오는 호사를 누려본다. 그것이 당림미술관에서 받을 수 있는 한 움큼 대접이고 너그러운 넉넉함이다. 한 시대의 문화는 창조와 전달 그리고 수용의 과정이 뒷받침되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도시마다 한두 군데쯤은 미술관이 있다. 그곳은 문화 창달의 전달자 역할을 하는 소중한 공간이기에 그 도시가 갖추어야 할 귀한 자산이고 자존심이다. 격은 어느 한날 고명하신 그 누구로부터 덜컥 주어지는 성적표가 아니며 인위적인 외형에서 갖춰지는 것이 아니다.

재벌의 지하 수장고에서 나온 것을 덜컥 받아서 으리으리하게 전시관을 짓는대서 일조일석에 발현될 수 없듯이, 차곡차곡 쌓은 연륜과 내공에서 스스로 발현하는 아취다. 누군가의 예술혼이 스민 한 점 한 점에 대한 깊은 성찰과 심미안이 체화되고 축적될 때 저절로 향내를 뿜어대는 내적 풍요로운 결과치이다.

미래를 도약하는 아산시에 미술관 하나가 없었다면 다른 고장과 견주어 느껴질 문화적 빈곤과 옹색함은 얼마나 초라했을 것인가? 가난은 창피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자초한 가난은 후손에게 결례이다. 나태의 소산이다. 조상께서 만들어준 예술을 보전하고 가꾸면서 향유하는 오늘의 우리는 그만큼 후손에게도 문화자산을 꾸준히 만들어 주어야 함이 도리이다.

기성세대가 상자갑에 담긴 크레용에서 살색이라고 부르던 색깔은 어느덧 살구색이 되어있다. 흑색도 살색이고, 백색도 살색인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다. 보다 넓고 큰 시야가 요구되고 있다.

교실에 흥건하게 젖어가며 흰색 도화지에 물감을 바르는 것만이 미술이 아니듯 실크나 철사로도 미술은 표현되며, 내가 입은 옷의 문양도 미술이고, 더 나아가 오고 가는 차량도 미술이고, 거리의 가로등도 미술이며 아이 손에 쥐어진 과자봉지의 문양도 미술이다. 푸르른 산하의 풍광 또한 대자연이 창조해낸 미술일 수 있다.

모든 창작과 구상은 백지에서 근본적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자유분방한 안목과 창조적 가슴을 소유한 이에게 비로소 새로움이 창출된다. 미래 첨단 도시형성의 완성은 높이 솟는 마천루에 걸맞아야 한다.

교과서적인 기성 마인드보다는 당림미술관 아스콘 바닥에 엎드려 흔적을 남기는 고사리손에서부터 진정한 속살이 찌기 시작한다

장차 엄청난 주목을 받을 대가가 미술관 뜰의 캔버스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 훗날 그분(?)의 어릴 적 습작이라며 찬탄하게 될 기념비적 그림이 행여 상처 날까 봐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진다. 앙증맞은 아이들의 붓 터치가 사랑스러워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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