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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혁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2021년 06월 14일(월) 17:19 [온양신문]

 

‘마을나무’ 그늘 아래서 소통하다!

↑↑ ▲임윤혁(아산시 더큰시정위원회 위원)

ⓒ 온양신문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네 어귀에 잎 무성하고 빨리 자라는 나무를 심고 가꿔왔다. 서 있는 위치나 형태, 역할에 따라 ‘정자나무’나 ‘동구나무’, ‘당산나무’ 혹은 ‘서낭나무’ 등으로 달리 불리는 이 거목들은 동구 안팎을 가르는 경계이자 이정표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이들 ‘마을나무’는 대개 수세(樹勢)가 좋은 느티나무나 회화나무, 은행나무, 떡갈나무, 팽나무, 버드나무 등이 많다.

정자목 혹은 동구목은 특히 여름에 큰 그늘을 만들어 줘 마을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여 따가운 햇빛을 피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쉼터이자 아이들의 놀이터였으며,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하는 공회의 장소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외지로 나가는 아들딸을 배웅하거나, 그렇게 나간 자식의 귀향을 제일 먼저 반기는 곳도 대개 이 나무 아래서였다. 서양에 ‘광장’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큰 나무 아래 ‘동구’가 있는 셈이다.

당산목이나 서낭목으로 불리는 나무들은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주는 신성한 존재로, 정월 보름 전후에 마을 사람들이 제사까지 올리는 경외의 대상이었다. 때문에 동제를 지낼 무렵에는 나무 주변에 금줄을 쳐서 부정한 사람이나 기운이 들어오는 걸 막았다. 당산목에 대한 민간의 인식은 민속신앙 차원에 그치지 않고, 그 나무가 전하는 말(정보)을 보고 들으며 그에 따라 앞으로 발생할 크고 작은 일을 예측하는 지표이기도 했다.

예전에는 마을의 가장 큰 일이 농사였다. 때문에 당산나무에 예를 갖춰 제를 지내고 한해 농사의 대풍을 기원한 것이다.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은 당산나무에 잎이 피는 모습만 보고도 그해 농사의 풍흉을 미루어 짐작하기도 했다. 지방마다 조금씩 해석이 다르기도 한데, 우리 아산 지역에서는 당산나무 잎이 위에서부터 피면 비가 늦게 와 가뭄이 일찍 찾아오고, 반대로 잎이 아래서부터 피면 비가 일찍 온다고 믿었다.

아무려나, 마을마다에는 꼭 큰 나무가 우뚝 서 있어 여러모로 구심점 역할을 했었다. 아산에도 오래된 ‘마을나무’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700년 수령의 인주면 공세리 회화나무는 아산에서 가장 오래된 당산목이다. 염치읍 방현리 느티나무, 외암민속마을 안 느티나무 등도 수령 600년 전후의 고목으로 그 위용을 자랑한다.

배방읍 중리 맹씨행단을 대표하는 나무로 두 그루의 은행나무를 꼽지만, 뒤편 구괴정에 남아 있는 두 그루 느티나무에서도 켜켜이 쌓인 세월의 두께를 엿본다. 신정호 변 점량동 당산목은 원래 두 그루로 쌍이었으나, 그 중 하나가 쓰러져 베어지고 난 뒤 한 그루만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기도 하다.

2017년 온양신문 자료에 따르면 아산시 관내에는 당산목, 정자목, 고목, 풍치목 등으로 지정된 보호수가 88호(번호로 관리) 100그루에 달한다고 한다. 2017년 당시 보호수 현황을 보면 송악면이 17호로 가장 많고, 도고면이 10호, 염치읍과 인주면이 각 9호, 배방읍과 음봉면이 각 8호로 뒤를 잇는다. 이밖에 탕정면, 영인면, 신창면이 각 5호, 선장면이 4호, 둔포면이 3호 순이다. 시내권에는 온천동, 점량동, 용화동, 풍기동, 좌부동 등에 각 1호씩이 지정되었다.

이렇듯 한때는 마을의 유일한 소통 공간이며 구심점 역할을 하던 당산목들은, 빠른 도시화로 인해 설 자리를 잃고 하나둘씩 베어져 나갔고 대신 그 자리엔 아파트 같은 집단 거주시설이 들어섰다.

아무리 시절이 그렇다지만, 아이들은 학교·학원 아니면 PC방으로, 청년들은 더 큰 도회지의 유흥시설로, 어른들은 기껏해야 대형 마트나 쇼핑몰 등을 맴돌며 고단한 삶을 위안한다. 마을 사람들이 모일 공간도 없고 모이지도 않는데, 마을문화가 형성될 리 만무하다.

그나마 도농복합도시인 아산은 아직 농사를 생업으로 삼는 마을들이 제법 남아 있다지만, 그들 구성원 자체도 이미 고령화된 탓에, 그저 경로당에 모여 앉아 가는 세월만 한탄할 뿐이다. 그러니 생기가 있을리 만무고, 마을 사람들 전부가 참여하는 행사는 꿈도 꿔보지 못할 형편이 되어버렸다.

다시 ‘마을나무’를 심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가꿔보면 어떨까? 지역 내 멋들어진 당산목이나 정자목 둘러보기 투어도 진행하고, 마을 어르신들에게 그 아래서 펼쳐지던 예전 얘기도 들어보고 난 후 우리 마을, 우리 아파트 단지에 가장 적합한 수종을 골라 대를 이어가며 돌보고 그 아래서 다양한 모임과 행사들을 진행하면 멋지지 않을까?

‘코로나19’ 집단면역이 형성된다는 10월 즈음에는 마을주민들과 함께 선선한 가을바람을 한껏 즐기며 우리 마을만의 상징목을 심는 작은 축제를 만들어보자. 그렇게 ‘마을나무’를 중심으로 우리 마을만의 스토리와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간다면 아파트 단지가 가질 수밖에 없는 무미건조함이나 불소통도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보게 된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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