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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정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2020년 06월 18일(목) 17:15 [온양신문]

 

아산의 여우 이야기

↑↑ ▲유은정(아산학연구소 연구원)

ⓒ 온양신문

더위가 엄습해 오고 있다. 올여름은 최악의 무더위가 찾아올 거라는 기상청의 예보가 있어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긴긴 여름을 드넓은 해변에서 또는 시원한 계곡에서 보낼 생각을 하면 ‘그래도 견딜 만하겠지’하며 위로를 해 보지만 요즘같이 코로나 확진자가 늘고 있는 상황으로 봐서는 그것도 쉽지 않을 일이다. 이럴 때는 집에서 에어컨을 켜 놓고 오싹한 공포영화를 보는 것이 최고의 여름 나기 방법이 아닐까 한다.

어린 시절에는 ‘전설의 고향’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었다. 귀신이나 구미호가 나오는 내용이면 이불을 쓰고라도 텔레비전을 봤던 기억이 있다. 꼬리가 아홉 개 달린 구미호 이야기는 ‘전설의 고향’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였다.

구미호 이야기가 흥미 있다 보니 구미호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도 제작되었다. 올해에도 현대판 구미호 이야기가 안방극장을 찾을 계획이라고 하니 추억이 소환되어 반가운 일이다. 이렇듯 구태의연할 것 같은 옛이야기가 새롭게 스토리텔링되어 재탄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아산의 옛이야기도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산에도 여우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배방면 중리의 <치마바위> 이야기가 그것이다.

마을에 홀로 사는 가난한 총각이 있었다. 총각은 부모를 일찍 여의고 나무장사를 하며 하루하루 생계를 잇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게를 짊어지고 산속에 들어가 나무를 하려는데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렸다. 총각은 나무를 하다말고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미모가 뛰어나고 눈이 빛나는 여인이 슬프게 울고 있었다.

원래 순진하고 착한 총각은 이유를 묻지 말고 자기를 도와 달라고 애원을 하는 여인을 하는 수 없이 집에 데려왔다. 가난한 총각의 집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초가집에 단칸방과 부엌이 전부였다. 여인은 집에 오자마자 팔을 걷어붙이고 집안청소를 하였다. 총각은 어리둥절했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다.

다음날 두 사람은 뜻이 맞아 동네 사람들을 모아 놓고 없는 살림에 잔치까지 하면서 결혼을 하였다. 동네 사람들은 가난한 총각이 잔치를 해서 의문이 들었는데, 여인이 보물을 가져온 것이었다. 총각은 돈에 색시까지 생겨서 너무나 기뻤다. 두 사람은 남은 돈으로 논과 밭까지 샀다. 그들의 금실은 부러울 만치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여인이 자정이 되면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집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총각은 그 사실을 알았지만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러나 소문이 동네까지 퍼졌다. 동네 사람들 몇몇이 여자가 늦은 밤에 산에서 내려오는 것을 목격하였고, 여자가 여우로 둔갑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인이 논에 새참을 들고 나왔다. 그런데 그만 치마 사이로 여우의 꼬리가 나와 이를 본 동네 사람이 괭이로 치려 하자 여인은 여우로 변해 도망치고 말았다. 이때 난데없이 맑은 하늘에서 천둥과 벼락이 내리쳤는데, 여우는 간데없고 큰 바위가 나타났다. 그 바위가 치마를 두른 여인의 모습이라 하여 치마 바위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배방면 중리 설화산 밑에 넓게 자리하고 있었다는 치마바위는 현재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다만 치마바위가 있었다는 이야기만 전하고 있다. 치마바위 이야기 역시 다른 지역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는 전설이다. 하지만 아산의 <치마바위> 전설은 여우 이야기와 결합하여 더욱 흥미롭다.

인간 남성과 결혼해서 정체를 들키지 않으면 인간이 될 수 있었던 여우가 결국 인간이 되지 못하고 돌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총각의 입장에서는 여우가 인간이 되어 함께 오래오래 살 수 있었다면 행복했을 텐데 말이다.

여우는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었지만 현재는 멸종위기종이다. 여우는 독특한 사냥능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신비한 능력을 지닌 동물로 이야기 속에 자주 등장하곤 하였다.

아산의 여우 이야기도 신비롭다. 한여름밤 오싹한 구미호 이야기로 더위를 날렸던 그때처럼 이 여름 무서운 이야기든지, 신비한 이야기든지 이야기 한편을 시작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무더운 여름을 무사히 이겨냈으면 한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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