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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석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ㅡ 마을 이야기꾼

2020년 05월 01일(금) 10:25 [(주)온양신문사]

 

↑↑ ▲천경석(아산향토연구회)

ⓒ 온양신문

점점 공부를 안 하다 보니 그나마 조금 알고 있던 사실도 이제 자꾸 잊어버린다. 요즘 머릿속에서 빙빙 돌기만 하고 생각이 안 나는 단어가 있다.

옛날 중국에서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돈을 받아서 먹고 살던 직업적인 떠돌이 이야기꾼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일컫던 호칭이 있었는데 그게 뭐였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예전(몇십 년 전)에 분명 어느 책에서 봤었고 ‘매담가’라 했던 것 같은데, 인터넷 포털에 이런저런 검색어를 넣어 찾아봐도 그런 단어는 확인되지 않는다. 기억의 오류인 모양이다.

방식과 분야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조선 후기에 직업적으로 소설을 소리 내어 읽어주던 사람들이 있었다. 개인 집을 찾아가거나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주요 장소에 자리 잡고 소설을 낭독했다. 전기수(傳奇叟)라고 했던 그런 분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조선 후기 직업적 이야기꾼으로는 노래로 이야기를 전해주던 강창사(講唱師), 이야기 조로 들려주던 강담사(講談師), 그리고 우리나라나 중국의 소설책을 낭독하는 강독사(講讀師)가 있었는데 전기수는 강독사인 셈이다.

현대사회에서 비슷한 일을 하시는 분들을 굳이 생각해보면, 전기수는 ‘동화 구연(口演)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각 지방의 문화유산 해설사들은 또 다른 형태의 이야기꾼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 이런 분들, 즉 ‘이야기꾼’에 대해 생각해보는 경우가 꽤 여러 차례 있었다. 계기는 제각각이었다. 우선 한 가지는 필자 개인의 섣부른 ‘말’ 때문이다.

여러 해 전부터 아는 분들과 아산환경과학공원의 전망대(아산그린타워)에 올랐을 때 괜한 욕심으로 몇 번 꺼냈던 말이 있었다. 나중에 좀 더 나이가 들었을 때 전망대에서 사람들과 아산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찾아온 사람들에게 전망대에서 보이는 이곳저곳을 함께 바라보며 그곳들과 관련된 아산의 역사나 문화 이야기를 함께 해보자는 것이었다. 물론 무료여야 서로 부담이 없을 것이다.

지금도 생각은 여전하지만 나중에 실제로 그리할지는 모르겠다. 실은 벌써 대단한 ‘귀차니스트’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개인 이야기는 그렇고.

또 한 가지는 아산 곳곳의 개발과 변화로 인해 상당히 많은 문화유산이나 이야기들이 없어지거나 잊히는 상황을 참 많이 보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눈에 보이고 사람들이 어느 정도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재도 있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들도 있다. 존재 자체에 무관심하기도 하고 전혀 모르는 경우도 있다.

금년 초에 아산시 몇 곳을 다니다가 무척 아쉽고 놀랐던 사실로 ‘동제(洞祭)’, 즉 산신제 등 마을공동체 의례가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속히 중단되거나 변질된 마을들을 확인했던 일이 있다. 다양한 석조 문화유산이 깨지고 없어지기도 한다.

보름쯤 전에 아산시 문화재 보호 담당자에게서 들은 이야기로는 이미 원위치에서 한 차례 옮겨졌던 탕정 호산1리 안버미(안범이) 마을의 선돌 형태 ‘미륵’이 최근에 다른 곳으로 옮겨졌는데 또 옮겨질 수도 있게 되었다고 한다. 오랫동안 마을 수호신이었는데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아는 사람도 머지않아 거의 사라지게 될 것 같다. 그런 경우는 말 그대로 비일비재하다.

먹고 살기도 힘들다고 하고 다른 측면에서는 4차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요즘 세상에 누가 그런 것들에 가치를 두고 신경을 쓰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건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산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있는 필자로서는 여간 속상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도시화 된 시가지야 그렇다 쳐도, 아산시 곳곳의 여러 마을을 다니면서 절실히 느끼는 바는 마을에 뭔가가 없다는 점이다. 좀 묵은 집도 더러 있지만 전원 주택형태로 새로 잘 지은 집들이 많아지고 마을길도 잘 닦여 있고 사람도 있고 차도 많이 있는데, 그런데 향기랄까 맛이랄까 매력이랄까 그런 것들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그 마을에 사시는 분들은 나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내가 모르는 새로운 향기와 맛이 가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돈과 이익, 편의주의만은 아니길 빌 뿐이며, 어쨌든 매우 아쉽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전국의 꽤 여러 곳에서 ‘마을 기록단’이라는 모임이 꾸려져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재미있는 일이다. 아산시에서도 송악면과 배방읍 지역에서 ‘마을 기록단’이라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다. 활동 내용이라든가 목적이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관련 사항을 잘 알지는 못한다.

또 한 가지, 현재 초등학교 학생들의 학습 내용 중에 ‘우리 고장 바로 알기’ 또는 ‘우리 고장 문화 알기’가 포함되어 있다. 현장 조사와 체험 등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몇 가지 사항들과 관련해서, 결론적으로는 ‘마을 이야기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다른 얘기로, 전에 외암마을 짚풀문화제를 진행할 때 꼭 해보고 싶었던 꼭지 중 하나가 우리말, 외지 사람들은 충청도 사투리라고 말하는 우리 고장 말로 이야기 대회를 여는 것이었다. 지금은 우리가 사는 마을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아이들이나 탐방객에게 재미있게 들려주는 마을 이야기꾼을 생각해본다.

마을마다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가 있다. 그런 분들의 이야기 자료를 잘 정리하면 후대까지 계속 전해질 수 있는 마을 역사책이 될 것이다. 그분들을 초등학교로 모시거나 학생들이 마을로 찾아가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아산시나 문화원 등에서 ‘마을 이야기꾼’ 양성 과정을 운영해도 좋을 것이다. 적어도 초등학교 학구별로 한 분 이상은 계실 수 있도록. 가능하면 두 분이 만담처럼 진행하는 방식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산시 전체를 대상으로 개최하는 마을 이야기 경연대회도 좋겠고. 어떤 활동을 하실 때 약간의 활동비를 드리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만약 마을 기록단 활동이나 마을 만들기 사업이 진행되는 곳이 있다면 연계해서 추진해봐도 좋을 듯하다.

그리하여 마을에 고급 주택과 자동차가 넘치듯 온갖 이야기와 향기가 넘실대면 참 매력적이고 살맛나는 마을이 되지 않을까.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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