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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의 길] 관선재 숲길 산책

2020년 03월 16일(월) 11:07 [온양신문]

 

↑↑ ▲유만근(숲해설가)

ⓒ 온양신문

관선재(觀善齋)는 외암 이간(1677-1727) 선생이 친구인 천서 윤혼(1676-1725) 선생과 함께 강학(講學)을 하던 곳이다. ‘강당골’이라는 이름이 여기서 유래했다. 그러나 흥선대원군 시절, 서원철폐령이 내려지자 재빨리 불상을 모셔놓고 사찰인양 위장하여 훼파(毁破)됨을 면하였다. 이후로 관선재는 조계종 산하 강당사라는 이름으로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근래 강당사는 대웅전을 새로 지었다. 관선재에 보관 중이던 이간의 목판 문집(307매, 충청남도 문화재자료)도 바로 위쪽에 보존시스템이 구축된 새 건물로 옮겼다. 현재 관선재 건물은 사찰의 요사채와 문천사(文泉祠)로 쓰인다.

문천사는 이간과 윤혼의 신위를 모신 곳으로, 외암의 시호인 무정(文正)과 윤혼의 호인 천서(泉西)에서 따온 이름이다. 예안이씨·파평윤씨 양 가문이 매년 5월, 이곳에서 함께 춘향제(春享祭)를 지낸다.

관선재는 외암마을에서 계곡 상류 쪽으로 ‘강당골주차장’을 지나 3km쯤 올라가야 한다. 자동차로 가면 편하겠지만, 걸으면서 주변의 풍광에 젖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길이 깔끔하게 정비되어있지는 않으나 개울가 오솔길로 죽 이어져 시골길과 산골 정취를 느낄만하다.

↑↑ ▲소나무 <사진제공=유만근>

ⓒ 온양신문

강달골주차장에 이르면 개울건너 언덕 위에 단정하고 건장한 소나무 한 그루, 의젓하게 서있다. 100여년도 넘었을 법하다. 이곳 방문객을 정중하게 맞이하는 느낌이다. 그 아래로 물길 따라 올라가면 작은 폭포가 있다. 광덕산이 받아낸 빗물이 모두 여기로 모인다. 물은 이곳에서 몸을 날려 보는 이를 시원하게 해주고는 광덕산을 벗어난다.

폭포가 떨어지는 곳을 용추(龍湫)라고 부른다. 예전에 이무기가 용이 되어 하늘로 오르다가 사람 눈에 띄어 떨어짐으로써 그곳이 깊이 파여 못이 되었다고 한다. 세월 따라 흙이 메워져 지금은 깊지 않다.

↑↑ ▲강당골 계곡 <사진제공=유만근>

ⓒ 온양신문

폭포는 암벽에 둘러싸여있고, 주변에는 느티나무·소나무·물푸레나무·팥배나무·오리나무·팽나무 등의 고목들이 우거져 있다. 심산(深山)의 깊은 정취가 감돈다. 외암이 관선재의 터를 닦으며 토지신에게 올린 제문은 300여 년 전, 당시 이곳 용추의 풍광이 어떠했는지를 가늠케 한다.

…… ‘천하제일의 동천(洞天)에, 아아 용추 있고 푸른빛 바위는 벽처럼 서있으며, 옥빛 무지개는 구부려 물을 마시는구나. 근원으로 거슬러서 올라가 수십 걸음이 안 되어 석문(石門)은 중간이 끊어져 있는데 구름의 뿌리가 펼쳐져있네. 서서히 쇠락해 가는 것을 기강을 잡아서 당(堂)을 만드니 마치 서안(書案)과 제기(祭器)를 진설해 놓은 듯, 모습이 열리고 기세가 부합하여 맑고 깨끗하여 상쾌하고 쾌적하니, 읊조릴 만 하고 휘파람 불만하며 옷자락을 떨칠만하고 갓끈을 씻을만하네’ ……

후대에 쓰였겠지만 용추를 둘러싼 암벽에는 음미해볼 만한 문구도 새겨져있다.

산고무이(山高武夷)
화양동심(華陽同深)
한수추월(寒水秋月)

무이산은 성리학의 원조 주희가 학문하던 산 이름이고, 화양계곡은 성리학의 대가 송시열이 학문하던 계곡이다. 한수재(寒水齋)는 송시열의 제자이며 외암의 스승인 권상하의 호이고, 추월헌(秋月軒)은 권상하가 내려준 외암의 또 다른 호이다.

‘주희-이이-송시열-권상하-이간’으로 이어지는 학문의 계보를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특히 ‘한수추월’은 마음을 갈고 닦는 성리학적 공간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외암은 이곳에 자주 들렀고, 여러 편의 시도 남겼다.

용추를 구경하러 몇 번이나 오갔나 (選勝龍湫幾往還)
열 명의 벗, 호리병의 술에 또 얼굴이 환해지네 (十朋壺酒又開顔)
마음속에 만약 참된 산수(山水) 적다면 胸中若少眞流峙
물을 보고 산을 봐도 한갓 한가로운 일일 뿐 (看水看山地只閒)
푸르른 바위 골짜기 본디 맑고 깊은데 (蒼然巖壑本淸深 )
중천에 뜬 높은 달을 다시금 완상하네. (賖月中天更賞心
만곡의 바람과 우레 늘상 따라다니니 (萬斛風雷隨坐臥)
은자의 생활도 쓸쓸하지 만은 않구나. (幽人行止不寥岑)

용추 위쪽으로는 출렁다리가 있어 폭포와 고목들의 어우러짐을 조망하기 적당하다. 작은 용추라 불리는 폭포 위쪽은 바닥이 널찍한 암반이어서 흐르는 물도, 고여 있는 물도 맑고 깨끗하다. 그러나 사용하지도 않는 또 하나의 낡은 출렁다리가 눈에 거슬린다. 용추 주변의 훼손된 흔적들과 함께 말끔히 정비할 수는 없을까. 이곳 이야기를 전해주는 안내표지판 하나 세워놓을 수는 없는 것일까.

↑↑ ▲관선재 현판 <사진제공=유만근>

ⓒ 온양신문

관선재로 가는 다리 앞에 서니 고즈넉한 건물에 ‘관선재(觀善齋)’ 현판이 두드러져 보인다. 현판은 외암의 스승 권상하가 내려주었다. 의미는 이곳이 학당이니만큼 ‘서로 관찰하여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곳’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겠다.

예기(禮記)의 학기편(學記編)에 ‘상관이선(相觀而善)이라는 구절에서 따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배우는 자들이 책 상자를 지고 이곳에 와서 아침이면 자리를 함께 하고 하루하루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그린 주자의 ‘관선재’라는 시도 있다.

어디서 책 상자를 지고 왔는지 (負笈何方來)
오늘 아침 이곳에서 자리 함께 했다네 (今朝此同席)
매일 공력을 남김없이 쓰면서 (日用無餘功)
서로 쳐다보며 함께 노력하네 (相看俱努力 )

기둥에는 주련이 걸려있다. 외암이 친구들과 함께 이곳 풍광을 본 감회를 적은 연구(聯句, 여러 사람이 구를 이어가며 함께 만든 시)로 보인다. 각 주련마다 그 글을 쓴 사람의 사인이 들어가 있다. 泉(천서 윤혼)·巍(외암 이간)·冠(관봉 현상벽)은 모두 강문8학사라 불리는 권상하의 제자들이다.

그러나 세 번째 행을 쓴 주련은 없고 출처를 알 수 없는 내용의 다른 시구가 걸려있다. 주련의 규격이 다르고 사인도 없다. 아마 세 번째 행 주련이 없어지자 누군가가 다른 구절을 써서 대신 걸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외암유고에 수록된 연구는 아래와 같다.

활발발한 구름과 샘, 굽이굽이 깊은 못(회보) (潑潑雲泉曲曲淵(晦))
높은 산 해와 달은 무이산의 풍광일레 (高山日月武夷天)
한없는 세월 동안 어진 이를 사모하는 마음은 (千秋江漢羹墻意)
한적한 들과 적막한 산천에만 붙여 있네(공거) (偏在寬閒寂寞邊(擧))

이곳 주변 풍광은 어떠할까. 관선재를 돌아 나와 계곡 상류 쪽 100m쯤올라 가면 다시 계곡을 건너는 아치형 다리가 보인다. 그곳을 건너니 데크로 단장한 울창한 숲속 오솔길이 나타난다. 숲은 혼합림으로 수목의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 무성한 숲이 뿜어내는 맑은 공기와 흙향기, 바람소리·물소리·온갖 나무들의 봄맞이 소리…….

↑↑ ▲올괴불 나무의 꽃 <사진제공=유만근>

ⓒ 온양신문

외암은 이 길을 걸으며 물아일체적(物我一體的) 경지를 꿈꾸었겠지만, 언감생심 범부(凡夫)들이야 작디작은 ‘올괴불나무꽃’에 감동하고, 샛노란 생강나무꽃향에 더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낀다.

4월이면 화사한 산벚꽃·비목나무꽃·길옆 돌작밭에 말발도리꽃이 피겠고, 이어 이곳저곳에 쭉쭉 뻗은 순백의 팥배나무 꽃그늘도 펼쳐지리라.

↑↑ ▲관선재 가는 길 <사진제공=유만근>

ⓒ 온양신문

길지 않은 데크길이 끝나면 구불거리는 전형적인 산속 오솔길로 이어진다. 돌작길도 있고, 내도 건너고 비스듬한 길도 있다. 물가 산자락에 아름드리 오동나무 군락지가 인상적이다. 보랏빛 오동꽃 질 때면 ‘툭~’ 꽃 떨어지는 소리 요란도 하겠다. 흰 치마 홀딱 걷어 올린 듯한 고혹적 자태의 박쥐나무 꽃을 생각하면 벌써 마음 설레고…….

20여 분쯤 지났을까. 오솔길을 빠져나가는 다리가 보인다. 계속 걷고 싶은 유혹을 뿌리쳐야할 지점이다.

‘산이 높기만 하면 명산인가? 물이 깊기만 하다고 신령스러운 물이 되는가?’ 고고(高古)한 처사(處士)의 얼이 깃들어 있는 아늑한 숲길, 청풍은 관선재 처마 끝을 맴돌고, 밝은 달은 용추의 푸른 물에서 눈부신데…….

□ 관선재길에서 만나본 초목

▲목본류
느티나무·갈참나무·졸참나무·신갈나무·소나무·물푸레나무·팥배나무·찰피나무·산돌배나무·오동나무·일본잎갈나무·복자기·단풍나무·때죽나무·비목나무·고욤나무?·산딸나무·버드나무·양버들·산벚나무·감나무·은행나무·물오리나무·굴피나무·신나무·개암나무·밤나무·찔레꽃·당단풍나무·까마귀밥여름나무·생강나무·오리나무·팽나무·층층나무·올괴불나무·병꽃나무·초피나무·박쥐나무·말발도리·누리장나무·국수나무·사위질빵·칡·다래·으름덩굴·인동덩굴·청가시덩굴 등

▲ 초본류(3월 하순부터~ )
노루귀·만주바람꽃·연복초·피나물·앵초·꿩의바람꽃·개별꽃·긴병꽃풀·제비꽃·파리풀·속단·산박하·옥잠난초·노루발풀·하늘말나리·원추리·벌깨덩굴·현호색·산괴불주머니 등

※ 참조
- ‘역주’ 외암 이간의 철학과 삶, 온양문화원
- 주자 詩選, 지식을 만드는 지식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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