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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된 교수, 김동진 별빛생태농원 대표

동화작가 박은자가 만난 사람

2021년 02월 03일(수) 11:55 [온양신문]

 

ⓒ 온양신문

“왜 농사를 지으세요?”
어리석은 질문에 김동진 씨의 대답이 너무 쉽다.
“먹고살기 위해서 농사를 짓지요.”
그래서 다시 묻는다.
“그래도 학교에 있을 때가 먹고 살기에 더 좋지 않았을까요?”
김동진 씨가 싱긋 웃는다. 그 웃음이 맑았지만 그의 대답에는 가시가 있다.
“농사가 하찮게 보이세요?”
순간 화들짝 놀라서 손사래를 쳤다.
“하찮기는요? 농사는 귀한 직업이지요.”

김동진 씨는 ‘농사가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 이라고 표현했지만 그는 교원대학교 1회로 입학하여 졸업했고,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사람이다. 서울대학교에서는 BK 부교수로도 근무하였다.

대학에서 연구와 교육에 매진했던 사람, 그가 선장면 넓은 뜰에서 삽을 들었다. 김동진 씨는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 무한천 옆의 농지 1400여 평을 매입했고, 거기에다 비닐하우스 1100평을 지었다. 하우스 안에는 수확을 끝낸 고춧대가 바싹 말라가고 있었다. 김동진 씨는 고추밭에 감자를 심을 거라고 말했다.

“고춧대를 언제 다 뽑죠? 일할 사람들을 얼른 구해야겠네요.”

“고춧대는 뽑지 않습니다. 고춧대 밑동을 잘랐고, 그 옆에 감자를 심을 거여요. 만약 고춧대를 뽑으면 다시 두둑을 만들어야 하고, 비닐도 다시 덮어야 하는데, 수고도 크지만 새 비닐을 그만큼 더 사용해야 하니까 환경오염도 적지 않죠.”

“고춧대 뿌리를 그냥 둔 채 감자를 심는다고요? 그게 가능해요?”

“그럼요. 뿌리는 땅속에서 서서히 썩으면서 감자에게 좋은 양분을 제공합니다.”

“그럼 고춧대만 걷어서 밖으로 내가나요?”

“고춧대도 밖으로 내가지 않습니다.”

고개를 갸우뚱하자 김동진 씨가 웃으면서 설명한다.

“고춧대는 엄청난 칼로리와 에너지를 갖고 있어요. 아주 좋은 거름이 되죠. 하우스 안에서 고춧대를 파쇄하고, 파쇄 된 고춧대를 군데군데 쌓은 다음 물과 EM을 붓고, 비닐로 덮어요. 공기가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발효가 시작되는 거지요. 3개월 동안 발효가 진행되면서 열이 나기 때문에 비닐하우스는 난방을 할 필요가 없어요. 냄새도 전혀 나지 않고요. 축산농가에서는 분뇨를 처리할 때 EM을 섞고, 공기를 불어 넣어서 발효를 시킵니다. 공기를 이용한 호기발효는 악취가 심하게 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EM을 축산악취 근원지로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산소공급이 없는 혐기발효는 냄새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비닐하우스에서는 고춧대를 양질의 거름으로 사용하고, 혐기발효로 난방을 하는 거지요. 작물이 건강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고 보니 김동진 씨의 비닐하우스는 무언가 다르다. 한 줄 더 심어도 될 만큼 통로가 넉넉하다. 통로가 상당히 넓다고 말하자 김동진 씨가 설명을 얹는다.

“사람만 소통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고추들도 숨을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바람이 잘 통해야 해요. 농작물에게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선순환의 생태적 농법을 사용하면 농사비용이 줄고 생산성이 높아집니다. 무엇보다 사람을 건강하게 해 주지요.”

비닐하우스 안을 천천히 둘러보는데 여기저기 커다란 통들이 보인다. 그 통 안에는 물이 담겨있고, 물고기가 살고 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물고기를 기르다니, 참 특별하다. 김동진 씨의 설명에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저 통 안의 물들은 온도를 조절해 줍니다. 낮에는 온도를 내려주고, 밤에는 온도를 높여주죠. 물론 습도도 조절해 주고요.”

“물고기를 기르는 까닭이 궁금하네요.”

“비닐하우스 안에서 물을 이용하면 유익한 점이 많지만 장애 요인도 있습니다. 통 안의 물에서 벌레들이 번식하기 때문인데 물고기를 넣어주면 물고기들이 벌레들을 거의 다 잡아 먹습니다. 그러니까 통 안의 물은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물고기는 해충을 예방합니다. 이것은 화학농약을 확연하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김동진 씨는 자신을 소소한 기술로 무장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결코 소소한 기술이 아니다. 생태적 원리와 과학적 지식을 제대로 알고 활용시키는 사람이다. 그래서 김동진 씨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참 재미있다. 좀 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가 익히 잘 아는 게놈 프로젝트, 그러니까 DNA 정보를 해독만 하면 질병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두 차례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의 유전자를 해독해보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죠. 세포에 들어있는 DNA의 역할은 10%에 불과하고, 장내 미생물에 있는 DNA가 90%를 차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다시 말하면 사람의 건강은 DNA의 건강뿐만 아니라 장내미생물을 포함한 미생물군집 전체와 균형이 얼마나 이루어져 있느냐 하는 겁니다. 인간의 건강 중 90% 이상이 미생물에 달려 있다는 사실은 최근에 발견된 의학적 성과입니다. 우리는 흔히 뱃심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상당히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장에 미생물의 대부분이 있거든요. 뿐만 아니라 장의 형태는 뇌와 매우 비슷해요. 그래서 장뇌 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등장하게 되었어요. 현재 신경세포가 미생물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많은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는 중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일부 조현병은 장내미생물의 불균형에서 온다고 합니다.”

쥐오줌풀 재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김동진 씨, 그에게서 풀 이야기를 들어본다.

“쥐오줌풀은 바구니나물이라고도 하는데 사람에게 이익이 되고 좋은 풀이라고 해서 실초, 길초라는 이름이 붙여졌어요. 그런데 이런 약초에 쥐오줌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좀 이상하죠? 그건 일제 강점기에 학명이 붙여졌기 때문인데, 우리 것을 일부러 나쁜 것으로 부르게 하기 위해서 붙인 이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쥐오줌풀은 뿌리가 빗자루모양으로 생겼어요. 쥐오줌풀은 향기만 맡아도 즉각 효능을 발휘할 만큼 신경에 좋은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서 우울증 환자에게 아주 좋은 풀이죠. 회춘을 시키는 항산화 기능도 탁월해요. DNA 끝에 있는 텔로미어가 수명을 결정한다는 것은 알고 있죠? 쥐오줌풀은 텔로미어가 줄어드는 것을 막습니다. 이 텔로미어는 심해 바닷가재에 들어있어서 비쌀 수밖에 없는데 쥐오줌풀에 텔로미어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요. 또 세포에서 연골재생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쥐오줌풀은 연골을 재생시킵니다. 인체는 여러 신경물질이 있고, 신경은 균형이 대단히 중요해요. 그 균형물질이 대장일 가능성이 매우 높고, 장내 미생물을 교체해 주면 몸이 달라질 수 있어요. 인삼은 기를 높여주니까 못 먹던 시절에는 꼭 필요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너무 많이 먹고, 스트레스가 문제인 시대입니다. 그래서 저는 인삼의 시대에서 쥐오줌풀의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재배하는 사람들이 많지가 않습니다만 쥐오줌풀은 암이나 신경질환을 예방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EM으로 농작물을 기르고, 사람에게는 독이 되지 않는 제충제를 만들어서 농사를 짓는 김동진 씨, 그래서 그의 농산물은 이미 안전하고,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나 있다. 그는 교육자로 있을 때나 농사를 짓는 지금도 아름다운 꿈을 꾼다.“능력 있는 것이 제대로 쓰이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교육의 길이라고 생각해서 교원대에 갔고, 교사로서 학생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 있었죠. 교과서 관련 일도 했었고, 교육을 통해서 어떻게 하면 사람의 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냐가 항상 고민이었어요. 지금도 그 고민은 계속되고 있습니다만 민주주의가 좋다는 것은 다 알고 있죠? 하지만 대부분 민주주의를 도식으로 이해를 하는 것 같아요. 사람의 본성과 일치해서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교육과 민주주의가 일치가 안 되고, 괴리가 있어요. 입은 민주주의를 말하고, 행동은 비민주적인 것이 현실입니다. 시민들은 많은 권리를 누리려고 하지만 그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의무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그래서 민주시민 교육이 필요하죠. 농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적당히 비료를 주고, 제초제와 화학 농약을 마구 주어 기르는 농산물은 점점 더 우리의 미래를 암담하게 할 수가 있어요.”

교육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발전하게 한다. 지금은 학교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교육이 일어나고 있다. 김동진 씨와 인터뷰를 하는 동안 교육의 강물이 넘실거리며 흘러가는 것 같아서 혼자 듣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시간이었다.

그가 교육의 현장을 떠난 것은 교육계에 커다란 손실이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가 이룬 별빛생태농원, 생태환경을 마음에 깊이 두고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의 모습에서 위안은 충분했다.

그래서 감히 말한다. 우리가 만약 건강하다면 그건 김동진 씨 같은 농부 덕분이라고. 지구에 별빛이 닿는 까닭 역시 김동진 씨 같은 생태환경 지킴이들 덕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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