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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봄꽃 출사지의 꼴불견

2021년 02월 02일(화) 12:17 [온양신문]

 

↑↑ ▲설중 복수초 <사진=임재룡>

ⓒ 온양신문


↑↑ ▲임재룡(온양신문)

ⓒ 온양신문

지난 주말 수도권 지역으로 이른 봄꽃 출사를 다녀왔다. 대상 꽃은 복수초로 일명 ‘원일초(元日草)’, ‘설중연(雪中蓮)’, ‘눈색이꽃’이라고도 하며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황금술잔’이라고도 부른다. 이는 매년 음력 설날 즈음에 눈 속에서 피는 연꽃 같다거나, 눈을 녹이고 핀다고 해서, 활짝 개화한 모양이 황금으로 만든 술잔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또 한글로 ‘복수초’라고 하니까 원한에 사무쳐 보복하는 ‘복수(復讐)’를 떠올리며 섬뜩한 꽃으로 오해를 하기도 하는데 이는 한글 만으로 쓴 이름 때문이기도 하고, 또 과거에 야생화에 문외한인 한 작가가 치정에 얽힌 복수극 드라마를 쓰면서 제목을 ‘복수초’로 한 데 기인한 면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복 福 목숨 壽, 풀 草로 오히려 복과 장수를 축원하는 꽃이다.

엊그제 출사는 원래 계획으로 햇살이 따사로운 오후 쯤에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둘러보면서 때이른 봄 정취를 만끽하고 싶었는데 개인적인 일정이 오후에 잡히는 바람에 아주 이른 아침에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 식으로 다녀와야 했다. 그런데 이게 호재로 작용했다. 전날 밤에 해당 지역에 눈이 내렸다는데 이른 아침에 가서 보니 쌀쌀한 날씨에 내린 눈이 한 송이(?)도 녹지 않고 복수초 주위에 폭 쌓여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뜻밖에도 ‘설중연’을 포착할 수 있었다.

복수초 하면 설중연을 으뜸으로 쳐준다. 겨우내 얼어붙은 땅거죽을 뚫고 올라온 것도 대단한데 한술 더 떠 눈 구덩이를 뚫고 핀 모습이니 안 그렇겠는가. 그래서 사진작가들 사이에서도 설중 복수초, 설중연을 알아주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 되도 않은 얼치기 작가들이 아주 노골적으로 요술(?)을 부려 억지 설중연을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즉 양지에 잘 피어있는 복수초에 어디서 눈을 떠와 들이붓는가 하면 더 극적인 모습을 연출한다고 설탕 등 하얀 분말류를 들이부어 눈을 연출한다는 것이다.

복수초 입장에서는 이런 날벼락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졸지에 눈벼락을 맞은 복수초는 시름시름 앓다 시든다든지 끔찍하게 말라 비틀어져 죽는다. 복수초가 어디 그냥 풀떼기와 같은가, 씨앗이 땅에 떨어진 뒤 자그마치 5년 이상이 지나야 꽃을 피운다.(매미와 비슷하다) 그 오랜 시간을 견딘 후 피어나고 개화시기라면 길어야 며칠인데 못된 인간 장난에 속절없이 시들어 버리면 억울해서 어쩌나 싶다. 이름 그대로 못된 인간에게 복수하고 싶은 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못된 인간들의 장난은 복수초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른 봄에 피는 꽃으로 노루귀라는 꽃도 있는데 하늘하늘한 줄기에 가냘픈 흰색, 분홍색의 꽃잎이 매우 청초해 보인다. 노루귀 또한 복수초처럼 눈괴 얼음을 뚫고도 피는데 노루귀의 포인트는 바로 줄기에 있다. 가냘픈 줄기에 마치 갓난아이 솜털과 같은 보송보송한 잔털들이 쭉 나 있어서 역광을 받은 그 자테를 으뜸으로 쳐 주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그 못난 인간들이 그 솜털을 강조한답시고 그 가냘픈 줄기와 꽃잎에 강렬한 직사 조명을 쏘아댄다. 그 조명은 사람의 맨손에도 장시간 쏘이면 화상을 입을 정도다. 그런 광선을 꽃과 줄기에 쏘아대니 성할 리가 있겠는가. 그 인간들이 한바탕 휩쓸고 간 뒤에 꽃을 살펴보면 더러는 마른 미이라처럼 바삭 부서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참으로 목불인견이다.

이외에도 다른 사람이 자기가 찍은 것과 똑같은 꽃을 찍어서는 안 된다는 괴이한 이론으로 꽃을 뽑아버린다든지, 꺾어 버리는 일도 있고, 피사체 꽃을 강조한다고 주위의 다른 풀꽃들을 말끔히 밟아버리거나 가위로 잘라내기도 한다. 또 다른 곳에서 멀쩡히 자라던 꽃을 군락을 연출한다고 뽑아와 옮겨심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을 공모전에 내고 상을 받으면 좋은가, 남들은 못 찍은 꽃의 영정 사진을 보면 즐거운가.

야생화 동호회 게시판에 이번 복수초 출사후기가 여럿 올라왔다. 다들 한 해 만에 다시 본 봄꽃에 감격했다, 즐거웠다. 기뻤다고 적었는데 뒤로 갈수록 분노의 글들로 채워진다. ‘어떤 인간이 옆에서 눈을 퍼와서 뿌리더라’, 아직 낙엽들 속에 묻혀 있던 어린 싹들을 다 헤집어서 드러내더라‘, ’보호 목책을 넘어 들어가서 다른 어린 싹들을 발로 짓밟으며 사진을 찍더라‘...

매년 되풀이 되는 이런 행태에 진절머리가 난다. 할 수만 있다면 그런 못된 행태를 일삼는 인간을 만나면 꽃에 눈을 씌우는 것처럼 물 한 바가지를 퍼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뿌려주고 싶다.

이제 우리고장에도 내달 중순부터 봄꽃들이 다투어 피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고장에도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희귀 야생화가 무리지어 피는 곳이 적지 않은데 전국에서 알음알음으로 몰려오는 이들이 꽤 된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일부 몰지각한 인간들의 못된 짓 때문에 망가진 현장을 보진 못했지만 이렇게 매년 물밀 듯이 사람들이 몰리면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폐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들께서는 만에 하나라도 그런 현장을 목격하거든 참지 말고 제지해주시기 바란다. 어쩌다 한 번일 텐데 그냥 못 본 척 해주자고 하지 말고 따끔하게 지적해주시면 좋겠다. 아름다운 우리 자연연 우리가 지켜야 한다.

임재룡 기자  skyblue62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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