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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가 세상을 행복하게 만든다”

동화작가 박은자가 만난 사람-이명희 교육공동체 협동조합 노리아이 이사장

2020년 12월 31일(목) 14:46 [온양신문]

 

ⓒ 온양신문

꽃들이 눈부시게 피어나는 봄날에도 꽃 한번 쳐다보지 않는 아이들, 오직 공부에 전념하거나 게임에만 열중하는 아이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 아이들이 뛰어놀지 않는 곳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신이 나서 소리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상에도 기쁨이라는 단어가 존재할까? 만약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이 될까? 아이들이 입을 꾹 다문 채 뛰어놀지도 않으며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없는 세상, 생각만 해도 우울하고 아찔하다.

그러나 여기, 아이들이 우당탕 뛰어다니고 있다. 아이들이 마구마구 소리치고 있다. 아이들이 활짝 웃고 있다. 맹꽁이 선생님이 있는 곳이다.

놀이지도사 이명희 씨, 그녀는 교육공동체 협동조합 노리아이 이사장이며 배우는 것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다. 배우는 것을 멈추지 않는 그녀에게 결과물은 40여 개의 자격증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배움은 계속되고 있다. 왜 그렇게 다양한 직종의 공부를 하느냐고 묻자 그녀의 대답이 단순하다.

“나를 좀 더 향상 시키기 위해서죠. 아이들과 함께 놀고, 어른들과 놀기도 합니다. 더러 교사들과 신나게 놀기도 하는데 어떤 경우에도 빈틈을 보여서는 안되지요. 아이들과 노는 중에 응급상황이 발생한다면 119가 오기 전에 최소한의 응급조치는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응급조치 교육을 받게 되었고, 응급조치 교육을 받는 중에 이론과 실습에 있어서 좀 더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획득했지요. 유치원 정교사, 사회복지사 등 자격증을 목적으로 공부한 적은 없지만 좀 더 실력이 있는 모습을 꿈꾸다 보니 40여 개의 자격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5년에 시작한 숲 공부가 저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었어요. 숲 공부에서 끝나지 않고 유아 숲놀이지도사 자격증을 획득하면서 구체적으로 청사진을 펼쳤습니다. 2018년에는 교육공동체 협동조합 노리아이가 발족되었고요.”

그녀는 아이들에게 맹꽁이 선생님으로 불리운다. 스스로도 맹꽁이라고 자처한다. 약빠른 데라고는 전혀 없어서 하는 짓이나 말이 답답한 사람을 맹꽁이라고 하지만 이명희 씨에게 맹꽁이는 이름에서 비롯된다. 어릴 적 친구들은 명희라는 이름을 맹이라고 불렀고, 아이들과 숲학교를 열면서 ‘맹꽁이 숲학교’ 라는 이름을 지었다. 명희 씨는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얘들아, 나를 맹꽁이라고 불러.”

명희 씨는 아이들과 좀 더 가깝고, 좀 더 친근해지기 위해서 스스로 맹꽁이를 자처했다.
맹꽁이처럼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는 사람, 그녀가 바로 이명희 씨이다. 그러나 명희 씨는 맹꽁이라는 애칭과는 달리 엄격한 사람이다. 진행하는 일에 빈틈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다. 약빠른 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지만 답답함이 없는 소통전문가이다. 이명희 씨 앞에서 아이들은 고민을 내려놓고 마음껏 웃는다. 마음껏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닌다. 아이들을 다정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명희 씨,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온양신문

“놀이 수업에 참가하는 아이들이 처음엔 굉장히 딱딱하고, 굳어 있어요. 서로 몸이 부딪히는 것도 싫어하죠. 심지어는 공부할 시간을 빼앗는다고 투덜거리는 경우도 있어요. 게임과는 달리 지루하다고 하품을 해대기도 하지요. 저는 그런 아이들을 붙잡고 우리가 왜 함께 놀이를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설명을 합니다. 그래도 아이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없고, 저를 경계합니다. 하지만 놀이가 시작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딱딱한 아이들의 표정이 풀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웃기 시작합니다. 부딪히면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 친구가 다친 곳이 없는지 먼저 챙깁니다. 놀이를 하면서 자신만 알던 이기적인 모습을 버리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으로 바뀌는 거죠.”

어린 시절 이명희 씨의 부모는 공부만이 살길이라고 가르쳤고, 자녀들을 일찍 서울로 유학을 시켰다. 언니와 오빠들은 그런대로 적응을 했지만 어린 명희 씨는 힘이 들었다. 어린 명희 씨를 지탱시켜 준 것은 방학 때 시골집 마당에서 친구들과 놀던 기억이었고, 다시 방학을 기다리면서 견뎠다.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내 든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해진다.

“힘든 일을 만났을 때 나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것은 시골친구들과 놀던 기억입니다. 그 기억이 지금도 힘을 줍니다.”

이명희 씨가 찾아가는 곳은 다양하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물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가서도 놀이수업을 진행한다. 심지어는 시골마을 어르신들과도 놀이 수업을 하는데 어디서나 이명희 씨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잠시 명희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만날 때 마음이 더 가고, 더 신이 납니다. 그들은 해맑게 웃고, 좋아하는 것을 거리낌 없이 표현합니다. 그 모습을 보면 솟구치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요.”

사회의 약자에게 마음이 더 간다는 이명희 씨, 자신의 마음을 이끄는 분은 하나님이시라고 말한다. 정체성이 분명한 사람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자.

“게임은 이기고 지는 것이 보이죠? 더구나 요즘 아이들은 이기는 것에 익숙해 있어서 지는 것을 아주 힘들어 합니다. 그러나 놀이는 이기고 지는 것이 없어요. 정해진 인원도 없고, 둘만 되면 놀이는 언제나, 어디서나 가능해요. 초등학교에서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섞인 일곱 명의 아이들의 놀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놀이를 즐기려는 긴장감이 팽팽하게 감도는가 싶지만 아이들은 정말 열심히 서로를 배려하기 시작합니다. 배려하는 것을 몹시 힘들어 하던 아이가 놀다보니 함께 하고, 놀다보니 배려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거지요. 분노 조절 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가 해맑게 웃을 수 있는 곳, 바로 놀이공간입니다.”
더불어 사는 것, 함께 사는 것은 매우 소중한 가치이다. 놀이는 소중한 것들을 알게 하는 힘이 있다. 이명희 씨는 이렇게 말한다.

“놀이는 무엇을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에너지를 발산해서 함께 사는 법, 함께 노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는 겁니다.”

이명희 씨는 돈을 벌려고 애쓰지 않는다. 돈을 벌려고 했던 노동의 대가보다 기분 좋게 따라오는 노동의 대가에 마음이 더 끌린다. 이명희 씨가 전국을 무대로 놀이지도사를 길러내는 까닭이다. 다시 이명희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물론 당장 몸을 던져서 아이들, 혹은 어른들과 함께 노는 것도 중요하고 즐거운 일입니다. 그러나 제가 만약 열 명의 놀이지도사를 길러내면 그 놀이 지도사는 백 명의 아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백 명은 다시 더 큰 모습으로 확산되겠지요?”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참 좋다고 말하는 이명희 씨, 그녀는 오늘도 아이들과 고무줄 놀이를 한다, 구슬치기를 하고, 사방치기도 한다. 땅 따먹기도 하고, 달팽이 놀이, 비석치기, 술래잡기를 한다. 그녀와 함께 노는 아이들은 즐겁다. 행복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가지고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신나게 만들고,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이명희 씨, 그녀가 힘주어 말한다.

“놀이 수업에 가면서 무엇을 가르치거나 놀아주러 간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치료 목적으로 들어가지도 않고요. 같이 놀러간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가장 잘 노는 곳이 어디인지 아세요?”

갑작스런 질문에 얼른 대답을 못하고 있는데 이명희 씨가 웃으면서 말한다.

“숲입니다. 숲에서는 놀이기구가 없어도 아이들이 정말 잘 놀아요.”

맹꽁이는 1급수에서만 사는 귀한 존재다.
놀이가 이루어지는 곳, 바로 1급수가 아닐까? 그래서 노는 아이들, 노는 어른들이 모두 1급수 귀한 존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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