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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석의 [행복한 아산 만들기]

2020년 11월 27일(금) 16:51 [온양신문]

 

애착과 집착

↑↑ ▲천경석(아산향토연구회장>

ⓒ 온양신문

집착은 마음의 병을 가져온다고 한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그것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에 집착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참 허망한 일이기도 하다.

올해에, 2020년에도 아산 지역과 관련해 집착하던 것을 잃고 마음에 크고 작은 상실감을 느낀 일이 여러 번 있었다. 사람과 관련된 일을 제외하면 세 가지 정도가 여전히 마음에 상실감이 남는다. 내 것도 아니고 직접적 내 일도 아니지만, 죽은 자식 뭐 만지기처럼 내내 안타깝고 속상하다. 그러니 집착일 것이다.

첫 번째 일은 신정호 준공 기념비가 없어진 일이다. 예전에는 흔히 온양저수지, 온양수리조합이라고도 불렀던 이 저수지의 지금 공식 명칭 마산저수지다. 마산리에 제방을 쌓고 만든 저수지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고 준공 직후부터 온양행궁을 빼앗은 자리에 새로 세워진 신정관이 ‘변천지’라는 유원지로 이용해서 나중에 별명이 신정호가 된 저수지다.

1927년 3월 준공하면서 일종의 준공기념비를 세웠는데 거기에는 ‘홍공제’라고 했다. 저수지 축조를 주도한 당시 아산군수가 홍우숭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시기에 또 다른 수리시설로 곡교천을 막는 보를 콘크리트로 고쳐 축조하고 ‘실옥보’라 했는데, 이 저수지와 실옥보를 연계해서 수로를 통해 신창 신곡리까지 하류 지역의 논에 물을 댈 수 있도록 이용했다.

준공비에는 저수지와 실옥보의 규모 등을 대리석 판에 새겨 붙여 놓았다. 필자도 그 중 하나만을 봤기 때문에 다른 판에는 어떤 내용을 새겨놓았는지 알지 못한다. 전체를 콘크리트로 만들어서 지금 기준으로는 가치가 떨어진다고 평가하지만, 당시에는 시멘트가 매우 효율적인 최신의 건축 자재였음을 참고해야 한다.

↑↑ ▲신정호 준공기념비 2014년 모습 <사진제공=천경석>

ⓒ 온양신문

어쨌든 그 준공비가 파괴됐다. 제방과 무넘이 사이의 작은 둔덕 위, 지난해까지 윌이라는 음식점이 있던 곳이다. 농어촌 공사에게서 새로 임대한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부숴버렸다. 아, 어찌 이런 일이 ~~. 쌍소리를 마구 내지르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산의 근대 문화유산으로 등재해서 보호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금년에 그 일을 추진하려고 했었는데. 전에도 그 주변에 뭘 자꾸 쌓아놔서 화가 났었는데 이제는 아예 없어져 버렸다.

그나마 글씨가 새겨져 있는 대리석 판은 남았다고 한다. 농어촌 공사에서 요구해서 한쪽 옆에 다시 콘크리트로 비슷하게 만들어 놨다는데 너무 조악해서 다른 분이 찍어 보내준 사진만 봤다. 아직은 가서 볼 수 있는 심정이 아니다. 상실감과 분노가 다시 일어나는 일이기에.
두 번째는 어느 작은 냇가에 집이 들어서는 일이다. 반디가 아주 많이 사는, 생태적으로 매우 소중한 곳인데 큰 탈이 난 것이다. 주변 일대가 큰 악영향을 받는 것이다. 자기 땅에 집 짓는다는데 어찌할 것인가. 비슷한 일은 몇 군데에서 이미 겪었지만, 이곳은 특히 더 중요한 지점이었기 때문에 상실감이 컸다. 지금도 여전하다.

세 번째는 신창 가덕리 마을의 일이다. 결론은 마을 당제가 없어진 일이다. 가덕리 가얘마을은 곡교천의 여러 포구 중 하나로 가얘나루, 한자 말로 가야포가 있던 곳이다. 마을에 전하는 이야기로는 백제 때부터 중국 상인들이 오가던 곳이었다고 한다. 사실 여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한 일이지만, 어쨌든 아주 오래전부터 포구였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이 마을 포구와 당제가 특히 의미 있는 문화유산이다. 다행히 포구의 배를 대던 자리는 지금도 남아 있다. 아산 지역의 수많은 포구 중에 이곳 가얘나루에서만 일부러 돌로 쌓은 배턱(배 대는 자리)이 확인된다.

배 닿는 곳을 다른 포구 등은 배턱, 배다리 등으로 말하는데 이 마을은 ‘돌팍고지’라고 부른다. 아산 지역에서 ‘돌팍’이 돌을 말하는 것임은 시민들이 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고지는 길게 내민 곶(串)에 어조사 이가 덧붙은 말이다.

다행히, 정말 다행히도 지금의 신창면 가덕1리 마을회관에서 북쪽으로 직선거리 400여m 지점, 곡교천 가에 남아 있다. 다른 곳에서 돌을 날라 와서 길이 40m 남짓, 너비 5~6m의 구조물을 만든 것이다. 어떤 분은 그래서 돌팍무지(돌무더기)라고도 부른다.

아산에서는 유일한 흔적이니 아산의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해서 보호해야 한다. 곡교천 정비라는 이름 아래 언제 중장비로 파괴될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흔히 당제라고 부르는 이 포구와 관련된 마을 제사가 최근에 중단됐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바닷가나 섬 등의 ‘성황제’와 성격이 비슷하다고 봐서 아산의 여러 동제 중 매우 특별한 하나로 여겨왔던 동제였다.

전에 포구 가까인 있었던 당집이 공장 부지가 되는 바람에 마을 쪽 둔덕 위로 옮겨졌지만, 옮겨진 당집에서도 당제는 이어졌었다. 당집에 모셔진 위패를 통해 제사의 대상을 알 수 있다. 가운데에 ‘산신지위’, 좌우에 각각 ‘좌포성황지위’와 ‘우포성황지위’라 했다. 산신과 함께 포구의 두 성황을 모신다.

백제 때의 해신 전설이 전해지는 당집이었으니 당연히 배의 운항과 직접 관련돼 있다. 아산 지역이 지금과 다르게 바다, 배와 밀접한 지역이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당집이자 당제였다.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랐던 당제였는데 이렇게 사라졌다.

필자가 개입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그저 상실감에 마음이 아프고 몹시 서운하다. 이런 당제를 젊은이들, 그리고 어린아이들까지 행사의 주체로서 재미있게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겠다. 뭔가 있을 터인데. 분명 방법이 있을 것인데.

이미 꽤 여러 해 전에 온양온천역 뒤 장골산에 있던 시암 조상우의 묘소와 그 부자의 효자 정려가 아파트에 자리를 내주고 유구로 옮겨갔을 때 너무 속상했던 기억이 또 떠오른다.

세상은 변하는 것이고 영원한 것은 없다고 알고는 있지만 평범하고 소심한 사람으로서 이런 상실은 참 견디기 어렵다. 누가 알아주지는 않지만, 아산의 여러 가지에 나름대로 애착이 있는 사람으로 참 안타깝다. 애착인가 집착인가?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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