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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동화작가 박은자가 만난 사람-영인면 마중물작은도서관 김광훈 관장

2020년 10월 27일(화) 16:09 [(주)온양신문사]

 

↑↑ ▲영인면 마중물작은도서관 김광훈 관장

ⓒ 온양신문

시골 마을에 살면서 땅 한 평이 없었던 사람들은 하루 종일 남의 집 밭에서, 혹은 공동 일터나 공장에서 일을 해야 했다. 해가 뜨는 것보다 먼저 일어나고, 해가 진 후에도 일을 했던 사람들, 그래서 꽃이 피어도 오래 바라볼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쉰을 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일흔을 넘고 여든을 넘었다.

어떤 어르신은 평생에 책을 읽어 본 일이 없다고 한다. 학교 문턱에 가 보지 못한 이도 있고, 한글을 모르는 어르신도 있다. 자연의 풍성함과 삶의 지혜는 넘치나 지식의 풍성함은 찾기가 어려운 곳, 농촌 어르신들의 실정이다.

그런 시골 마을에서 도서관을 연 사람이 있다. 영인면 신현리 마을에 있는 ‘마중물작은도서관’의 김광훈 관장이다.

김광훈 관장은 좋은 책 한 권이 인생을 발전시키며,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교육과 문화 소외 지역인 시골 마을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고 싶은 소원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마을 주민이 목회자인 그에게 ‘시골 아이들을 가르쳐 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하지 않았더라면 선뜻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당시 김광훈 관장은 시골 작은 마을에서 인형극 공연은 물론 음악회를 여는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열심히 하던 젊은 목회자였다. 마을 주민의 부탁으로 2004년에 교회당을 도서관으로 마을 주민들에게 개방했고, 자신과 가족들이 보던 책을 모두 내어놓은 것은 물론 컴퓨터와 학습 콘텐츠를 구입하여 마을 아이들 스스로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였다.
그 이듬해 마중물작은도서관은 아산시에 도서관 등록을 하였고, 10여 년이 지난 2017년에는 현재의 가옥을 매입하여 단독 건물로 도서관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지금은 마을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도서관 문을 처음 열 때만 해도 마을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열 명이 넘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도 있었다. 시골 아이들은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었고, 꿈을 키웠다. 그들은 지금은 모두 청년이 되어 객지에 나가 있다.

지금 마을에서는 일흔 살도 젊은 사람이다. 몇 안 되는 육십 대 중반의 사람들은 꽃과 다름없을 만큼 젊게 느껴진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 허리가 굽고 지팡이나 유모차를 의지해 아주 천천히 걷는다. 이젠 눈앞에 있는 작은 것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들판에 나가서 일하지 않아도 책을 읽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도 신현리 마을 어르신들은 동화책을 읽는다. 물론 손에 책을 들고 읽는 것은 아니다. 마중물작은도서관 상주작가가 책을 들고 마을 어르신들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어르신들에게 책을 읽어 드린다. 그럴 때 어르신들은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에 빠진다.

그뿐이 아니다. 어르신들은 다투어 당신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그러면 상주작가가 곰곰히 듣고 글로 옮긴다. 글로 옮겨진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한 편의 동화가 된다. 지긋지긋 고생했던 일들도 오롯이 추억으로 환원되어 미소를 짓게 한다.

김광훈 관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충남에서는 두 곳의 도서관에 상주작가가 있습니다. 한 곳은 천안에 있는 시립쌍용도서관이고요. 또 하나는 마중물작은도서관입니다. ‘2020년 도서관 상주작가 지원사업’ 공고가 났을 때, 아산의 설화를 동화로 작업하는 동화작가가 생각났습니다. 만약 공모에서 선정이 된다면 아산의 아이들에게 우리 아산의 설화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감사하게도 선정이 되었고, 상주작가가 출근을 하면서 아이들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아이들이 참석할 수가 없었습니다만 그래도 1차에서 10명의 학생들이 주 1회 2시간씩 10주간 참석을 했고, 지금 2차가 진행 중입니다.”

설화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김광훈 관장의 생각을 들어보자.

“교사인 엄마가 아산으로 발령이 나서 아산에 살게 된 아이가 마중물작은도서관에서 하는 ‘설화야, 놀자’ 수업에 참석하면서 탄성을 지르듯 이런 말을 하더군요. 전에 살던 곳에는 이야기가 없었다는 거여요. 그럴 리 없죠. 아이가 그 지역 이야기를 몰랐을 뿐이죠. 아무튼 그 아이는 아산은 이야기가 많으니까 아산이 더 좋고, 더 멋진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상주작가 선생님이 이야기를 들려준 곳을 가 보았다는 거예요. 청댕이고개 효자바위와 온양 남산에 있는 천년바위에도 가 보았고, 인주 게바위와 신창 학성산성에도 갔었는데 앞으로도 설화가 있는 곳은 모두 가 볼 거라고 하더군요. 중요한 것은 설화가 가진 가치입니다. 설화 동화를 집필한 작가가 강조하는 것이 있어요. ‘설화에는 나라 사랑, 부모 사랑, 이웃 사랑 등 우리 삶의 고귀한 가치들이 가득 담겨 있다.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설화들과 그 현장을 접하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더 알게 되고, 더 사랑하게 되고, 더 자랑하게 될 것이다. 설화의 현장들을 오가면서 거기에 담긴 사랑의 정신이 이슬비처럼 마음을 적시고 그러면서 나라 사랑, 부모 사랑, 이웃 사랑의 마음이 더욱 깊어지고 더욱 커질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설화를 읽고 설화의 현장을 찾아가는 것은 오늘날 허물어져 가는 충(忠)과 효(孝)를 다시 세우며, 자신이 사는 지역을 더 알게 하고 더 사랑하게 하는 유익이 있습니다. 설화 수업에 참석한 어린이들은 많은 것을 배워갔을 것입니다. 이런 귀한 일을 저희 도서관이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광훈 관장이 마중물작은도서관에서 하는 일은 참 많다. 다시 김광훈 관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해마다 여름이면 아산시 전역에서 아이들이 도서관을 찾아옵니다. 시골 농가를 개조한 마중물작은도서관은 좀 불편하기는 해도 도심에 거주하는 아이들에게 시골의 정취를 마음껏 느끼게 해 줍니다. 1박 2일 캠프가 진행되는 동안 아이들 가슴에서는 ‘책울림’이 일어나고, 꿈을 꾸고, 상상력을 키우죠. 아이들의 귀에, 아이들의 마음에 울리는 북(book)소리가 아이들의 생각을 바꾸고 삶도 바꾸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책을 무척 좋아했어요. 하지만 제가 어릴 때는 책이 귀했어요. 책이 너무 읽고 싶어서 서점에 취직을 한 적도 있어요. 열심히 일하다가 쉬는 사이에 책을 읽었더니 서점 주인이 ‘일하러 온 사람이 왜 책을 읽느냐’고 야단을 치더군요. 저는 중고등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했습니다. 그래서 제 또래보다 조금 일찍 돈을 벌기 시작했지요. 돈을 벌어서 가장 좋았던 것이 책을 살 수 있다는 거였어요. 저는 지금도 책이 참 좋습니다. 정부의 지원 없이 마중물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느라 힘이 들기도 있지만 책 속에 묻혀 있을 때 무척 행복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작은도서관을 알아주지 않는다. 더러는 시골 마을에 도서관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한다. 도서관 이용객이 아주 적다며 효용과 가치에 대해 회의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시골 마을에서 도서관이 하는 일이 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마을 어귀에 있는 커다란 정자나무를 생각해 보자. 나무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무슨 효용가치가 있는가? 그러나 나무가 그 자리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평화를 준다. 사람들은 안정을 얻으며 휴식과 추억을 얻는다.

마중물작은도서관도 그러하지 않을까? 마중물작은도서관이 신현리 마을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마을을 떠나 객지에서 생활하는 청년들, 이제는 장년이 되어가는 그들에게 그리움과 추억이 되지 않을까? 마을 어르신들이 하나 둘 모이는 쉼터가 되지 않을까?

김광훈 관장의 말이 오래도록 귓가에 맴돈다. “한 권의 책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 ▲2017년 1차 독서캠프

ⓒ 온양신문


↑↑ ▲2018년 2차 독서캠프

ⓒ 온양신문


↑↑ ▲2018년 2차 독서캠프

ⓒ 온양신문


↑↑ ▲2020년 설화야 놀자

ⓒ 온양신문


↑↑ ▲2020년 설화야 놀자 인주 게바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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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캠프 안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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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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