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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완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2020년 09월 03일(목) 17:32 [온양신문]

 

기록과 저장의 의미

↑↑ ▲맹주완(순천향대학교 아산학연구소 부소장)

ⓒ 온양신문

‘모든 기록은 쓸모가 있다’지만 문제가 안 생기면 저절로 지워지는 기록도 있다. 비행기록장치, 일명 블랙박스(Blackbox)이다. 블랙박스는 비행시작부터 종료까지 비행자료, 교신내용, 조종실 안에서의 잡담, 심지어 동체의 소음까지 녹음된다고 한다.

목적은 예기치 않은 사고 발생 시 그 원인을 찾아 동일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참고로 블랙박스는 대부분 주황색이고 1100℃의 온도에도 녹지 않으며, 장치 자체보다 3400배의 무게와 압력에도 능히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대부분 정서적 보상을 얻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다. 주호민의 웹툰 만화가 원작인, 2017년 개봉된 <신과 함께> 영화가 1천만 관객으로 흥행한 이유에 대해 평론가들의 견해는 다양했다.

하지만 제작자의 말을 빌리면 ‘내가 죽은 후에 누군가가 내 삶의 이면을 봐주고, 대신 싸워주고, 변호해주고 그렇다면 죽어서도 외롭지 않겠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였다. 누구에게나 닥칠 죽음은 허무하지만 후에 의미 있게 기록되고 기억된다면 저승길도 서럽지 않을 듯싶다.

이모티콘 만으로도 소통이 가능한 세상이다. 센스 있게 사용하면 고수 소릴 듣게 된다. 특히 요즘은 짤방(짤림 방지)이 대세다. 젊은이들은 네티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아주 짧은 글과 재미있는 사진이나 그림, 동영상 등을 올려 소통한다.

이런 일은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난다. 결혼식에서 본 예식보다 기념사진 찍는 시간이 더 긴 이유가 그렇다. 남는 건 사진이야! 우리는 때로 한 장의 사진을 통해서도 한 시대의 변천사를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다.

인간의 두뇌 능력은 스스로 억제하지 않으면 무한히 커진다고 한다. 과거 런던에서 택시기사 면허증을 취득하려면 수만 개의 도로 정보를 외웠다는데, 그것은 인간 누구에게나 잠재된 포토그래픽 메모리 능력 때문이었다. 그 능력을 갖추면 아주 복잡한 도로망도 이미지로 기억해낼 수 있다고 한다.

요즘엔 내비게이션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 택시기사들도 클라우드(데이터 저장소)를 통해 모든 정보를 제공 받는다. 저장 방식의 진화가 가져온 결과다.

도시가 더욱 첨단화되면서 우리의 생활에 편의는 제공하겠지만 진정 살고 싶은 이상적인 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 삶의 공간에 새겨진 무늬, 옛것에 대한 향수, 도시의 경험적 DNA와 문화적 자산이 온·오프라인 상에서 기록되고 잘 보존되어져야 한다. 지방분권이 강조되는 시대에 지방의 기록관리는 여전히 국가기록의 변두리에 위치해 있는 게 현실이다. 이제 기록은 미래 세대에게 이어줄 공적 자산이며, 도시의 미래 가치를 온전한 기록과 저장이 판가름할지도 모른다.

오래전에 활력을 잃었던 온양 싸전지구에 행복주택 2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쌀은 귀한 존재다. 예부터 쌀농사를 지었고 쌀이 주식이었으니, 도시마다 싸전이 있었고 활기를 띠었다. 장날이면 싸전으로 쌀가마니와 돈이 집결하였다. 쌀 임자는 쌀장사와 흥정으로 거래를 성사시켰다.

싸전의 풍경이 삼삼하게 그려진다. 도시재생에서 전통문화의 가치존중은 필수요건이다. 제대로 살릴 수는 없더라도 싸전 터, 그 주변의 골목, 상점, 가옥들에 대한 소중한 기록과 사진들을 찬찬히 챙겨 볼 일이다.

추억과 향수,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을 불러일으킬 미래 ‘아산기록원’의 개원식을 상상해 본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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