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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균의 [행복한 아산만들기]

2020년 07월 31일(금) 10:44 [온양신문]

 

‘온양’과 ‘아산’ - 상호와 주소 이야기

↑↑ ▲홍승균(온양문화원 이사)

ⓒ 온양신문

아산의 거리를 걸으면서 주렁주렁 걸려있는 다양한 상호의 간판을 보다 보면 소소한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저마다 개성이 돋보이고 남보다 눈에 띄는 간판은, 행인에게 더 오랜 시간 각인될 수 있도록 발랄하고 재치있는 발상으로 고객에게 호소하며 손짓하고 있다.

이 간판을 내건 이들의 노력이 우리 아산의 거리를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게 만들고자 하는 충정일 리는 없다. 모두가 야심 차게 창업을 하고 번성하기를 기원하는 간곡한 마음들이 응축되어 있음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전혀 생각지도 못한 업종들이 보인다. 요양병원이 있고 전자담배가 있으며 네일아트, 급기야 애견샵도 버젓이 성업 중이다.

어느 시골 마을에서 발견한 ○○식관, ○○약방 같은 낡은 간판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자녀들에게는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 요즘은 적당히 외래어를 섞어야 세련되어 보이는 추세인 데다, 아예 영문표기로만 구성된 간판이 있는가 하면 중국의 간자체로 씌어있어 어찌 읽어보려 애써야 하는 간판도 있다.

흔히 만날 수 있었던 문방구, 상회, 미장원, 왕대포, 연탄 같은 간판은 점점 사라져가는 상호들이다. 그 가운데 다른 간판보다 상대적으로 낡은 듯하면서도 꿋꿋하게 자리하며 뭔가 저력 있어 보이고 전통이 깃들어 있는 느낌을 주는 간판은 단연 “온양○○”이다.

아산시의 과거는 너나없이 농사를 짓거나 좌판을 벌이고 살았으며, 번듯한 직장이라야 공무원이나 금융업 정도에 불과하던 지방 소도시였다.

점차 신식 점포가 개설되는 족족 ‘온양’은 선점되었고 ‘온양○○’은 그 업종의 선두주자이며 대표가게임을 세상에 천명했다. 시내에 거주하는 시민 중 일부는 아직도 스스로가 온양사람이지 아산사람이라고 말하기 멋쩍어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1995년 온양시와 아산군은 머리를 깎고 돗자리 펼치는 농성과 난리 끝에 통합 아산시가 되었다. 또 영영 사라지는 형편을 바라만 볼 수 없다고 하여 (구)온양시 지역이 6개의 온양○동이 된 것은 2003년의 일이다.

이에 온양을 놓친 후발주자에게 ‘아산○○’는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당위성을 부여받았다. 그마저도 놓친 주자는 온천, 충무, 온주, 신정을 잇따라 선택했고 욕심 많은 이는 둘을 합쳐 온아를 쓰기도 한다.

외부에서 아산을 찾은 이에게 이 동네 업종 중 진정한 레전드는 온양○○일까 아산○○일까? 그래도 내심에는 온양○○이라는 상호의 자부심이 폐업하기 전까지는 마치 지적재산권을 소유한 것처럼 끝내 견지하고픈 지역의 기준 점포로 자리하고 있다.

아산시를 찾는 외부인이 볼 때는 ‘온양’보다는 ‘아산’이 더욱 신뢰가 갈지도 모른다. 국내 으뜸의 서울대학교는 외국에서 볼 때 하나의 도시를 상징하는 학교일 뿐 KOREA대학교(고려대학교)가 더 대표주자일 것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말이다.

이런 현상은 주요 봉사단체인 로타리클럽이나 라이온스클럽의 명명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며, 우리 지역의 손꼽히는 청년단체 역시 온양JCI와 아산청년회라는 선의의 경쟁 구도에서 미소를 짓게 한다.

더불어 프랜차이즈 매장의 경우에도 온양점, 아산점을 우선순위로 삼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있다. 읍면지역도 활성화되면서 하루가 다르게 인구가 유입되고 신시가지 형성으로 상권이 번성한 구역에서는 배방점, 둔포점, 탕정점이라는 상호가 또 그 지역에서 으뜸의 기준을 선점하려 성급히 애쓸 것이다.

주소와 관련해서도 좀 혼란스럽다. 필자가 사는 곳의 주소는 아산시 남부로다. 주소검색을 해보면 아마도 전국의 모든 도시에 ‘남부로’가 있는 것처럼 많기도 많다. 개성 없고 무성의한 주소라는 선입견이 든다. 그러니 스스로 ‘남부로에 살고 있다’라는 느낌이 다가오지 않는다.

정부의 장기적인 기획으로 추진된 도로명주소는 ○○로, ○○길로 정착되기에는 지역적으로 연관성이 없고 건조하기만 한 사례가 허다하며, 설득력 있고 정감 있게 ‘우리 동네’의 이름으로 다가오기에는 시간이 요원할 듯하다.

통합 아산시의 초창기에 아산으로 보낸 택배가 안산이나 마산으로 갔었다는 해프닝이 있었다면, 아산시를 관광차 처음 방문하는 이들이 장재리의 아산역에서 내리는 허탈한 일이 아직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지금도 각처의 마을 입구에 세워진 표석에는 행정명이 표기된 데 이어 기어이 ○○마을이라는 부연설명이 따라 붙어있음을 흔히 볼 수 있다.

야심차고 장기적으로 추진된 도로명주소 사업이 후퇴할 수는 없겠지만, 세대가 이어져도 연면한 지역이나 마을의 정체성과 일체감은 인위적으로 지워지지는 않을성싶다. 더 혼란스러워지기 전에 대안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족! 늘 걷는 거리를 두리번거리다 보면 궁금한 상호 한 가지. 용한의원은 용~한 의원일까? 아니면 용 한의원일까?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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