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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꽃’ 앞의 꼴불견, 이제 그만

2018년 01월 17일(수) 16:02 [온양신문]

 

↑↑ 임재룡(온양신문 기자, 시인, 수필가)

ⓒ 온양신문

무술년 새해를 맞아 첫 달력을 내건지 얼마 되지도 않아 ‘햇꽃’(야생화 동호인들이 새해 들어 처음 피는 꽃을 이르는 은어) 소식이 올라온다.

요즘은 시절이 좋아져서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전국 방방곡곡의 소식이 SNS에 올라오는데 특히 동호인 많기로 유명한 페이스북의 야생화 동호인 그룹을 보면 거의 실시간으로 전국의 꽃소식이 올라온다.

요즘에 보이는 꽃이라면 동백꽃 정도가 보통인데 원래 이때 피는 꽃이라 신선도는 좀 덜하다. 말 그대로 ‘햇꽃’이라면 동백이 지고 난 뒤에 피는 풀꽃 정도가 되어야겠는데 바로 복수초나 노루귀, 바람꽃 종류가 그럴 것이다.

앞서 들려온다는 ‘햇꽃’ 소식은 바로 복수초 소식이다. ‘눈색이꽃’, ‘설중연’ 등등 눈을 헤집고 피는 꽃 답게 이른봄(실은 늦은 겨울) 가장 먼저 보이는 꽃이 이 꽃 아닐까 싶다. 동해시의 어느 도심 공원에 복수초가 활짝 개화했더라고 뉴스에 떴다. 그러더니 부산 어딘가에서도 복수초가 조심스럽게 올라오고 있더라는 동호인의 말도 보탠다.

그런데 작년과 재작년, 1월초에 벌써 개화를 했대서 주말 마다 올라가 확인을 했던 서울 모처의 복수초 소식이 올해는 잠잠하다. 하기야 작년과 재작년에는 1월 초부터 꽃을 피워 도하 언론에서 평년보다 한 달이나 일찍 꽃을 피웠다고 법석을 떨었으니 정상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일찍 본다는 설레는 마음에 매 주말마다 전철을 타고 올라가 그 복수초가 살던 수목원에서 하루종일 살다시피하면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꽃을 디카에 담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복수초가 올해는 1월 중순을 넘어가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좀 아쉽긴 하지만 이게 정상이라고 할 수 있으니 누굴 탓하랴.

그런데 복수초 하면 새해 들어 처음 보는 봄꽃이라는 설레임도 있지만 일부 ‘진사’들의 못돼 먹은 습성이 떠올라서 조금은 찜찜한 기분이 든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복수초는 ‘눈색이꽃’, ‘설중연’ 등 눈 속에서 피는 꽃을 으뜸으로 치는데 사실 눈 속 보다는 양지 바른 곳에서 먼저 피는 꽃이다. 더러 일찍 핀 꽃 위로 눈이 내리거나 해서 눈 속의 꽃이 연출되곤 하는데 일부 작품사진 욕심에 눈이 먼 '진사'들이 멀쩡하게 양지에서 잘 자라는 꽃 주변에 눈을 퍼와서 뿌려놓고 사진을 찍곤 했던 것이다.

그냥 주변에 뿌려두기만 하나, 꽃이 거의 파묻힐 만큼 눈을 퍼다붓고는 손가락으로 꽃만 살짝 파내서 마치 눈을 뚫고 올라온 꽃처럼 연출을 해서 찍곤 하니... 꽃의 입장에서는 난데없는 얼음찜질에 그만 성장이 멈춰버려 나중에 보면 다른 꽃들이 한창 절정을 구가할 때 새까맣게 타버린 것이 부지기수였다.

못된 '진사'의 전형은, 예전에 뉴스에도 크게 다뤄진 바 있지만 자신이 찍을 피사체에 방해가 된다 해서 보호종인 금강송을 무더기로 베어낸 사례에서 보듯이 자기가 보는 것만 보이고 다른 것은 눈에 안 보이는 비뚤어진 안목의 작가들이다. 그렇게 찍은 사진을 ‘내가 찍었소’ 하고 자랑스럽게 내걸고, 또 그런 사진을 잘 찍었다고 상을 주는 것을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이렇게 주변을 연출하는 것 못지 않은 악질은 다른 사람이 자신이 찍은 사진과 똑같이 못 찍게 하려고 아예 꽃을 뽑아버린다든지 옮겨 심는 인간들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찍은 사진을 같은 사진작가들은 한눈에 알아본다고 한다. 알아봤으면 따끔하게 혼내야지, 잘 찍었다고 칭찬을 한다면 결국은 같이 못된 ‘진사’일 수 밖에 없을 깃이다.

야생화 사진 동호회의 또다른 꼴불견은 ‘돈 자랑’이다. 수천만원 짜리 렌즈, 1m 가까운 렌즈를 어깨에 떡 걸치고 다니는 것을 무슨 큰 자랑처럼 여기는 사람이 있다. 삐까번쩍한 선그라스와 갖가지 장신구를 치렁치렁 달고 다닌다든지 사진과 무관한 장비들을 가판대 상품처럼 주렁주렁 싣고 다니는 졸부들의 행태도 역겹다.

떼거리로 몰려다니는 것 또한 눈살이 찌푸려지는 광경이다. 잘 피어난 꽃 주위로 온통 몰려 드는 바람에 그 주변에 있던 꽃들이 밟혀 부러지거나 뿌리뽑혀 나뒹굴고 있는 것을 보면 그네들을 대상으로 똑같이 해주고 싶다는 성질머리가 돋는다. 아무리 조심해도 떼거리로 몰려 다니면 은연중 밟히는 것이 없을 수 없다.

한편, 갖가지 장비를 이용해 꽃을 찍는 바람에 꽃이 일찍 늙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늘에 있다고, 배경이 안 좋다고 대낮 같은 조도를 보이는 조명을 켠다든지 하는 것이 그렇다. 얼마나 많은 조명을 받았는지 꽃잎이 말린 오징어처럼 오그라들어 손을 대니 가루로 부서지는 것을 본 적도 있다.

이른 봄꽃 중에 노루귀가 조명빨(?)로 시달림을 받는 대표적인 꽃인데, 줄기와 꽃 뒤 받침의 솜털이 보송보송 나 있는 것이 그렇게 매력적이다. 그것을 연출하기 위해 앞뒤로 강렬한 조명을 쏘아대니 꽃이 견디질 못하는 것이다. 남한산성의 청노루귀는 그렇게 시달리며 시나브로 개체수가 매년 급갑하고 있다.

야생화 사진작가들의 자부심 중 하나는 자연 그대로의 야생화를 사진으로 담되 채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몰래 채취해서 자신 만의 공간에서 기르는 재배 동호인들과는 차별을 두고 싶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찍으면서 밟고, 조명으로 태우는 것 또한 몰래 채취하는 것과 오십보백보 아닐까 싶다.

새해 처음 피는 햇꽃 현장에선 제발이지 이런 '진사'들을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남들이 그러거든 그건 아니라고 분명하게 경고를 주는 그런 동호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지난해 1월 초 필자가 촬영한 복수초.

ⓒ 온양신문

임재룡 기자  skyblue62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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