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10-18 오후 05:56:55  

전체기사

인사이동

출향인

인터뷰

동정

종합

커뮤니티

공지사항

시민게시판

온양역사 100년

뉴스 > 사람들 > 인터뷰

+크기 | -작게 | 이메일 | 프린트

‘함께였기에 더욱 행복한 공부’

개근에 수석 졸업한 68세 조정이 할머니

2016년 03월 11일(금) 14:55 [온양신문]

 

“될까? 정말? 내가 과연? 매 시간만 되면 선생님이 귀찮게 여길 정도로 물었다. 내가 3년 동안 깨달은 것은「하면 된다」라는 말이었다”

↑↑ 초등학력인정 졸업식에서 개근상과 교육감상 받은 수석 졸업생 조정이 할머니

ⓒ 온양신문

한 할머니의 진솔한 시가 마음에 와 닿았다. 배움이 없었기에 꿈도 없었다는 할머니는 65년 동안 캄캄한 세상에서 살았다는 고백이 절절했다.

조정이 할머니를 처음 만난 곳은 아산시평생학습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초등학력인정 졸업식장에서였다. 이날 수석졸업생이었던 조정이 할머니(68세)는 개근상과 교육감상을 받으며, 가족들의 축하를 받는 모습이 밝아보였다.

졸업한지 10일째. 조정이 할머니를 다시 만났다. 할머니의 보디가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림자처럼 할머니의 곁을 지키는 할아버지도 함께 만났다.

↑↑ 조정이 할머니는 3년간 함께한 고마움을 이윤정 담당교사와 할아버지께 전했다.

ⓒ 온양신문

나에게 공부는 사치였다.

조정이 할머니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서당 훈장이었다. 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글을 알려주지 않았다. 공부가 하고 싶었지만 떼를 쓰고, 조르고 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아버지 말씀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12살 되던 해에 가족이 이사를 하고, 어머니가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7살 차이나는 동생을 키웠다“고 했다.

“형편상 학교는 꿈도 꾸지 않았다. 동네 사람들이 오히려 공부를 시키라고 어머니께 얘기해서 어머니는 학교에 데리고 가셨는데, 또래보다 나이가 많아 입학을 거절당했다. 자존심이 상한 어머니는 학교 측에 매달려 사정 한 번 안하고, 그 자리에서 돌아서서 나왔다”며 어린 시절 학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들려준다.

조정이 할머니는 나이가 들고, 자식이 결혼해 곁을 떠나고,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더 공부가 간절해졌다고 말한다.

↑↑ 할머니가 공부할 수 있도록 곁에서 항상 지켜준 할아버지. 이날 인터뷰도 함께했다.

ⓒ 온양신문

배울 수 있었기에 웃을 수 있었다.

매실농사를 짓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공부하러 가는 날은 반나절 밖에 일을 못한다.
할아버지는 할머니 곁을 항상 지키며, 할머니가 공부하는 2시간 동안 밖에서 할머니를 기다리고, 수업이 끝나면 할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것도 주3회씩이나...

할아버지의 정성이 대단하다고 손을 치켜세우니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너무 열심히 공부해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한다. 두 분의 사이는 정말 샘이 날만큼이나 좋아보였다.

조정이 할머니는 “공부 때문에 일을 소홀히 할 수 없어서 일을 몰아서 2배나 더 열심히 했다. 공부하려고 3년간 좋아하던 드라마도 끊고, 즐겨하던 스마트 폰 게임도 끊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다. 수업시간에 안 졸기위해 일찍 잤다. 배우러 가는 시간, 앉아있는 시간이 즐거웠다”고 한다. 심지어 아파도 공부하러 가는 날은 금방 나았다고 웃으며 말한다.

할머니에게 글을 배우고 가장 좋았던 일을 물으니 “병원에 가서 혼자 접수한 일이다. 사소하지만 내 이름 석 자 적기가 두렵고, 어려워서 항상 할아버지가 맡아서 했던 일이었다. 혼자 할 수 있다는 뿌듯함에 정말 기뻤다”고 한다.

몸이 약해 자주 아팠다는 조정이 할머니는 공부를 시작하면서 3년 동안 절대 아프지 않기만을 기도했다고 한다.

“초급반 시절엔 교통사고가 나서 입원 중에 외출증을 끊고 공부를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간 일도 있었고, 중급반 시절엔 매일 책만 붙들고 있다가 눈이 갑자기 나빠져 백내장 수술을 한 적도 있었다. 할아버지가 수술한 적도 있었는데 수원에 있는 병원을 오가며, 수업엔 빠지지 않았다. 3년을 과연 마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었는데 나중엔 오기가 생기더라”며 늦은 나이에 공부하며 더 하고 싶은 마음에 잠도 잘 수 없었다고 한다.

조정이 할머니는 3년 동안 공부한 흔적들을 모두 보관하고 있다.
“나중에 거동을 못하게 되면 누워서라도 집에서 복습하려고 공책들을 모아 놨다. 그동안 공부한 시간이 소중하고 아까워 버릴 수가 없었다”고 한다. 몽당연필부터 그동안 쓴 일기장까지 할머니의 재산 목록1호가 되었다.

3년간 공부하는데는 가족들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등하교를 돕고 손녀는 할머니 연필을 깎아주고, 몽당연필은 볼펜대에 꽂아주는 일을 도맡아했다. 아들과 며느리도 할머니 공부를 응원하며 용기를 줬다고 한다.

↑↑ 졸업앨범

ⓒ 온양신문

하면 된다.

조정이 할머니는 “나이 먹어서 100번 써야 겨우 한 글자가 기억난다. 10년만 젊었어도 노력한 만큼 효과가 있었을텐데···세월이 야속하다. 아직까지는 소리 나는 대로 받침을 쓰는 일도 종종 있지만 알면 알수록 재밌다. 특히 텔레비전 자막을 혼자 읽고 이해할 때 글을 배우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전에는 기억력이 좋아 눈치껏 살았다. 아무도 내가 글을 모른다고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동네일과 친목회장 일을 맡겼다. 글을 모른다고 차마 밝힐 수 없어, 바쁘다고 일 핑계만 댔다”고 한다. 밝고 유쾌한 성격의 조정이 할머니는 부녀회장 이상의 말솜씨를 갖고 있다.

조정이 할머니는 졸업식에서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젊은시절 가까운 이웃이었던 현재규 교육장이 축사를 하러 참석했다가 13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것이었다. 현재규 교육장은 조정이 할머니를 먼저 알아보고 반겼지만, 그날 조정이 할머니는 반가움보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자신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금새 다시 당당해졌다.

할아버지에게도 할머니의 졸업식은 뜻 깊은 의미가 있었다. 3년 동안 공부하러 같이 다닌 추억 외에도, 받아쓰기, 일기 등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과제를 도와주며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행복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인 졸업을 기억하고 싶어서 비디오 촬영을 했다고 한다.

세상에서 공부가 가장 재미있다는 조정이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한다.

“영감, 관속에 공부한 거 다 넣어줘요, 못 다한 공부 저승 가서도 할거여···”

↑↑ 조정이 할머니는 3년 동안 공부한 흔적들을 모두 보관하고 있다.

ⓒ 온양신문

↑↑ 열심히 공부한 흔적을 간직하고 싶어, 몽당연필까지 모아두었다는 조정이 할머니.

ⓒ 온양신문

↑↑ 처음 공부를 시작할때는 또박또박 예쁜 글씨를 쓰고 싶어, 수백 번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 온양신문

↑↑ 조정이 할머니는 졸업식에서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젊은시절 가까운 이웃이었던 현재규 교육장이 축사를 하러 참석했다가 13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것이었다.

ⓒ 온양신문

한미영 기자  ionyang@hanmail.net
“지역정신 온양신문”
- Copyrights ⓒ온양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온양신문 기사목록  |  기사제공 : 온양신문

 

 

'자연은 최고의 벗이며 스승이다' [한미영] 기자

나로 인해 단 5분이라도 행복하길··· [한미영] 기자

내 삶의 또 다른 주인공 ‘자동차’ [한미영] 기자

‘우리의 모든 삶 자체가 정치’ [한미영] 기자

‘100세까지 내 치아로 살자’ [한미영] 기자

‘아산시민의 아픔과 기쁨은 나의 것’ [한미영] 기자

의원은 '높은 사람 아닌, 중요한 역할' [한미영] 기자

이전 페이지로

 

전체 : 0

이름

조회

작성일

전체의견보기(0)

 

이름 :  

제목 :  

내용 :  

 

 

비밀번호 :  

스팸방지 :  

 

!!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등 법률 및 신문사 약관에 위반되는 글을 삼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게시물에 대한 민형사상의 법적인 책임은 게시자에게 있으며 운영자에 의해 삭제되거나 관련 법률에 따라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실시간 많이본 뉴스

 

협회장기 축구대회, 청년부 배방..

수돗물 민원 관련 주민 간담회 참석

아산고 하키 전국체육대회 4연패 위..

아산시, 역대최대 국비 1조3,290억 ..

아산시, 전국체전에서 금8・..

함께 만드는 가능성의 소통공간 다..

2019 아산청백리 및 어린이 맹사성 ..

‘탕정지구 지웰시티 푸르지오 2차..

아산시, 탕정사업장 13조원 투자 ‘..

수확철 집중된 농업기계 사고 주의..

 최근기사

 

아산에서 새로운 충남 과학교육 ..  

학교밖 청소년 올바른 성장 도모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인주면행복..  

온양5동 행복키움추진단, 10월 정..  

온양4동, 주민자치위원회 교통사..  

둔포면, 깨끗한 아산 만들기 대청..  

온양6동 주민과 함께 가을철 산불..  

도고면 찾아가는 복지상담과 나눔..  

둔포면 행복키움추진단, 사랑의 ..  

온양2동 행복키움추진단, 어르신 ..  

선장면, 태풍피해 농가 찾아 농촌..  

장애인이용객을 위한 장애인리프..  

‘이순신을 품은 가을 신정호’  

과학분야 재능기부로 역량강화  

도내 첫 법정 문화도시 지정 위해..  

미래 100년 청소년 상(像) 함께 ..  

“모두가 불황인데 공항공사만 앉..  

아산시 기후변화대책과, 농촌일손..  

‘올바른 손씻기’ 홍보 캠페인  

꿈나무들, 관광 홍보대사 역할 ‘..  

회사소개 - 광고문의 - 제휴문의 - 구독신청 - 기사제보 - PDF 지면보기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배너모음

 상호: 온양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312-81-25669 / 인터넷신문사업 등록번호: 충남, 아00095 / 제호: i온양신문 / 주소: 충남 아산시 남산로8번길 6 (온천동 266-51) / 발행인,편집인: 김병섭
등록일 : 2010년 9월 24일 / mail: ionyang@daum.net / Tel: (041) 532-2580 / Fax : (041) 532-4580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병섭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