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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루만 더 살게 해주세요.'

노부부의 사랑이야기···최진서 할아버지와 이선자 할머니

2016년 03월 25일(금) 14:25 [온양신문]

 

“영감님 보다 딱 하루 늦게 저 세상 가는 게 소원이야. 나 먼저 떠나게 되도 저 양반 불쌍해서 눈도 못 감을 것 같아···”

↑↑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할머니가 떠나면, 혼자 남겨질 할아버지가 마음 쓰여 할아버지 곁에서 죽는 날까지 사랑하기로 했다는 이선자 할머니.

ⓒ 온양신문

허름한 차림의 노부부가 휠체어를 밀고 끌며 힘겨운 걸음을 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오늘도 온양온천역 하부공간으로 점심식사를 하러 가는 중이다.

중풍에 걸려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최진서 할아버지(79)와 그 곁에서 호위무사처럼 할아버지를 지키는 이선자 할머니(67)는 10년 병수발로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한 걸음 한 걸음 휠체어에 몸을 기대고 힘든 걸음을 한다.

온양온천역에는 이들 부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할머니의 지극한 정성과 사랑이 할아버지가 소중한 하루하루를 버텨 갈 수 있는 힘이다.

둘의 인연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이웃으로 살던 최진서 할아버지의 부인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할아버지는 시름시름 아팠다고 한다. 돌아가신 최진서 할아버지의 부인과 친하게 지내던 이선자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반찬도 챙겨주고, 자식들도 챙겨주고, 살림을 돌봐주다 보니 가까워졌다고 한다.

재산도 없이 불쌍한 신세가 된 할아버지가 마음에 쓰인 이선자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됐다. 그런데 10년 전 부터는 할아버지가 중풍에 걸려, 몸을 전혀 움직일 수 가 없게 되었고, 실어증도 함께 왔다고 한다.

고생을 많이 한 이선자 할머니는 나이보다 10년 이상 들어보였다. 할아버지의 대소변을 받아내는 것은 물론, 매 끼니때마다 밥까지 떠 먹여줘야 한다.

↑↑ 애기가 되어 버린 할아버지를 항상 먼저 챙기는 이선자 할머니

ⓒ 온양신문

많이 힘드시죠? 라는 기자의 한 마디에 이선자 할머니는 연신 눈물을 닦아내느라 바빴다.
“나도 사람인데 힘들지. 하지만 우리 영감님은 나 없으면 죽어. 그러니 힘들어도 이 악물고 참고 견뎌야지. 내가 몸이 아파서 입원하는 바람에 영감님을 요양원에 며칠 맡긴 적이 있었는데, 상태가 더 안 좋아져서 다시 살려내느라 아주 고생했어”라며 몇 차례 할머니 건강상 문제로 요양원에 입소했다가 처음 할머니 곁을 떠났던 할아버지가 낯선 환경에 적응을 못해 죽을 고비를 넘긴 사연을 들려준다.

너무 딱한 사정의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기자도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기저귀값과 병원비, 두 노부부의 생활은 늘 어려운형편이다. 그래서 이선자 할머니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인정 많은 할머니는 자신도 형편이 어려우면서,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 꼭 도와준다. 얼마 전에는 역전에서 추워 보이는 노숙자에게 자신의 잠바를 선뜻 벗어주었다는 이야기도 주변사람들에게 전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심성 고운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위해 쌀이나 고기를 챙겨주면 자신이 딱 먹을 만큼만 덜어놓고 온양온천 식당에 기증을 한다.

할머니 사진 한 장 찍을게요. 라는 기자의 말에 할머니는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감싼다.
거친 빨래와 힘든 병수발로 거칠어진 손마디가 눈에 띈다.

↑↑ “영감 나 사랑하지?”
할아버지는 희미하게 웃으며, 우우~우우 소리를 낸다.
할머니는 “저게 사랑한다는 얘기여”라며 웃는다.

ⓒ 온양신문

“영감 나 사랑하지?”
할아버지는 희미하게 웃으며, 우우~우우 소리를 낸다.
할머니는 “저게 사랑한다는 얘기여”라며 웃는다. 웃을 때 생기는 자글자글한 얼굴 주름조차 너무 예뻐 보인다.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할머니가 떠나면, 혼자 남겨질 할아버지가 마음 쓰여 할아버지 곁에서 죽는 날까지 사랑하기로 했다는 이선자 할머니.

함께 산책을 하고, 함께 식사를 하고, 한평생 함께하며 늙는다는 것. 그만큼 아름다운 모습이 또 있을까? 그들의 사랑은 죽음의 고비조차 함께 넘기며, 순간순간을 함께 살아가는 자체가 그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일깨워주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익숙한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귀한~ 인터뷰였다.

한미영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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