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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 더위도 잊은 채 ‘열공’

초등학력인정 문자해득교육 실버한글교실

2013년 08월 22일(목) 09:37 [(주)온양신문사]

 

↑↑ 초등학력인정 문자해득교육 실버한글교실

ⓒ 온양신문

찜통더위 속에서도 아산도서관의 한 교실에서는 할머니들이 더위도 잊은 채 한글 공부에 열심이다. 아산도서관(관장 한상수)에서 진행 중인 초등학력인정 문자해득교육 ‘실버한글교실’의 할머니들이 바로 그 주인공.

여름방학을 맞이했지만, 9월부터 시작되는 2단계과정(초등3~4학년)에 들어가기 전에 그동안 배운 1단계과정(초등 1~2학년)을 복습하러 대부분 할머니들이 무더운 날씨에도 도서관을 찾고 있다.

늦게나마 시작한 공부이지만, 그만큼의 갈망이 있었기에 누구 못지않은 학구열을 보이고 있는 할머니들은 입을 모아 “행복하다”고 말한다.

- “이제는 내 이름을 쓸 수 있다”
이병자(74세)씨는 “내 이름도 못썼었는데, 이제는 이름도 쓰고 주민번호도 쓴다. 너무 좋다”며 행복한 미소를 함빡 지어 보인다.

신동에 거주하는 이병자씨는 10시에 시작되는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아침 8시부터 준비하고 나온다. 아산도서관까지 오려면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하기 때문이다. 더운 날 그런 번거로움이 힘들 법도 하지만, 이병자씨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 동료도 만나고 좋다. 학교를 다니지 않아 동창이라는 것이 없었는데, 여기 와서 동료도 생기고 너무 좋다”고 말한다.

그동안 한글을 몰라 속상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는 이병자씨. “손주를 돌보는데, 뭘 먹이고 싶어도 읽을 줄 알아야 하는데, 못 읽어서 힘들었다. 우유도 몇 미리 먹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몰라서 딸에게 슬쩍 물어봐서 눈금으로…, 그렇게 손주 5명을 키웠다”며 그동안 한글을 몰라 속상했던 지난날을 떠올린다.

어렸을 적 친구들이 가방 메고 학교 가는 모습이 부러워 그저 쳐다보기만 했고, 한글을 몰라 불편했던 생활들…, 이제는 배움의 즐거움이 그 동안 맺혔던 서러움을 싹 가시게 해 주고 있다.

- “서울까지 혼자 갈 수 있다”
"한글을 배워서 아이들이 사는 서울까지 이제는 혼자 갈 수 있다"는 김정례씨(73세).

한글을 몰랐을 때와 비교하면 확 넓어진 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김정례씨는 “이제는 가고 싶은 대로 갈 수 있게 됐다. 버스도 전철도 한글을 알게 되니까 가고 싶은 곳에 혼자 잘 찾아갈 수 있게 됐다. 전에는 무서웠었는데,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웃는다.

“나이가 들어서 배우는 대로 머리에 잘 안 들어온다. 앞으로 한 3년 정도는 더 배워야 뭔가 좀 알 것 같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배워서 나중에 소설책 한 권 읽었으면 한다”는 소망도 넌지시 밝힌다.

또한 동료들과도 “앞으로 건강하게, 충실히 잘 다녔으면 좋겠다”며, 다 같이 함께 이 길을 걸어 나가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 “내 통장이 생겼다”
너무나 정갈하고 예쁜 글씨에 ‘어머~’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하는 정진선씨(73세)는 글씨 예쁘게 쓰는 경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경력의 소유자다.

정진선씨는 “공부는 못하는데, 그냥 쓰다 보니 잘 써져서 그런 거다”라며 ‘별거 아니다’라고 겸손해 한다.

정진선씨가 한글을 배우면서 편해진 점은 ‘통장관리’다. “한글을 모를 때는 할아버지가 통장을 관리했었다. 필요한 돈이 있으면 할아버지한테 말해서 찾아 받았는데, 이제는 내 통장이 생겼다. 내가 필요할 때 찾고, 넣고, 이제는 내 마음대로 내 통장을 가지고 쓰고 싶을 때 쓴다”며 뿌듯해 한다.

형편이 어려워 학교 한 번 제대로 못 가본 서러움에 대해 “말하면 뭐해. 친구가 가는데, 나도 얼마나 가고 싶었겠어.”라며 지난날을 잠시 떠올린다. 그렇게 어렵게 살았고, 자식을 키웠다. 그런 어머니의 희생을 알기에 자식들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격려해 준다.

- “같이 공부하는 동료가 생겼다”
활짝 웃으며 “되게 좋아~”라는 표현으로, 배움의 기쁨을 한껏 드러내는 이화자씨(72세)는 “그동안의 내 환경 속에는 없었던, 한글이 들어와 반갑고 좋다. 마음이 가볍고, 상쾌하고 날아갈 것 같다”고 말한다.

10시 수업이지만, 1시간 일찍 나오는 이화자씨는 “와서 동료들하고 이야기 하고, 웃고 너무 좋다”고 말한다.

어렸을 적 몸이 아파서 학교를 못 다녔다는 이화자씨는 무엇보다 같이 공부하는 동료들이 생긴 것이 제일 기쁜 일이다.

앞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우리 아들 장가가는 것”이라는 뜬금 맞지만, 우리네 어머니다운 답변에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 평생 가슴에 맺힌 ‘한’ 풀어내자
“문해교육을 하면서 만났던 한 분은 직장에서 성실하게 일을 잘 해서 반장으로 진급이 가능했는데, 한글을 몰라서 진급을 못했다고 한다. 그것이 평생 가슴에 맺혀서 죽어도 배워야겠다고 찾아왔었다”

실버한글교실의 노수진 강사(50세)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무엇보다 평생 가슴에 맺힌 한, 그 한을 풀어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마음으로 다가가고, 마음으로 위로하려 노력한다”고 말한다.

어려웠던 시절, 50~60년대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배움의 기회가 적었다. 출가하면 다른 집 식구가 된다는 인식에, 어려운 형편에서 우선시 된 것은 남성이었다.

실버한글교실의 대부분이 여성인 것 또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대부분의 수강생들은 “남자가 먼저였지, 누가 여자 아이를 가르치려 했었는가? 집에 식구가 많은 경우에는 더욱 그랬다. 학교 가는 친구들 보면 책가방도 부럽고… 다 부러웠다. 그저 먼 산만 쳐다보면서 서러움을 달랬다”고 말한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서러움이 나이 70이 다 돼서야 조금씩 풀리고 있다. 이제야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수진 강사는 “대부분 처음 오신 분들은 주눅이 들어 있고, 자신감도 없어 한다. 그러나 한글을 배우고 나서는 기가 산다고 한다. 살맛이 난다고 한다. 그 전까지는 사는게 재미없고, 죽고 싶었는데, 이제는 사는 재미가 난다고 한다”며 한글 하나가 이분들의 삶에 얼마나 큰 생기를 가져다주는지 설명했다.

“단지 한글을 늦게 아시는 것뿐이다. 나는 그것을 도우는 도우미 일뿐이다. 그 외의 것들은 다 우월하시다. 훌륭히 자녀분들도 키워내시고, 삶의 지혜에 있어서도 한참 우위이시다. 그래서 나는 스승님이시다고 말한다”고 말하는 노수진 강사는 “이 분들께서 눈을 뜨게 해 줘서 감사하다고 인사해 올 때면 뿌듯하다. 그리고 이 분들이 느끼는 그 행복감이 내게도 배가 되서 전해진다. 오히려 내가 이분들에게 큰 행복감을 되돌려 받고 있다”며 웃는다.

그리고 끝으로 “초등학력인정 문자해득교육 3년 과정을 잘 마치고 졸업장과 자격증(초등학력인정 문자해득교육) 꼭 받길 바란다. 선생님으로서 탈락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몫이라 생각한다. 끝까지 함께 갔으면 좋겠다”며, “중간에 탈락자는 용서 못한다”는 강한 멘트로 의지를 보여줬다.

↑↑ 또 다른 실버한글교실의 모습. 수강생들이 수업에 열중인 모습이다.

ⓒ 온양신문

이혜진 기자  seinhj@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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