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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문을 삐뚤빼뚤 써도 신통해”

7살에 한자 2급(2,000자) 합격

2013년 04월 12일(금) 16:01 [(주)온양신문사]

 

· 한글, 한자 같이 깨우치려 보냈더니…
· 건희가 제문써서 ‘아빠는 편하겠네’ 농담
· 한자 배우고 생활에서도 달라져
· 어려운 고비마다 학당 형들이 위로 ‘동문수학’ 과시



↑↑ 엄마 아빠와 함께

ⓒ 온양신문

“1학년 때는 1급, 2학년 때는 준사범, 3학년 때는 사범 딸 거예요.”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이지만, 다부진 계획을 말하는 한건희(풍기초, 8세)군은 지난 2월 23일에 실시 된 제58회 한자자격시험에서 2급에 합격했다.

한글을 한창 배울 나이에 한자 2,000자를 알아야지만 합격할 수 있는 2급에 합격한 것으로, 성균관학당에서도 역대 통틀어 유치부(시험당시 미취학아동/7살)에서의 2급 배출은 첫 기록이다.

건희군의 엄마 민춘홍(34세)씨는 “처음에는 한글이 부족해서 한자와 더불어 한글도 배울 겸 해서 보낸 것인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 10시간 넘게 공부하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고 해도, 아이가 한다고 하더라.”며 기특해했다.

아직 어린 나이에 쑥스러워 마냥 웃기만 하는 건희군에게 어떤 것들이 재미있었는지 묻자. 그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하나 둘 얘기를 꺼낸다. “임금님 모자 이야기, 썩힌 오줌으로 비단옷 빠는 이야기…” 한자와 더불어 옛 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은 것이 제일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엄마 민춘홍(34세)씨는 “아빠가 제사때 지방 쓰는 것을 보면서 자기도 한 번 써 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내년에는 쓸 수 있을 것 같다”며 웃는다.

이에 아빠 한상욱(35세)씨는 “귀찮았었는데, 건희가 쓰겠다니 환영이다”라고 농담을 던진 뒤, “삐뚤빼뚤 써도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건희가 2급에 들어서면서부터 나보다 한자를 더 많이 안다”며 아빠 한상욱씨는 이제는 아들이 자신보다 더 나은 실력임을 인정한다.

어린 나이라고 해도 슬럼프는 오는 모양이다. “지난겨울에 슬럼프가 왔었다. 그만두고 싶어 하기에, 그러라고 하려던 참에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다. 알고 보니 학원에 다니는 형들이 ‘네가 지금 2급을 준비하는 것은 우리가 준사범 준비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네 나이에 지금 하는 수준이면 형들과 같은 수준이다’라고 격려해줬다는 것이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해 주는 엄마 민춘홍씨.

초등학교 아이들끼리 서로 격려해가면서 공부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어른스러워 웃음이 나기도 한다.

생활 속에서 아이의 달라진 모습을 묻자. 엄마 민춘홍씨가 “돌아다니다가 ‘자동문’, ‘승강기’라는 한자어를 보면 바로 풀이를 한다”며 설명하자.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말을 아끼고 아끼던 한건희군이 불쑥 “그건 너무 쉽잖아”라며 자신의 수준은 이미 그것 보다는 위라는 것을 바로 고쳐 인식시킨다. 그 모습에 엄마도 아빠도 놀라 웃는다.

마지막으로 엄마 아빠는 건희군에게 작은 소망을 하나씩 꺼낸다. “동생들과 사이좋게 우애 있고, 첫째로서 동생들을 잘 보살피고 이끌어나가길 바란다.”는 엄마의 바람. “어떻게 크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든지 자신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그런 성장을 바란다.”는 아빠의 바람. 부모님의 마음을 어렴풋이 느꼈는지, 말 보다는 웃음으로 대답하던 한건희군은 역시 제일 밝은 웃음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이혜진 기자  seinhj@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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