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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배우고 소녀로 돌아간 할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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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봉교회 ‘해피실버’ 피아노 배우는 할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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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2월 22일(금) 10:27 [(주)온양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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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노 집중하면 근심걱정 잊고 즐겁기만 하다
· 손가락 굳어서…그래도 하고 또 하니 ‘되더라’
· 그토록 치고 싶어하던 ‘소녀의 기도’ 연주
· 노인정에 중고 피아노 마련해 배웠으면…
· 해피실버는 우울하지 않다…기쁨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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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해피실버 | ⓒ 온양신문 | | 검버섯이 피고 뻣뻣하게 굳은 손가락으로 떠듬떠듬 피아노 건반을 꾹꾹 누르는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인 주름이 한 가득이지만, 피아노 앞에서의 진지함은 젊은 사람 저리가라는 모습으로 피아노 배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사람들. 음봉교회(담임목사: 최만석)의 ‘해피실버’ 모습이다.
- 91세 나이에도 뭔가를 배울 수 있다는 즐거움
“젊을 때 피아노를 좋아하긴 했는데, 배우지 못하고 늙었다. 죽기 전에 한번 해 보려고 이렇게 배우고 있다”며 새하얀 머리를 하고 활짝 웃는 해피실버의 최고령자 김복출 할머니.
올해 91세인 김복출씨는 “피아노를 배우게 되면서 희망이 없다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기쁨이 생겼다. 집에서도 상위에 손가락을 짚으며 연습하기도 한다. 너무나 즐겁다. 피아노에 집중하다 보면 옛날 생각, 근심걱정 다 잊게 되고 마음이 즐겁다. 또 마음이 즐거우니 생활이 즐겁다”며 피아노가 주는 기쁨을 설명했다.
그래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어려움은 따른다. 김복출씨는 “나이가 너무 많다보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손이 안 움직여져서 힘든 점도 있다”며 생각처럼 따라 주지 않는 손가락을 잠시 탓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내 “그래도 움직이고 또 움직이다 보면 되더라. 나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도 생기고 너무 좋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하려 한다”고 말한다. 김복출씨에게 나이란 정말로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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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작년 발표회에서 김복출씨의 연주 모습 | ⓒ 온양신문 | |
- 나이를 먹어도, 불편함이 있다하더라도…
“나이도 나이지만 나는 손이 불편해서 하고 싶어도 ‘나는 못하는 것이다’라고만 여기고, 선뜻 용기를 못 냈었다. 그런데 해보니까 되더라. 불편해서 어렵지만, 그래도 내가 해 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
지난 발표회때 불편한 손임에도 불구하고 ‘소녀의 기도’를 멋지게 연주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한보희(69세)씨는 무엇보다 “피아노라는 것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손의 불편함으로 선뜻 배우고 싶어도 나설 수 없었던 한보희씨. 그런 그에게 선생님 박병숙씨가 다가왔다. “선생님이 용기를 많이 줬다. 나이가 많다고 해도 괜찮고, 손이 불편하다 해도 괜찮다고. 그건 하나의 핑계일 뿐,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그런 힘을 줬다”며 한보희씨는 용기를 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피아노. 그리고 자신이 꼭 한번 연주 해 보고 싶었던 곡을 발표회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게 됐다.
“내가 그렇게 치고 싶었던 ‘소녀의 기도’를 남들 앞에서 연주했다”고 말하며 함빡 웃는 한보희씨. 그는 어려워도 하고자 하는 마음 하나만 있으면 무엇이든 충분히 해 낼 수 있다는 절대적인 진리를 그렇게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피아노를 배우면서 느낀 기쁨을 전하느라 조금은 상기된 얼굴로 말을 이어가던 한보희씨는 “너무…정말… 내 평생 이런 것을 처음 해 본다. 나도 이런 것을 할 수 있구나…”라며 감격에 말을 잊지 못한다. 잠시 눈에는 언뜻 눈물이 맺히는 듯싶다가, 이어 당차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하나님께 감사하다”라며 활짝 웃는다.
해피실버에서 반장을 맡고 있는 한보희씨는 “이왕 시작했으니, 선생님이 안 한다고 할 때 까지는 열심히 하자고 서로를 격려하면서 하고 있다. 노인들이라도 다들 욕심이 있다. 남에게 떨어지기 싫어 더욱 열심히 한다. 종종 좌절해서 그만 두기도 하지만, 하고자 하면 못할 것이 없는 것이다. 앞으로도 다 같이 꾸준히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며 반장으로서의 바람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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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작년 발표회에서 연주하고 있는 한보희씨. | ⓒ 온양신문 | |
- 피아노 배우는 할머니, “손자가 가르쳐 주기도 한다”
두명의 손자를 두고 있는 조영현(73세)씨는 “집에 조그마한 건반이 있어서 그걸로 연습하고 있으니까 손자들이 와서 ‘할머니 이렇게 해야지’하면서 알려주더라”며 웃는다.
“생각보다 머리가 안 돌아가고 손이 안 따라줘서 힘들기는 하다. 손자들은 손이 빨라서, 내가 알려 달라고 하기도 한다” 손자들에게 피아노 연습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생소하기도 하지만, 열심히 무언가를 배우는 멋진 할머니의 모습으로 다가간다.
피아노를 배우면서 조영현씨가 느끼는 즐거움은 무엇보다 배움의 즐거움이다. 조영현씨는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다. 두 번째 발표회때는 양손으로 쳤는데, 연습을 많이 했는데도 틀려서 속상했다. 그래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마음만큼 손이 따라가지 않아서 힘들어도 즐겁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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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작년 발표회에서 조영현씨. 손자가 전해 준 꽃다발을 들고. | ⓒ 온양신문 | |
- 연습 더 하고 싶은데…
해피실버 회원 대부분이 토로하는 아쉬움은 교회에 있는 피아노로만 연습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조영현씨는 “연습하던 건반이 이제는 고장이 났는지 소리가 안 난다. 하고 싶을 때 치면 좋을 텐데, 일요일 교회에 와서 잠깐씩밖에 못하니 그게 너무 아쉽다”라고 말한다.
한보희씨 또한 “피아노는 치고 싶은데, 집에 피아노가 없어 교회나 와야 만져 본다. 일요일 잠깐 연습하고, 때로는 새벽기도 왔다가 연습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음봉교회 해피실버의 회원은 총 9명으로 일요일 수업이 있는 날이면, 서로 좀 더 피아노에 앉아 있으려 은근한 눈치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 자녀들과 손자들이 보러 오는 할머니 음악회
“괜찮아. 잊어버리셔도~”
악보공부를 하려 책상에 두루두루 앉은 회원들 사이에서 “에휴…다 잊어버렸다”라는 힘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바로 박병숙 교사(48세/나사렛대 해피아이뮤직스쿨 피아노 강사, 쌍용초·음봉초 음악강사)는 “괜찮다”며 다독인다.
해피실버를 구상하고 올 해로 3년째 이끌어오고 있는 박병숙 교사는 이 일이 “꿈이었다”고 한다.
“보통 할머니들이 손자들 재롱잔치에 가는데, 거꾸로 자녀들과 손자들이 할머니들이 하는 음악회를 보러오게 하고 싶었다”는 박병숙 교사다.
“30~40만원이면 살 수 있는 중고 피아노를 노인정에 놓고, 배우고자 하는 분들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왔었다. 그러던 찰나에 교회에서 첫 시작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해피실버가 탄생했다.
65세 이상의 노인만 가입할 수 있는 해피실버, 연로한 몸이기에 힘든 점도 당연히 따른다. 악보 보기 어려운 점, 손모양이 안 되고 하는 점 등의 어려움이 있다.
박병숙 교사는 “악보를 보기 힘들어 하는 경우에는 손가락 숫자를 표기 한다던가, 도돌이표를 별표로 표시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기억해서 연주를 한다. 손이 안 따라줘서 ‘못해요’라고 말하지만, 다들 너무나 열심히 연습한다. 그러다 보면 손도 결국 따라가게 된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박병숙 교사는 할머니들이 보이는 열정에 감탄한다.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틀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사고가 어른이라 틀린 것에 대해 힘들어 하실 때가 있다. 그래도 그런 부분을 배우는 즐거움으로 이겨내고,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노인이지만 그들의 열정은 젊은 사람 못지않음을 강조했다.
또한 “‘피아노는 어렵고 아무나 못하는 것이다’라는 고정관념 속에 있다가, ‘내가 이것을 한다.’,‘건반을 두드린다.’ 하는 것만으로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다”며 가르치는 교사로서의 보람과 즐거움을 설명했다.
-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고 있는 ‘해피실버’
얼마 전 한 노인정의 노인회장이 “노인들이 할 것이 아무것도 없이 그냥 앉아만 있다가 가고 하다 보니, 우울증에 걸려 자살하는 사람이 많다”며 노인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한 일이 있다.
그러나 해피실버의 노인들은 피아노를 배움으로써 마음이 기쁘고, 생활이 즐겁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우울’이라는 단어는 아주 멀고도 먼 단어이다.
문화적 혜택이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음봉면 산정리이지만, 이곳에서는 복지와 문화가 함께 결합된 형태로, 시골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문화적 복지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노인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노인들을 위한 진정한 문화적 복지가 무엇인지를 해피실버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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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해피실버의 작년 발표회 모습 | ⓒ 온양신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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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seinhj@nate.com “지역정신 온양신문” - Copyrights ⓒ(주)온양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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