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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도 끄떡없다

전국 최고 ‘사진 현상의 전설이 되다’

2012년 11월 12일(월) 14:28 [(주)온양신문사]

 

· 디카 등장으로 수많은 현상소 사라졌으나 김 사장은 오히려 ‘승승장구’
· 전국의 사진이 김사장 손에 의해 현상
· 시대 흐름 발빠르게 대처
· 무엇보다 사장이 직접 일하는게 중요
· 16살에 사진관 들어가 어느덧 60여년
· 직원은 친구이자 가족, 물려주고 싶어…


모종동 서부칼라현상소 김종학 사장

↑↑ 서부칼라현상소 김종학 사장

ⓒ 온양신문

“16살에 사진관에 들어가 오로지 먹고 살기위해 일을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누구나 그렇게 일을 시작했다. 이제는 어느덧 60여년이 지났다. 디지털화 되면서 많은 현상소가 문을 닫고 있지만, 그래도 이 서부칼라현상소만은 살아남길 바란다”

흔히 ‘디카’라 말하는 디지털카메라가 일상적인 ‘카메라’하면 당연히 떠오르고, 필름카메라는 이제 ‘옛날 것’이 돼 버린 요즘. 이런 변화는 수많은 사진 현상소들을 문 닫게 만들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꿋꿋하게 남아 전국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의 현상소가 바로 아산에 있다.

바로 모종동 버스터미널 뒤에 위치한 서부칼라현상소다. 웨딩과 돌, 백일 사진 현상부터 앨범제작까지 진행되고 있다. 전국의 수많은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다.

사진과 인면 맺어 온지 60여년. 서부칼라현상소의 김종학 사장(76세)은 “16살의 나이에 오로지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 지금까지 이어 지고 있는 것”이라며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겸손한 태도이다.

- 노하우 1. 남들보다 앞선 판단
그래도 한 업종으로 그것도 남들은 다 문을 닫는 상황에서, 전국에서 몇 손가락에 들 정도의 규모를 갖춘 사업장을 이끌어 왔다는 것은 분명 남다른 노하우가 있을 듯싶었다.

이에 그가 꼽은 것은 바로 ‘남들보다 앞선 판단’이다. 김종학 사장은 “발 빠르게 디지털화를 대비했다. ‘디지털’이라는 말이 막 나올 당시, 기계나 장비들을 대형기계는 팔고, 소형기계로 축소했다. 그 당시 사람들은 나 보고 ‘잘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4~5년이 지난 후, 내가 제일 잘 한 일이 됐다. 대형기계들이 쓸모없게 되자 대부분의 업자들은 제 가격은커녕, 기계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라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남들보다 앞선 판단이 지금의 서부칼라현상소가 살아 남아있게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사장도 “나도 이상하다. 생각한 것이 잘 맞았다”라며 웃는다.

이어 그가 중요한 말을 했다. “시대에 늦으면, 무엇이든 도태되고 만다. 항상 사고가 깨어있어야 하고, 노력해야한다”는 말 속에는 60여년 사업을 이끌어 온 그의 철학이 담겨져 있었다.

- 노하우 2. 앉아있는 사장이 아닌, 일하는 사장
또 다른 노하우는 ‘자리에만 앉아 있는 사장이 아니라, 기술자인 사장, 일하는 사장’이다. 서부칼라현상소는 현상실부터, 앨범 제작실, 사진 보정 작업실, 영업부 등 많은 공간이 작업자들의 체계적인 작업을 위해 나눠줘 있다. 그러나 ‘사장실’은 따로 있지 않다.

김종학 사장은 “난 사장이 아니고, 기술자다. 현장에서 같이 일하며 직원들과 대화하며 그렇게 지낸다”라며 “앉아만 있는 사장이었다면, 이곳을 이만큼 이끌어 오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사장이라고 해서 앉아서 지시만 내리는 것이 아니고, 모든 요소요소의 상황들을 직접 보면서 함께 일도하면서 그렇게 모든 일이 자신의 눈과 손을 거쳐야 한다는 마인드가 지금의 서부칼라현상소를 존재하게 한 것이다.

- 76세 나이에도 내 일을 한다는 즐거움
처음 김종학 사장을 대했을 때, 언뜻 60대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나이는 76세. 아직도 정정한 모습으로 사업장 곳곳을 둘러보고 다닌다.

그는 “요즘 보통 60대에 들어서면 직장에서 물러나 주변으로 물러나 앉게 된다. 내 친구들도 그냥 노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사람에 비해 나는 내 일이 있다. 이렇게 일터에 나와서 직원들과 대화하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라며 활기찬 모습을 보인다.

또한 “변화되는 시대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젊은이들과 많은 대화도 해야 한다. 그래야 변화의 흐름을 읽고 내가 하는 일도 앞으로 10년, 20년을 내다 볼 수 있다. 그런 점에 있어 나는 항상 일터에서 젊은 직원들과 만나 대화하니 좋은 것 같다”라며 사고의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을 밝혔다.

한때는 암 수술로 인해 건강에 빨간불이 켜지기도 했지만, 그의 이런 사고의 젊음은 육체적 건강에도 도움을 줬다. 암이라고 해서 움츠려 들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 받고, 힘들어도 움직이고 운동을 하고자 한 의지는 빠른 회복을 불러왔다.

현재 그는 꾸준히 헬스클럽을 찾아 운동을 하고, 사업장에 나와 직원들과 대화 나누며 즐겁게 일을 하고 있다.

- 정년 60세 규정은 무시, 오래오래 가길
“우리 회사 규정 중, 정년 60세는 내가 직원들과 무시하기로 약속했다. 이곳이 문을 닫으면, 우리 회사의 대부분의 직원들은 다른 일자리를 찾기 힘들다. 현상소가 얼마 안 남아있기 때문이다”

서부칼라현상소에는 김종학 사장과 같은 나이의 직원도 있다. 35년을 같이 근무한 직원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한 가족이고 친구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이들이 모두 직장 걱정 없이 이곳을 오래 다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내가 죽은 뒤에도 몇 십 년은 더 가줬으면 한다. 앞으로 이곳을 아들에게 물려 주려하나, 아들이 나와 같은 노하우나 이 일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실무를 이곳을 잘 운영할 수 있는 직원에게 맡기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들은 대표이사격으로만 있게 하고 실무적인 것은 그 직원이 할 수 있도록 하려한다. 아들이 나처럼 맡아서 하면 좋겠지만, 아닌 것을 억지로 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다”라며 무엇보다 서부칼라현상소가 오래 유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 각종 앨범이 제작되고 있는 서부칼라현상소 내부 모습

ⓒ 온양신문

이혜진 기자  seinhj@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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