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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 척 구독자 속인 버추얼 스트리머, 범죄일까?

경찰대학, 29일 제4회 모의 수사 경진대회 개최

2024년 11월 28일(목) 17:09 [(주)온양신문사]

 

디지털 가상 인간을 만들어 여성인 척 행세하며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에서 방송을 하고 구독자로부터 후원금을 받는다면 사기죄 등 범죄가 성립될 수 있을까?

경찰대학 교육생들은 11월 29일 아산시 경찰대학 세종대왕홀에서 디지털 가상 인간에 의해 촉발된 범죄 상황을 가정한 모의 수사 경진 대회를 개최한다.

모의 수사 경진대회는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됐고 올해 4회째를 맞고 있다.

경찰대학 교육생 학술 동아리인 모의수사 경진대회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원회)가 주관하는 대회로, 교육생 4~5명이 한 팀이 되어 문제로 주어지는 가상의 범죄를 실제 경찰관처럼 수사하며 증거를 수집하고 법리를 검토해 수사 결과를 도출하는 대회이다.

이번 모의 수사 경진대회의 시나리오는 남성 버추얼 스트리머*가 유튜브 동영상 플랫폼에서 여성인 척 방송하며 수익을 내던 중 시청자 2명에게 남성임이 발각돼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 버추얼 스트리머란 카메라나 특수 장비를 통해 특정인의 행동이나 표정을 대신 표현해주는 캐릭터를 만든 후 캐릭터를 등장시켜 방송을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인

분노한 시청자 2명은 공모해 버추얼 스트리머 집으로 찾아가 폭행하고 감금한 뒤, 계속 여성인 척 방송하게 강요해 수익을 본인들이 대신 가로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버추얼 스트리머의 여자 친구가 방송을 진행하고 있던 집으로 찾아갔고, 범죄 사실이 발각되자 범인들은 버추얼 스트리머와 여자 친구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다.

이들은 살인을 저지른 후에도 다른 방송인을 섭외해 계속해서 돈을 벌어들인다. 하지만 버추얼 스트리머로부터 돈을 빌려준 후 받지 못하고 있던 제3의 인물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범죄자들의 끔찍한 범죄가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한다.

경진대회에 참여한 교육생들은 증거를 수집하고 법리를 검토한 뒤 범죄자들을 특정했고, 이들의 죄를 담은 수사 결과를 도출했다.

강력범죄로 끝을 맺었지만 정작 쟁점이 된 사안은 ‘버추얼 스트리머 등 디지털 가상 인간이 자신의 성을 속이고 방송을 해서 시청자 등으로부터 돈을 벌어들인다면 이러한 행위를 사기죄로 볼 수 있는가’였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사람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합성한 음란물을 만들어 유포하거나 피해자를 협박해 돈을 갈취하는 등 소위 딥페이크 범죄가 늘고 있다. 또한 본인과 다른 인물을 내세우거나 새롭게 가상 인간을 만들어 상대방의 환심을 산 후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는 등 피해자를 속여 돈을 갈취하는 사기(소위 로맨스 스캠) 사건도 증가하고 있다.

딥페이크 범죄나 로맨스 스캠은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형법 등에 의해 성범죄 또는 사기 등으로 처벌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가정한 사건처럼 단순히 본인의 성별을 속인 가상 인간을 내세워 방송하며 시청자들로부터 금품을 후원받는 버추얼 스트리머의 행위가 사기죄에 해당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례가 없어 쟁점이 됐다.

대회에서 발제를 맡은 경찰대학 4학년 주도현 학생은 “버추얼 스트리머를 이용한 수익 창출 활동과 로맨스스캠을 보면 언뜻 사람의 호감을 이용하여 상대방으로부터 금전을 받는다는 점이 비슷하다. 다만 로맨스 스캠은 본인을 속이는 것 외에도 돈을 편취하기 위해 투자, 경제적 곤궁 등 적극적인 기망행위가 있지만, 성별만을 속이고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 방송하는 버추얼 스트리머의 행위를 사기죄에 있어서 기망행위로 보기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덧붙여 “하지만 AI 기술 등이 발전해 실제 인물과 비슷한 가상 인간을 만들어 방송한다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신종 범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모의수사 경진대회에 총 7개 팀(34명)이 참여했고, 지난 11월 5~1121예선과 본선을 거쳐 이날 최종 2개 팀이 결선을 치른다.

모의수사 준비위원회는 버추얼 스트리머라는 소재에 착안하여 결선 당일 ‘가상인간과 범죄’라는 주제로 미니 세미나도 개최하여 최근 IT 기술의 발전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상 인간과 관련한 형사사법적 문제를 다룬다.

본선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경찰대학 법학과장 김면기 교수는 “참가자들이 치밀한 논리 구성, 적절한 수사기법, 정확한 서류 작성 등 수사 현장에 필요한 능력을 고루 갖추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한 4학년 주도현 학생은 “교육생들에게 일선 수사 현장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실제 수사관들이 사용하는 KICS 연습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히며 “경찰대학 교육생들이 그동안 습득한 지식을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온양신문사 기자  ion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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