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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화가의 언어이며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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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주출신 오정 안봉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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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년 00월 00일(화) 00:00 [(주)온양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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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단면을 보는 것이 아닌 깊이를 봐야
·작가의 기가 얼마만큼 살아 움직이는가가 중요
·미술하는 사람 도가 공부가 제일 중요
·“진실이 아닌 것은 진실처럼 속이니 사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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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오정 안봉규 화백 | ⓒ 온양신문 | 충무공 이순신 탄신 464주년 기념으로 5월 11일부터 5월 20일까지 전시됐던 오정 안봉규 초대전은 아산 시민생활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인주 밀두리 출신의 오정 안봉규 화백은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교수와 미국 뉴욕 머시대학 교수직을 맡고 있다.
▲외국에서 교수 생활하기까지의 힘들었던 점들.
중학교 졸업하고 나서 고등학교까지 갈 돈이 없었다. 집에서 농사나 지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고등학교는 너무 가고팠고. 결국 아버지께 쌀 서 말만 달라하여 그 쌀 서 말로 서울에 상경하면서 공부를 시작했다. 나는 포기하는 것이 없었다. 그때의 그런 기질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것 같다.
외국에 나가 교수 생활할 당시 또한 경제적인 고난과 고향에 대한 향수, 외로움, 동양인에 대한 모멸감, 무시, 이질문화에서 오는 괴리감 등으로 많이 고생했다. 그러나 이런 고통들 또한 나의 것. 내가 얼마만큼 그것들을 소화시켜내야 하는 것은 나에게 달린 일이었다.
처음 대학에 갔을 당시 그 대학에는 전체 교수가 200여명 정도인데, 한국 교수는 나 한명 뿐 이었다. 점심 한 끼도 같이할 사람이 없었다. 당시 한국 유학생들은 좀 있는 편이었으나 학생과 선생의 입장에 차이가 있어서 같이 하기 힘들었다. 여학생과 밥이라도 먹으러 가게 되면 혹여나 오해를 사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전시된 작품들이 여러 장르를 넘나들고 있는데, 그림을 그릴 때 어떤 주제를 가지고 작업하는지.
나는 그림을 주로 의도적으로 그리는 것보다 충동에 의해서 자연적으로 그때그때 머릿속에 나타나는 상들을 화면에 옮긴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꿈에서 보였던 장면을 표현하기도 한다.
내 작품은 어떠한 장르도 없다. 서양화다 동양화다 어떤 기법이다... 등등의 규정과 장르는 나에게 없다. 원론은 하나다. 그때그때 나타내고 싶은 것들을 표현하는 것뿐이다.
▲그림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그림은 화가의 언어이며 정신적 매체다.
911 테러 당시 나는 뉴욕 허드슨강 건너에 지내고 있었다. 장난감처럼 무너지는 빌딩과 떨어지고 짓눌린 사람들의 모습을 직접 목격했었고 나는 그 극적인 장면을 그림으로 담아냈다.(작품 2점, 현재 전시장에는 없음.)
이건 테러와 폭력에 대한 고발이다. 그 횡포와 잔인함을 고발로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때 당시 미국사람들에게 큰 반응을 받았다. 그림을 통해 고발하고, 여러 사람과 함께 그 정신을 나눴다.
▲그림을 감상할 때는?
그림의 단면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깊이를 봐야한다. 그림 속에는 기(氣)가 있다. 다시 말해 작가의 정신이 들어져있다. 이것을 바라 볼 수 있는 것이 진정으로 감상하는 방법이며. 또 이런 기를 담아내 그릴 수 있는 화가가 진짜 화가다.
그래서 나는 작품을 평가할 때 기법이라든가 형식에 따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 정신적인 맥. 즉 기(氣)가 얼마만큼 살아서 움직이는지를 본다. 기가 어떻게 쌓여 농축 돼 있는지 얼마만큼 다가오는지....
교육은 예전 보다는 좀 나아졌다 하지만 이런 표현적 전달 능력에 대한 이해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많이 부족하다.
▲그림을 통한 진리의 본질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진리는 하나. 즉 유일한 것이다. 종교는 진리를 내세우는데, 이 진리라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종교가 현실에서는 설명할 수 없으니 죽고 나서 즉 사후세계를 논하며 그것을 말하려 한다. 현실에서 말할 수 없으니 사후세계를 말하는데, 이걸 어떻게 아느냐. 죽으면 그만 인 것을.
이런 맥락에서 나는 도교(道敎)를 내세운다. 도교는 항상 현세. 살아 있을 때의 향락을 논하는데 나 또한 현세를 중시한다. 미국으로 갈 때 도교 공부를 하기위해 관련 책을 50여권 가지고 들어갔다. 화가들이 공부를 게을리 하는데 미술 하는 사람들은 도가 공부를 제일 첫째로 해야 한다.
사후에서 진리를 찾는 종교와는 달리 도가는 현재 살아가는 삶에서의 슬기를 건네준다. 도가는 현재를 살아가며 현재 삶을 이겨내고 극복하는 철학을 제시하는 학문이다.
진리는 보이지도 붙잡혀지지도 않는 것인데 이것이 진리다 어떻게 말 하겠는가.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서 이것이 진리다 단정 지을 수 없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그림이 진리를 나타내는 방법론은 된다. 어떤 면에서는 언어보다 더 가깝다. 언어로 표현하여 사유의 울타리를 짓게 되면 그 틀 안에 갇혀 한정적인 것이 된다.
“道可道 非常道(도가도 비상도 - 도라 하는 도는 도가 아니다)”라는 말이 노자 도덕경 첫 머리에 나온다. 즉 도를 도라고 말하는 순간 그것은 도가 아닌 것이다. 어떤 언어로도 표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이지도 않고 붙잡을 수도 없는 것이 진리다. 언어보다 그림은 좀 더 사유의 폭을 자유롭게 해준다. 그림 속에서는 각자의 고유성에 맞게 진리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림 속에 장미 한 송이는 진짜 꽃이 아니라 그 모습이 그려진 가짜다.
그러나 이 장미를 바라보는 관객 입장에서 이 장미는 자신만의 추억이 담긴 자신만의 진리를 바라 볼 수 있다. “아는 사람은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단정 지어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백남준씨와 소주를 먹던 어느 날. 백남준씨가 “예술은 사기야.”라며 던진 농이 생각난다.
이에 “형님 이거 사기야?” 다시 되 묻자.
백남준 “사기지 이게!”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처럼 속이니 이건 사기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관람하시는 분들이 자유롭게 독자적으로 자신만의 진리, 고유성을 찾고자 작품을 무제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 사유. 각자의 고유성이 제일 중요하다.
▲작업 후 자신을 쉴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술을 많이 좋아한다. 하루 저녁에만 양주 18병과 소주 맥주를 들이 킨 적도 있다. 그 후 일주일을 고생했었다. 술을 많이 먹어서 2~3번 입원한 적도 있다. 옆에서 지켜본 아내가 아주 고생이었을 것이다.
작품을 완성 하고 난 후 내 머리 속을 쉬게 해 주는 방법이 술이다. 그림 그릴 때 몰입했듯이 술을 먹을 때도 몰입한다. 술은 나를 달래 주는 한 방법이다. 술을 먹을 때 나는 존재 가치를 느끼고, 술에 취해 세상 생각을 접는다.
술 먹고 난 뒤에 찾아오는 고생 같은 건 생각하지 않는다. 화가는 뒤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항상 현재 현재를 살아가는 나에게 충실해야 한다.
▲현재 풍으로 몸이 좀 불편하신데 작업 활동에는 힘든 점이 없었는지.
작년에 전화 한 통이 왔다. 아산시 시장이었는데, 아산 인주면에 살았던 이야기를 꺼내 길래 ‘생가터를 보존해 주려나?’ 싶었다. 전시를 한번 열자고 하자. ‘뭐 화가가 밥 먹고 하는 일이 전시인데 하자면 하자’하며 흔쾌히 응했다.
그런데 그러던 중 풍이 와서 입원하게 됐다. 시장과 약속한 날자가 있어서 작업 활동을 해야 하는데 병원에 계속 누워있자니 불안했다. 사람과의 약속. 신의의 문제이기에 주치의에게 나가야 한다고 통 사정해서 입원 40여일 만에 퇴원했다.
그때 당시 친분이 있던 경희대 총장님 덕으로 경희대 침 최고수의 치료 도움 때문에 빠른 회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병원을 나와서 그림을 그리려 하는데, 처음에는 팔이 어눌해서 잘 안 됐다. 그런 팔을 붙들어 매어 작업을 했고 그 동안의 습성이 남아 있었기에 그림은 샤프하게 잘 나왔다. 단 샤프한 맛은 있지만 인간적인 아주 질박한 맛이 나질 않았다.
예술이라는 것은 정말로 인간의 오묘한 희노애락(喜怒哀樂)이 침전돼 뭉쳐진 것인데, 병원에 있는 동안 심신이 깨끗해졌기 때문에 그런 인간적인 내면이 묻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난 고통 속의 가장 처절한 상태에서 처절한 작품이 탄생하고 이 속에 진리가 담겨진다고 생각한다.
아직 혀가 덜 풀려 말이 어눌하고, 거동할 시에는 항상 지팡이에 의지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도 35점이나 작품 작업을 했고, 지금 큰 불편은 없다. 화가는 잡초 같은 인생이다. 목숨을 걸고 온 힘을 다해 그려내고 그렇게 작품을 완성하고 나서 혼자 바라 볼 때는 쾌감보다 상위단계인 희열을 느낀다.
풍 때문에 간호하느라 아내가 고생이었다. 항상 아내가 고생이다. 죽어도 난 아내 치마꼬리만 쫓아가려 한다.
▲전시 둘째 날(월12일)인 오늘도 전시장에 나와 계시는데, 계속 전시장에 나와 계실지.
전시 기간 동안에는 계속 전시장에 나와 있으려 한다. 서울이나 부산 등 먼 곳에서 나를 보러 와 주는데 내가 있어주는 것이 예의다. 해외 전시를 100여번 정도 했었는데, 대부분의 화가들은 첫 날만 전시장에 모습을 보인다.
이 얼마나 야박한 일인가. 작가가 보고 싶으면 첫날에 오라는 강압적 행동 같아서 난 싫다.
▲마지막으로.
난 이 그림들이 내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인류 공동의 것이며 우리 전체의 자산이다. 후에 누가 보관이라도 잘해주면 감사하겠다.
오정 안봉규 화백
·인주출신
·서라벌 예술대학, 동국대 대학원졸업
·서울, 뉴욕, 스웨덴, 일본 등에서 개인전 40여회
·동경, 서울, 모스크바 뉴욕 등에서 초대전 다수
·스웨덴 국립동양박물관, ON본부 등에 작품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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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seinhj@nate.com “지역정신 온양신문” - Copyrights ⓒ(주)온양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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